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 말라는 곳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다고 하지만, 사실상 영화에 나온 곤지암은 실제 곤지암정신병원이 아니다. 다른 공포영화들에서도 나온 클리셰들을 답습하기는 하지만, 그렇게까지 핵노잼은 아니었다. 이 영화는 무섭다기보다는 좀 조리돌림 당하는 것 같은 고문당하는 고통을 느끼게 했다. 갑툭튀해서 무서운 것보다 쫀쫀하게 고문당하는 느낌, 근데 그 고문이 끝날 것 같은데 안 끝나는 그런 느낌 때문에 더 힘들고 진땀 빼며 본 것 같다. 영화를 본 사람들 모두가 눈깔귀신이 기억에 남을텐데ㅡ, 도무지 왜 애들이 눈깔귀신이 되어서 죽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인상 깊었던 부분은 마지막에 원장 귀신이 다가오는데 얼굴이 아닌 다리가 닿는 부분을 집중해서 클로즈업한다는 것. 거기에서 얼굴까지 가는 과정이 얼마나 긴지 정말 숨이 턱턱 막히는 느낌이었다. 인터넷 방송에서 마지막에 양쪽 의자에 앉아 있던 귀신이 벌떡 일어나 탈탈 털고 사라지는 것도 기억에 남는다. 병원을 탈출했다고 생각했는데 어머 이런 탈출은 커녕, 문따고 들어가려던 그 안에 들어가 있었네? 라던가. 등장인물들이 죽을거라는 건 알고 있는데 그 죽을 타이밍을 쪼으고 쪼으다보니 긴장하다가 심장이 다 오그라들것 같은 기분이다. 다행히 나는 이딴 걸 돈 주고 보다니라는 느낌보다는 고문당하는 기분이지만 무섭고 염통쫄깃쫄깃하게 잘 본 쪽이어서 괜찮았다. 같이 본 사람은 (남자) 정말 너무 무서워하면서 울면서 봤으니까, 상대적으로 내가 담대한 사람이 된 것 같았다. 재밌었지만 고통스러워서 두 번은 못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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