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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008의 게시물 표시

영화 아빠가 필요해

혼자서 소설을 쓰는 늑대씨에게 손님들이 찾아온다. 그리고 늑대는 모두의 아빠가 된다. 작고 훈훈하고 짧지만 긴 이야기였다. 네이버에서 독립영화를 후원하는 취지에서인지 무료로 상영해주고 있었는데, 정말 재미있었다. 어색한 나레이션이 더 친숙한 기분을 느끼게 했다. 의도한 걸까. 적절한 캐스팅이다. 아이들을 맡기며 늑대를 때리는 여자들도 재미있다. 아직 이 영화를 다 이해하기에 나는 이해력이 부족한 걸까. 내가 본 것 외에 왠지 작가가 진짜로 말하고 싶은 게 더 있는 기분이 든다. 시간이 나면 다시 한번 진지하게 재감상 해보고 싶은 영화다.

푸른머리 무 3

너무 너무 갖고 싶었던 푸른머리 무 3권. 월하의 동사무소도 집에 놓고 온 나는 그래도 푸른머리 무 3권은 바득바득 챙겨 박스에 넣었다. 공부한다는 녀석의 책꽂이에 쌩뚱맞게도 만화책 세권이 있다. 한때 열심히 모으던 '삐리리 불어봐 재규어' 이후 나를 설레이게 하는 만화다. 심심할때 간단히 보고 웃어 넘기기에 아주 좋다. 이해할 수 없을듯하면서 이해되는 병맛스러움이 너무 마음에 든다. 실없이 실실 웃어보고 싶거나, 아 뭐야 돈이 아까워 하지만 괜찮은걸 이거나, 이랬든 저랬든 에버랜드 자유이용권 넘겨서 받은 소중한 책이다.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 병맛. 소장가치는 없지만 소장하고 싶은 책이랄까. 이 기분은 정말 본 사람만 안다.

영화 과속 스캔들

 오랜만에 영화를 보러 다녀왔다. 차태현이 나오는 [과속 스캔들]이라는 영화였다. 별로 인기없는 연예인, 라디오 디제이 남현수(차태현) 앞에 나타난 딸과 손자. 어처구니없지만 그럴싸한 설정이다. 무턱대고 쳐들어온 정남과 기동이를 떼어내려고 하는 현수. 그 와중에 벌어지는 이런저런 헤프닝. 가족의 탄생. 코믹스런 요소가 적절히 배분된, 억지스럽게 끌어내는 웃음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웃음을 끌어내는 영화다. 오랜만에 꽤 재밌었다.  출생배경 때문일까, 기동이의 나이답지 않은 성숙함이 우습기도 하지만 마음이 아프다. 아빠가 DJ고 딸은 가수 지망생에 엄청난 실력을 보유, 손자는 피아노 신동. 뭔가 짜여진 것 같고 너무 순탄하게 흐르는 흐름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열다섯살에 임신을 시키고, 30대의 나이에 딸과 손자가 생긴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있을 수 있는 일이기는 하지만 무난한 일은 아니기에, 큰 고비가 없는 이 영화는 그다지 조마조마함은 없다. 말 그대로 살짝 뭉클하고 많이 재밌는 영화다. 언제 어느때든 부모님과 자식의 정이라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공감대를 형성하기 때문에 이 의도된 감동은 별로 마음에 와닿지는 않는다. 그보다 영화를 보는동안 OST를 팔기 위해 만든 영화인가 라는 생각이 간간히 들고는 했다. 결론적으로 나는 오리가 공짜 예매권을 가져왔기에 그다지 아깝지 않게 봤지만, 결코 싸지 않은 관람료를 내고 보기에는 조금 부담스러운 영화이기도 하다. 가볍게 보고 즐기고 작은 감동을 느끼고 조금 훈훈해지고 싶다면 봐도 되겠지만. 그건 본인의 선택. 하지만 한국영화니까 이 정도면 봐줘도 나쁘지 않지 않을까?

매콤달콤 버섯 계란말이

남동생 수능도 끝났겠다, 굳이 뭔가를 만들어주고 싶은 생각이 안드는 요즘이었습니다. 제가 송이버섯을 좋아하는 관계로 언제나 냉장고엔 송이버섯이 가득-!! 일전에 시장에서 송이버섯을 한 박스 사가는 어머니를 보며 사람들이 장사하느냐고 물어보셨다지만... 그렇게 제가 좀 버섯을 많이 좋아라합니다. 저녁에 일찍 자면 당연히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법이지요. 오늘만은 왠지 아침밥 만들기 귀찮은 기분의 어머니를 대신해서 20년간 계란말이만 말아 온 계란말이의 달인 '오뎅 쿰쿤선생'이 오늘은 오랜만에 새로운 계란말이를 말아보았습니다. ☆ 매콤달콤 버섯 계란말이 만들기 ☆ 재료는 이래요! 새송이버섯 1개 ( 사진엔 두 개 인데, 달걀에 비해 많을 것 같아서 한 개를 뺐어요.) 달걀 4개. 고추장 소스. ☆ 소스 만들기 ① 고추장을 반숟가락 덜어냅니다. ② 먹다 남은 사이다를 뚜껑만큼 따라서 넣습니다. ③ 설탕을 티스푼으로 한 스푼 넣습니다. ☆ 계란말이 만들기 ① 달걀을 잘 풀어서 소금으로 간을 한 뒤, 예열한 후라이팬에 부어 줍니다. ② 약불로 달걀을 익혀서 표면이 촉촉하게 충분히 익었을 때, 버섯 썰은 것을 나란히 펴서 깔아줍니다. ③ 버섯 위에 만들어 둔 소스를 발라줍니다. ④ 달걀을 잘 말아줍니다. 말면서 좀 전에 남은 계란물을 계속 부어 차곡차곡 말아줍니다. ⑤ 남은 달걀을 얇게 부쳐냅니다. ⑥ 남은 버섯을 볶아서 남은 고추장 소스를 발라줍니다. ☆ 완성 매콤달콤하고 담백하고 쫄깃한 계란말이 완성. 버섯은 얇게 부쳐낸 계란에 싸서 먹어도 맛있어요.

영화 터미널

오랜만에 재미있는 영화를 봤습니다. 뭐, 이래저래 저는 영화관에 안간지를 오래되어서 나한테 영화를 선물해 주는 좋은 친구는 [채널CGV]씨죠. ㅋ 아버지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통 안에 재즈를 담아 미국에 온 주인공은 자신의 나라인 코스타리카가 전쟁에 휩싸인 탓에 입국불가 조치를 당합니다. 매일 매일 서류를 제출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입국불가의 붉은 색 도장이죠. 그래도 그는 포기하지않고 63번 게이트에 살면서 기다리고 기다립니다. 공항 안에서의 그는 자신의 능력만으로 여러사람에게 인정을 받고, 그 인간성으로 사람들에게 친숙해져갑니다. 9개월여를 공항에서 보낸 그는 코스타리카의 전쟁이 끝난 뒤에야 여러 사람의 환호성을 배웅으로 공항을 떠나 맨하튼에 가서 사인을 받는 데 성공합니다. 사인을 받는 것은 정말 간단했습니다. 고작 사인이지만, 무려 사인을 받기 위해 그가 보낸 시간은 엄청났죠. 로맨스가 이뤄진 것도 아니고 대단한 엔딩도 아니었지만, 인간적이고 사람다웠던 그의 행보와 그에 어울리는 심플한 엔딩이 마치 잔잔하게 밀려드는 따뜻한 바람과 같이 제 마음도 따뜻하게 만들어주었습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2008년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따뜻한 마음을 선물해 줬네요. 참 좋은 영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