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영화를 보러 다녀왔다. 차태현이 나오는 [과속 스캔들]이라는 영화였다. 별로 인기없는 연예인, 라디오 디제이 남현수(차태현) 앞에 나타난 딸과 손자. 어처구니없지만 그럴싸한 설정이다. 무턱대고 쳐들어온 정남과 기동이를 떼어내려고 하는 현수. 그 와중에 벌어지는 이런저런 헤프닝. 가족의 탄생. 코믹스런 요소가 적절히 배분된, 억지스럽게 끌어내는 웃음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웃음을 끌어내는 영화다. 오랜만에 꽤 재밌었다. 출생배경 때문일까, 기동이의 나이답지 않은 성숙함이 우습기도 하지만 마음이 아프다. 아빠가 DJ고 딸은 가수 지망생에 엄청난 실력을 보유, 손자는 피아노 신동. 뭔가 짜여진 것 같고 너무 순탄하게 흐르는 흐름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열다섯살에 임신을 시키고, 30대의 나이에 딸과 손자가 생긴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있을 수 있는 일이기는 하지만 무난한 일은 아니기에, 큰 고비가 없는 이 영화는 그다지 조마조마함은 없다. 말 그대로 살짝 뭉클하고 많이 재밌는 영화다. 언제 어느때든 부모님과 자식의 정이라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공감대를 형성하기 때문에 이 의도된 감동은 별로 마음에 와닿지는 않는다. 그보다 영화를 보는동안 OST를 팔기 위해 만든 영화인가 라는 생각이 간간히 들고는 했다. 결론적으로 나는 오리가 공짜 예매권을 가져왔기에 그다지 아깝지 않게 봤지만, 결코 싸지 않은 관람료를 내고 보기에는 조금 부담스러운 영화이기도 하다. 가볍게 보고 즐기고 작은 감동을 느끼고 조금 훈훈해지고 싶다면 봐도 되겠지만. 그건 본인의 선택. 하지만 한국영화니까 이 정도면 봐줘도 나쁘지 않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