마음 속으로 앨리스(6.15)라는 세례명을 품고 기도하며 예비신자교리를 받던 중, 갑자기 증세가 나타난 (아니, 어쩌면 그 전부터 있었지만 갑자기 심해진) 양극성장애(조울증)와 공황장애로 인해 예비신자교리를 나갈 수가 없게 되었다. 그 사이 아재개그가 친근했던 파비아노 신부님은 부산교구로 발령이 나서 떠나셨다. 한 달 정도만 쉬려고 했던 치료는 3개월째에 접어 들었다. 이제 나와 같이 교리 수업을 받던 동기들은 한달 뒤 부활절에 세례를 받게 될 것이다. 나도 그랬겠지만.
통신교리를 시작하기 전에 수영본당에 전화를 해서 사전 확인을 받았다. 교리반 식구들과 함께 하지 못하게 되어 조금 안타깝고 잘 챙겨주신 안나님과 스테파노님께는 죄송한 마음이 든다. 어차피 내가 수영동에 거주하는 한은 내 소속 본당은 수영본당이 되겠지만.
사이버통신교리와 우편통신교리가 있는데 나는 사이버통신교리로 신청을 했다. 우편통신교리는 우편으로 문제지를 다시 보내야 하는데, 의무적으로 밖에 나가는 횟수를 줄이는 게 나한테 좋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우리 본당만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교재를 읽고 사진을 보며 서로 자유롭게 깨달은 의견들을 공유하는 시간이 있어 좋았는데, 통신교리로는 아무래도 그런게 불가능하다보니 문제지를 풀이하는 것으로 대체가 되는 것 같다. 안나님은 신앙에 정답은 없다고 하셨는데, 과연 어떤식의 문제 풀이일지 궁금하다.
통신교리는 수강신청요금으로 1만원을 입금을 해야한다. 큰 금액은 아니다. 아마 누구나 쉽게 신청할 수 있어서 그렇지 않을까 싶다. 교재가 제공되는 것으로 1만원을 받는 것은 남지도 않을 일이라고 생각되니까. 그 금액이 10일씩 12회를 견딜 수 있는 의지를 안겨주지는 못하겠만, 적어도 초반에 그만두지 못하게 이끌어주는 작은 동기부여는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신청은 했고 입금도 했지만, 아직 입금 확인은 되지 않았다. 승인 이후에 교리가 시작되면 12회의 풀이가 진행되고 매 풀이마다 미사에 참석을 해야한다. 새벽미사나 아침 미사나 오전미사라면 사람이 적을테니 괜찮다.
이번엔 무사히 잘 해내서 꼭 세례를 받고 싶다.
주님의 은총이 이 공부의 끝까지 함께 하기를.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빕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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