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미디어 서평단 <나는리뷰어다> 활동을 위해서 책을 협찬 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AI가 음악까지 만들어준다는데, 정말 이렇게 날로 먹어도 되는 걸까?
『유튜브에서 음원 발매까지 AI 플레이리스트』라는 제목을 처음 봤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꽤 단순했다.
“이거 잘하면 날로 먹을 수 있는 거 아닌가?”
AI로 음악을 만들고, 플레이리스트 영상을 만들어 유튜브에 올리고, 반응이 괜찮으면 음원까지 발매한다. 거기에 유튜브와 스트리밍 수익까지 연결한다. 요즘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를 보면서 회사 일 외에 새로운 콘텐츠나 수익 모델이 없을까 종종 찾아보는 입장에서는 제목부터 상당히 솔깃했다.
나는 본업은 게임 기획자지만 과거 성우로 활동했고, 지금도 업무상 사운드와 완전히 떨어져 있지는 않다. 현재는 회사의 사운드 엔지니어를 관리하고 있고, AI를 실무에 도입해 기존보다 높은 생산성과 결과물을 낼 수 있도록 방향을 잡아주는 역할도 하고 있다. 최근에는 게임의 일본어 음성 수록을 직접 주도하면서 캐스팅부터 스튜디오 수록, 연기 디렉팅과 결과물 검수까지 경험하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을 단순히 ‘음악을 모르는 사람이 AI로 노래 만드는 법’이라는 관점보다는 콘텐츠 제작 업무에 AI를 어디까지 끼워 넣을 수 있는가라는 관점에서 읽게 되었다.
흥미로웠던 점은 이 책이 생각보다 ‘수노 버튼을 누르면 노래가 나옵니다’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제미나이로 가사를 만들고 수노로 음악을 생성하는 방법뿐 아니라, 채널의 콘셉트와 타깃을 정하고, 여러 결과물 가운데 사용할 곡을 골라내고, 리퍼에서 음질과 볼륨을 보정하고, 캔바와 영상 편집 도구를 이용해 유튜브 콘텐츠로 만든다. 이후에는 채널 지표와 알고리즘을 분석하고 디스트로키드를 통해 스포티파이, 애플 뮤직, 유튜브 뮤직 등에 음원을 발매하는 과정과 수익화까지 이어진다.
결국 읽다 보면 처음 기대했던 ‘날먹’과는 조금 다른 결론에 도달한다.
AI가 없애주는 것은 작업 과정이지, 판단 과정은 아니다.
오히려 음악을 수십 곡씩 빠르게 만들어낼 수 있게 되면서 ‘무엇을 만들 것인가’, ‘어떤 결과물이 좋은가’, ‘어떤 곡을 버려야 하는가’를 판단하는 능력이 더 중요해진다. 책에서도 한 플레이리스트를 만들기 위해 여러 곡을 생성한 뒤 일부만 선별하고, 다시 DAW에서 후반 작업하는 과정을 다룬다. 좋은 결과를 내려면 결국 좋은 곡을 알아듣는 귀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이 부분은 사운드 엔지니어를 관리하는 입장에서 특히 공감이 갔다. 회사에서 AI를 도입할 때도 내가 원하는 것은 ‘사람 대신 AI가 일하게 하는 것’이 아니다. 사람이 한 시간 동안 하나의 초안을 만들었다면 AI로 열 개의 후보를 만들고, 그중 좋은 것을 사람이 골라 발전시키는 식으로 전문가의 시간을 단순 생산이 아니라 판단과 품질 향상에 쓰게 만드는 것에 가깝다.
게임 개발에서도 활용할 지점은 많다. 본격적인 BGM 제작 전에 게임의 지역이나 캐릭터 콘셉트에 맞는 레퍼런스를 빠르게 만들어볼 수도 있고, 기획 단계에서 전투·마을·이벤트 등의 분위기를 전달하기 위한 임시 음원을 만들 수도 있다. 외주 작곡가나 사운드 엔지니어에게 말로 길게 설명하는 대신 원하는 방향의 샘플을 몇 가지 만들어 전달하는 것도 가능하다. 최종 상용 음원을 AI로 대체하지 않더라도 기획자와 사운드 담당자가 서로 원하는 결과를 맞춰가는 커뮤니케이션 비용을 줄이는 도구로 충분히 가치가 있다.
성우 수록을 진행하면서도 비슷한 생각을 많이 한다. AI가 사람의 연기나 디렉팅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느냐는 질문보다 중요한 것은, 어느 단계에 AI를 넣으면 사람이 더 중요한 판단에 집중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대본의 감정 분류, 캐릭터 톤 정리, 레퍼런스 구성처럼 수록 전 준비 작업에는 이미 AI가 들어갈 자리가 많다. 음악 역시 마찬가지다. 작곡 자체만 바라보면 ‘AI가 음악가를 대신한다’는 이야기가 되지만, 전체 제작 공정에서 바라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이 책의 후반부가 더 재미있었다. 음악 한 곡을 만드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썸네일, 영상, 채널 브랜딩, 유튜브 분석, 음원 유통과 스트리밍 수익까지 하나의 파이프라인으로 연결하기 때문이다. 특히 유튜브에서 만들어진 청취자를 음원 플랫폼으로 연결하고, 쇼츠나 릴스로 다시 활용하는 등 하나의 음원을 여러 콘텐츠 자산으로 재사용하는 접근은 새로운 SNS 콘텐츠를 고민하는 입장에서도 참고할 부분이 많았다.
사실 AI 시대에는 무언가를 ‘만드는 능력’의 희소성이 계속 낮아지고 있다. 이미지도 만들고, 글도 쓰고, 영상도 만들고, 이제 음악까지 몇 분이면 나온다. 그렇다면 결국 남는 경쟁력은 무엇을 만들지 정하는 사람, 좋은 것과 나쁜 것을 구별하는 사람, 그리고 만들어진 결과물을 실제 서비스와 수익 구조까지 연결하는 사람의 능력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단순한 AI 작곡 입문서보다는 AI로 음악 콘텐츠 사업 하나를 처음부터 끝까지 굴려보는 실습서에 더 가깝다.
물론 이 책을 한 권 읽었다고 당장 월급만큼의 유튜브 수익이 생길 리는 없다. 수노 버튼 몇 번 누르고 업로드한다고 알고리즘이 알아서 돈을 물어다 주지도 않을 것이다. 대신 음악 제작 경험이 없는 사람에게는 시작 장벽을 크게 낮춰주고, 나처럼 어느 정도 사운드 제작 과정을 알고 있는 사람에게는 기존 업무 프로세스를 AI 중심으로 다시 설계해볼 아이디어를 준다.
그리고 무엇보다 위험하다.
읽고 나면 정말로
“채널 하나만 만들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나 역시 지금은 게임을 만들고 사운드 엔지니어를 관리하며 성우 수록을 진행하고 있지만, 언젠가 내가 좋아하는 분위기의 음악을 만들고, 그 음악을 게임 밖의 하나의 콘텐츠로 만들어 유튜브와 음원 플랫폼에 올리는 것도 충분히 해볼 만한 실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목을 보고 기대했던 ‘날먹’은 아니었다. 하지만 AI 덕분에 예전 같으면 시작조차 하지 않았을 일을 “일단 한번 해볼까?”라고 생각하게 만들어주는 것. 어쩌면 지금 시대의 진짜 날먹은 그것인지도 모르겠다.
#한빛미디어 #유튜브에서음원발매까지AI플레이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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