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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여행의 재료들' 리뷰

도서 <여행의 재료들>은 다 읽은 후 방구석에 세워진 채로 하루하루 먼지만 쌓여가는 나의 기타 '부농부농이'를 다시금 튕겨보고 싶게 만드는 책이었다.

나는 노래에는 별로 재능이 없다. 음치는 아니지만 뛰어나게 잘 부르지는 못한다. 어려서부터 피아노 학원을 다니는 언니가 너무 부러웠고 막연하게 나도 배우면 잘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있었다. 성인이 되어 내가 번 돈으로 직접 산 나만의 피아노가 생겼지만, 현실을 맞닥뜨리고 나니 나에겐 피아노의 재능이 없다는 걸 깨닫게 됐고 피아노는 새로운 주인을 찾아 떠나버렸다.

20세에 접어들고 대학 진학을 하지 않은 대신에 이런저런 일들을 하고 살았는데, 지금은 어쩌다 보니 게임을 만들고 있다. 선택과 집중. 나같이 평범한 사람이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을 수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취미로 치던 기타를 친구에게 팔아버렸다. 그리고 얼마 후, 영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보고 '생선가게 뮤지션'에 심취해 다시 기타를 샀다. 스스로를 '게임 가게 뮤지션'이라고 명명했으나 실력은 여전히 초보 딱지를 떼지 못했다. 그럼에도 아직 전주밖에 연주하지 못하는 '벚꽃엔딩'을 연습하며 언젠가 광안리 해수욕장에서 버스킹을 하게 될 날을 상상하게 되는 것이다.


도서 <여행의 재료들>은 사실 여행보다는 작가 스스로에 대한 사색이 담긴 책이다. 늦게까지 '나의 길'을 찾지 못하다가 이제야 '나의 길'이라는 것을 찾아가는 것 같은 서른네 살 어른 아이에게 작가의 '머무름'은 많은 공감을 가져다줬다. 그는 다양한 여행지를 다니지만 그것은 여행이라기보다는 그의 인생을 찾아나가는 여정 같아 보인다. 그는 잠시 머무르지만 아직 정착하지는 않았다. 나도 그와 마찬가지로 아직 정착하지 못하고 잠시 머무르며 계속 나아가고 있는 중이다.

어렵지 않고 쉽게 쓰인 문체를 읽어내리며 작가가 지내 온 나날들을 상상할 수 있다. 나는 떠나지 못한 그곳에서 새로운 경험을 쌓고 있는 그를 부러워하며 혹은 대리만족을 느끼기도 한다. 다른 여행책처럼 '나 이렇게 좋은 곳을 여행했어요. 여기 정말 좋아요!' 같은 내용이 아니라 보통은 들르지 않을 장소 - 특히 묘지 - 등을 들르며 작가의 사색과 삶에 대해 써 내려간 책이라서, 책을 읽으면서 '여행 가고 싶다'라는 생각보다는 '나 스스로에 대한 고찰'을 하게 되는 오묘한 책이다. 책을 읽었지만, 다른 여행 도서를 읽은 것처럼 떠나고 싶어지지는 않는다. 다만 내가 가진 것이 무엇이고 나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나의 오늘은 어떠한지 다시 돌아보게 된다. 나의 삶이라는 여행에서 나는 잠시 머무를 뿐, 아직 정착하지 못했기 때문인 것 같다.

음악의 도시 멜버른에서 작가가 음악을 연주하는 모습을 읽으며 그 모습을 상상하고, 곡 세 개를 연주할 수 있게 되면 광안리 해수욕장에서 버스킹을 해보겠다는 꿈을 다시 한 번 떠올린다. 구석에 놓인 기타의 먼지를 쓸어내리고 현을 튕겨 본다. 틈틈이 조율만 해주고 방치된 기타는 그럼에도 아름다운 음색을 방 안에 울리게 한다. 그래. 나도 언젠가는.


여행은 그 자체로 보상이니까.

인생이라는 기나긴 길을 여행하는 것도 어쩌면 그 자체로 보상일지도 모른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일을 만나고 새로운 요리를 만나고 새로운 환경을 맞닥뜨리는 것까지. 아주 소소하고 여느 때와 똑같아 보이지만 사실은 어제와 오늘은 다른 것처럼.

 오늘은 나의 삶이라는 여행에서 '맛있는 저녁'이라는 보상을 채워주는 걸로 하루를 마무리해볼까 한다. 아주 멀리 가지 않고 나의 주방에서도 찾을 수 있는 재료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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