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회 부일영화상 2017 후보작으로 선정된 영화 <아수라>. 개봉했을 당시에 호불호가 갈리는 영화였다. 쓸데없이 잔인하기만 한 영화라고. 뭘 말하려는지 모르겠다고. 부일영화상에서는 최우수작품상, 최우수감독상, 남우주연상, 남우조연상, 촬영상, 음악상, 미술상의 총 7개 부문에 후보로 오른 작품이다.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저절로 나오는 한마디가 "아수라네.. 아수라.."였다. <아수라>는 영화의 이름에 정말 200% 충실한 영화였다. 잔인했지만 사실 잔인한 것보다는 인간의 심리에 더 중점을 둔 영화 같았다.
물론 시작부터 욕이 난무하고 폭력이 난무하는 것은 어찌 보면 저렇게까지...라는 생각과 함께 눈살이 찌푸려질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영화를 다 보고 나서는 오히려 현실적이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배우인 윤제문 님이 등장하자마자 철근에 목이 뚫려 사망하시고, 영화가 끝날 즈음엔 그 누구도 살아 있지 않는데 그 모습이 흡사 아수라장이다. 탐욕과 이기심으로 맞물려진 등장인물들과 마찬가지로 탐욕으로 움직이는 주인공. 배우자 때문에 더러운 일을 시작했다라고는 하지만 본인의 의지도 없지 않았을 사람. 주인공의 직업이 형사라는 점을 초반에 알려주는데도 꽤 놀랐다. 하긴. 형사라고 모두 정의의 사도일 수는 없지. 나라의 녹을 받는 관리라서 청렴해야 한다는 것은 조선시대에도, 그 이전에도 불가하던 것이니. 악과 악 사이에 껴서 이도 저도 하지 못하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유쾌함은커녕 답답하고 막막한 심정만 갖게 된다. <정의>를 대변해야 하는 검찰조차 자신의 이득을 위해서 다른 사람을 가차 없이 이용하고 구타하고 협박하는 장면에서는 오묘하게 공감이 가버리고 만다. '아, 그럴 수도 있겠네.'라고.
주지훈 역의 동생이 주인공 대신 시장 밑으로 들어가서 저지르게 되는 온갖 악행들. 악행을 저지를 수밖에 없는 본인의 처지와 그걸 허용할 수 없는 스스로의 양심 사이에서 혼란을 겪던 동생의 모습이 안타까웠다. 결국은 그 처지에 밀어 넣은 것에 대한 사과를 하는 주인공 앞에서 어찌해야 할지 몰라 하다가 자살을 선택하고 만다.
처음 주인공은 독백으로 자신은 이기는 쪽의 편에 든다고 말을 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어느 쪽의 편을 들어도 살아서 나갈 수 없는 지옥에 빠졌다는 것을 깨닫고, 눈앞에서 동생이 자살을 하면서 이 지옥에서 나 혼자만 죽어나갈 수는 없다고 판단한 듯. 모두를 죽여 그야말로 아수라장을 만든다.
모두가 인간적이다. 양심이나 이성보다 본능에 충실한 인간을 그려낸 영화, <아수라>. 가장 주목할 점은 시장의 음모 앞에서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한 검사가, 자신의 충성을 맹세하고 목숨을 구걸하기 위해서 수족같이 부리던 부하를 칼로 찔러 죽이려고 칼을 들고 달려드는 모습이다. 자신의 목숨이라는 가장 본능적인 두려움 앞에서 정의도, 이성도, 양심도 없는 <짐승들>을 그려 낸 영화였다. 잔인하고 폭력적이고 욕이 난무하는 영화지만, 무엇보다도 인간 기저의 본능에 깊게 접근한 좋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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