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리뷰할 책은 한빛미디어의 신간, ‘오픈’이다. 부제를 포함한 제목은 ‘오픈:비즈니스 패권의 열쇠’다. 무려 ‘한국공학한림원’ 추천도서다. ‘한국공학한림원’은 공업 및 에너지기술 기반조성을 위해 1996년 설립한 학술 연구기관이다. IT 업계에 몸담고 있다면 한 번쯤 들어 보았을 ‘오픈 소스’는 물론, ‘열려있는 모든 것들’과 그것을 이용하여 경쟁력을 키우는 사례와 노하우를 읽을 수 있다.
책 제목이 '오픈'이라서 열린 문과 안쪽의 빛나는 공간을 보여주는 것으로 디자인한 것 같다. 한 번 휘리릭 훑어보면, 작은 단락들로 모여 있어 가벼운 책처럼 보이지만 내용은 꽤 도톰한 책이다.
책은 ‘오픈’의 속셈을 다룬 프롤로그부터 시작한다. 요즘은 남의 콘텐츠를 재활용하여 낚시하는 유튜브들도 많지만 그래도 장시간 사랑받는 채널은 자신만의 고유한 정보를 가지고 있는 채널이다. 그들이 채널에 정보를 공개하는 이유는 ‘구독’과 ‘좋아요’를 위함이다. 내가 블로그에 나만 알고 싶은 정보들을 굳이 올리는 것도, 조회수를 위해서인 것처럼. ‘속셈’이라고 말을 하니 응큼하고 부정적인 걸로 보일 수 있는데 모든 ‘오픈’에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정도로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책은 총 다섯 개의 장으로 나뉜다. 오픈. 그리고 오픈의 이유. 오픈의 힘. 오픈에 숨겨진 불순함. 앞으로 오픈의 시대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 지. 목차를 훑어보면 반 농담 삼아 작가가 본문보다 제목 짓기에 힘을 쓴 것 같은, 재미있는 소제목들을 볼 수 있다. 독자의 흥미를 끌면서 내용과 잘 어울리는 소제목을 위해 작가가 매우 고심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프롤로그부터 시작해서 1장부터 5장을 지나 에필로그로 끝나지만 반드시 순서대로 볼 필요는 또 없는 책으로, 오픈에 대한 인식이 어느정도 있다면 마음에 드는 소제목을 골라 먼저 보아도 큰 문제가 없는 방식으로 되어 있다. 아, 그래. 브런치 작가를 구독해서 하나씩 글을 읽는 것 같은 느낌으로 읽을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너무 가벼워 책으로 볼 가치가 없다던가 그런 것은 또 아니다.
‘별밤지기는 더 이상 공개방송을 하지 않는다’라는 꼭지에서 다루는 이야기는 세상이 얼마나 바뀌었는지, 우리가 미처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오픈의 영역이 얼마나 넓은지를 알려준다. 이제는 온라인 방송의 시대가 왔기 때문에 ‘별밤지기’는 더는 공개방송을 할 필요가 없어졌다.
‘마트의 시식 코너’라는 꼭지도 제목과 내용이 잘 이어져 재밌다. 어쩜 이렇게 이야기 하려는 내용과 꼭 맞는 재치있는 소제목을 지을 수 있는지 작가의 필력과 창의력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기획자로서 이런 건 좀 배워야 한다. 마트의 시식 코너는 먹어보고 사지 않아도 된다. 시식 코너 직원도 일단 한 번 먹어보라며 사야할 것 같은 부담을 덜어주고 그렇게 우리는 시식에 낚여서 ‘어머 이거 맛있네’ 혹은 ‘어때요, 맛있죠? (그런데 안 살래요?)’라는 직원의 눈빛 공격에 당해 지갑을 열고 만다.
‘오픈’은 무섭다. 책에서는 구글 맵의 이야기를 하는데 내 경우에는 ‘구글 포토’가 그랬다. 무료로 사진을 백업할 수 있는 훌륭한 프로그램. 그 당시 국내외 클라우드 서비스가 용량 대비 비용을 청구하고 있던 것에 비해, 또는 일정 용량까지만 무료로 제공하고 그 이후부터는 유료 결제를 해야하는 사업 아이템을 내놓고 있던 때에 무제한 용량의 사진 백업 서비스는 정말이지 어마어마한 메리트였다. 이런 비용을 들여서 구글이 구글 포토에 사용자를 모은 이유가 있었다. 구글은 그렇게 모은 사람들의 사진 데이터로 빅데이터 학습을 시켰고, 뛰어난 얼굴 인식, 장소 인식, 사물 인식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충분한 데이터를 모은 그들은 이제 ‘포토’서비스를 지정 용량 이상 유료로 전환했다. 이렇듯 ‘오픈’에는 정말 ‘속셈(목적)’이 있고, 그렇기 때문에 영원하지 않다.
오픈 소스를 떠났던 친구들이 다시 오픈 소스로 돌아오는 것에 대해 작가는 ‘오픈소스 어게인’이라고 명명했다. 그들의 복귀가 반갑지만 사실상 그들도 ‘오픈’의 ‘목적’이 있을 것이기에 기획자로서 그 꿍꿍이를 유추해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다.
‘여러분, 나 오늘 회사에서 잘렸어요’ 아마 책을 구매할 지 결정하려고 책을 휘리릭 훑어본 사람 중 많은 사람의 시선을 잡아끌었을 소제목이다. 회사를 다니고 싶지 않지만 그렇다고 잘리고 싶지는 않은데 사람 일이 그렇게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예전에는 회사에서 잘렸다라고 하면 집에 가기 싫고 출근하는 척 하고 매일 집을 나서야 할 정도로 숨겨야 할 일이었는데, 지금의 ‘해고’는 공유되고 공감을 일으킨다. 숨겨야 할 치부를 드러내고 공감을 얻고 그 사이에서 정보를 나누는 세상. 이제 개인의 슬픔도 오픈하고 공유하는 세상이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숨겨져 있던 타인의 슬픔과 고난에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들이 공감하고 힘을 모을 수 있는 시대가 되었기도 하다.
‘공짜 점심은 없다’ 회사에서 신입사원이 입사를 하면, 신입사원 복지 중의 하나로 점심 식사를 제공한다. 아 물론 전 사원에게 제공하는 회사에 비하면 소소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그 복지를 만드는 데 크게 기여한 사람으로서 사회초년생인 신입들이 점심값 걱정은 안 해도 되는 상황을 마주할 때면 으레 뿌듯하다. 다만 공짜 점심은 메뉴를 마음대로 정할 수 없고 비용을 마음대로 올려 쓸 수도 없으며 어찌보면 온보딩을 이유로 매니저와 점심 시간을 함께 보내야 하니 썩 좋다고만도 할 수는 없다. 오픈도 그렇다. 오픈되어 있어 무료로 사용할 수 있지만, 보안이나 업데이트 이슈가 있을 때 지원이나 업데이트를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 사용자 측에서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보다 꼼꼼히 살펴보아야 하는 번거로움과 수고스러움이 있달까.
이 부분은 좀 다른 의미로 다가왔는데, 회사의 채용 담당자로서 나는 정말 서류를 열심히 꼼꼼히 보는 편이다. 일단 회사의 채용 프로세스가 단계별로 진행되는 것도 있고, 그 프로세스 안에서 채용을 진행해야 하니 각 단계별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좀 꼼꼼하게 보는 편인데, 사람에 따라서는 어지간하면 일단 불러 면접 보고 판단하겠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나도 작가와 마찬가지로 채팅을 주고 받다가 채용을 한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았는데, 꼭지를 다 읽고나니 이해가 갔다. 그리고 한 편으로는 시대가 이렇게 바뀌고 있는데 채용 과정은 아직도 너무 보수적이지 않은가 라는 생각도 했다.
'오픈'에 장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장점과 가능성이 더 많이 존재한다. 시대에 뒤처지는 사람이 될 것인지, 시대의 흐름에 따라 주변보다 앞서나가는 사람이 될지는 어디까지나 본인의 선택이 되었다. 누구보다 기획자는 본인의 인사이트가 곧 경쟁력이 되는 직군이니, 기획자라면 한 번쯤 꼭 읽어보자.
"한빛미디어 <나는리뷰어다> 활동을 위해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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