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원작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고 극장에 갔습니다.
처음 시작하자마자 나오는 제목을 보고 [이건 후편을 노리는 영화다] 라고 생각했습니다.
뭐, 감독이 처음부터 3부작으로 만들 계획이었다고 하더군요.
그럼 이제부터 침착하게 '까'볼까요?
하나, 비현실성을 넘어선 어이없음
다른 사람들은 어땠는지 전 모르겠습니다. 저야 뭐 그냥 보고 눈요기하는 것만 즐기는 평범한 관객이니까요. '트랜스 포머'를 보고 난 뒤라 그런걸까요. 이건 뭐 그냥 dcinside 합성갤이 떠오릅니다. 제트기의 이.착륙 모습이라던지, 이집트 사막의 기지의 비밀 입구가 열리는 씬이라던지. 에지간히 참아주려다가 사막씬에서 폭발했습니다.
" 장난해? "
물론, 저보고 만들라고 하면 저거의 발끝에도 못 미칩니다만, 그래도 어설픈 건 어설픈 겁니다. 만화가 원작이기 때문에 만화적 요소를 넣어서 비현실성을 넣었다고 칩시다. 솔직히 영화 소재 그 자체가 비현실성인데, 이런 그래픽으로 관객의 돈을 뜯어 먹으려고 하기엔 이미 [트랜스포머]가 너무 울궈 먹었습니다. 그것도 제대로.
그걸 뛰어넘으란 건 아닙니다.
영화의 그래픽은 뭔가 정신없고 화려하고 신기합니다. [트랜스포머]의 가슴을 울리는 웅장함이나, 화면 가득 메우는 존재감. [아이언맨]의 시대를 제대로 뛰어넘는 섬세한 기술적 표현. [터미네이터]처럼 신기하고 궁금증을 유발하는 기계적 표현. 분명 이 영화엔 신기한 것은 많습니다만, 그런데도 위 세 영화보다 사람을 끌어내지를 못합니다. 물론, 이 영화가 위에 말한 세 영화보다 늦게 나왔기 때문이라고도 우길수는 있겠지만 말이죠.
둘, 스토리는 어디로 갔니?
이건 뭐 원작을 보고 온 사람이 아니면 대체 이게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이게 따로 원작을 둔 영화의 단점이기도 한데요. 하지만 저는 [스파이더맨]이나 [아이언맨], [트랜스포머]는 원작을 몰라도 재밌게 봤단 말이죠. 전혀 의구심을 가지지 않고, 깊게 생각하지 않고도 충분히 즐길 수 있었습니다. 그만큼 놀랄만한 커다란 반전 같은 게 없었다는 단점이 있지만, 놀랄만한 커다란 반전 따위는 이 영화에도 없는 건 마찬가지 입니다. 대체 이게 뭔 소리인지.
스네이크아이즈랑 스톰쉐도우(이병헌)은 왜 저렇게 싸우는 건지, 이병헌 저 놈은 대체 왜 나쁜 놈들 편인 건지, 원래 순악당인 건지, 어린시절 나온대서 이해 못해도 기다리고 있었는데, 솔직히 그런식의 과거 회상으론 뭔소린지 도저히 못 알아 먹겠습니다.
애니의 오빠가 왜 갑자기 병신 싸이코로 돌변했을까요.
뭐, 이거 죽기 직전까지 가보니 온순한 사람도 싸이코가 되는 건가요?
아버지 들먹거려 칭찬 한 번 해줬다고 꼬리말은 개처럼 금방 입술을 부비는 스칼렛은 뭔가요?
너무 빠른 거 아닌가요?
정작 관객들에게 이해시킬 요소는 중요하게 안 보고 어설픈 그래픽에만 열중하신 것 같습니다.
트랜스포머에 에지간히 영향을 받으신건가요? 원작 안 본 사람은 뭐, 영화도 보지 말라는 건가요?
아무튼 실망스러운 스토리였습니다.
셋, 한국말 왜 이래?
신문 기사에서 보기를,
『 이병헌의 어린시절 연기를 맡은 아역에게 한국말을 시켰는데, 그게 너무 어색했지만 감독이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관객이 눈치 못 챌 거라고. 하지만 이병헌이 한국 관객이 다 눈치 채고 비웃을 거라고 말해서 한국말 더빙을 하기로 했다. 』
라고 읽었다.
설마, 이게 더빙한 건 아니겠죠?
스톰쉐도우 아역의 한국말 대목에서 상영관 안의 모든 관객이 일제히 웃었다.
이게 무슨 의미일까요?
넷, 어설픈 개그
괴수영화 표방하고 사실 시도때도 없이 개그를 작렬시키는 [차우]는 그나마 낫다.
그건 웃기니까.
내가 미국식 개그에 익숙하지 않은 걸까?
'뭔가 저 대사는 웃어야 할 것 같은 대사다.'라고 생각은 했지만,
나는 물론 그 어느 관객도 웃지 않았다. 피식- 웃기는 했을지도 모르겠다.
분명 웃어야 할 것 같은 대사의 [자막]에 영상이 따라 주지 않는 것 같았다.
재미있으라고 의도한 부분인데 전혀 재미있지도 발랄하지도 않은 장면들이 많았다.
불쌍할 정도였다.
다섯, 어정쩡하게 열린 결말
아예 확실하게 마무리를 하던가, 아니면 아예 확 열어두던가. 대통령 바뀐 것 말고는 돌아온다는 악당들은 감옥에 갇혔다. 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온 걸까.
2편에서 패자의 역습(?)이라도 하겠다는 걸까.
그 밖에 영화 속에서 주인공들이 에펠탑을 날려버리려는 악당들을 쫓는 장면에서, 퉁퉁 튕기고 날아다니는 게 [네이버 웹툰 '정열맨']을 떠오르게 해서 웃겼다. 진지해야 하는데 말이지. 안단티노~ 모데라토~ 파스타~ 스파게티~ 아 ... 진짜 너무 적절하다.
또 눈에 띄었던 것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인 [미이라] 시리즈의 두 조연들의 등장이다.
미이라1과 2에서 악당 이모텝 역을 맡았던 '아놀드 보슬루'씨는 이 영화에서 최신기술의 힘을 빌어 자신의 몸을 개조해 대통령이 되는 쾌거를 이루는 '자탄'역으로 나온다. 미이라1부터 3까지 나이를 먹어가는 오코넬씨를 연기해 주었던 '브렌든 프레이저'씨는 이 영화에서 지.아이.조의 비밀 군사시설에서 주인공 격인 듀크에게 봉창술(?)을 가리키는 교관으로 나온다. 너무나 반가운 얼굴이 아닐 수가 없다.
보자마자 "오코넬!"이라고 생각했다.ㅋㅋ
전체적으로 관객의 정신을 산만하게 만들고 눈을 어디에 두어야 할 지 모르며, 손이 부들부들 떨리는 그래픽을 선사해주었지만, 감동은 없었던 무미건조한 영화였다. 멋지고 이기고 싸워내고 지켰지만 전혀 감동적이지 않았다. 이건 이 영화가 너무나 비현실적이라서 감정이입이 어려웠다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따지면 [트랜스포머]는 어떻게 설명할까?
그리고 마지막으로 궁금한 게 있는데,
지.아이.조란 이름의 뜻은 설명해주고 영화 시작 해야하는 거 아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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