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직히 기대 이상이네! "
모든 것이 뒤집힌다는 카피라이트와 걸맞는 반전과 주인공의 기복이 흥미로운 영화였다. 솔직히 영화의 주연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밋밋한 인상을 가지고 있는 주연 배우 '김다미'는 기대 이상으로 어마어마한 연기력을 보여준다. 예고편에서는 기억을 잃은 순진무구한 표정들만을 조명해주는데, 만약 그녀의 신들린 연기의 한 부분만 보여줬더라도 이 영화를 예고편만 보고 깎아 내리는 사람들은 훨씬 줄어들지 않았을까 싶다.
영화를 보러 가면서도, 극장에서 앉아 광고를 보며 기다리고 있을 때도 혹여 이 영화가 예고편이 전부인 그런 영화면 어떻게 하지라는 걱정을 했었는데, 웬 걸. 1500:1의 경쟁률을 뚫고 주연의 자리를 차지한 배우가 연기하는 '자윤'은 얼굴의 근육 하나 하나까지 움직이는 놀라운 연기력을 보여준다. 정말 미세한 그 표정 연기가 영화에 더욱 몰입하게 만들었다. 저 순진무구한 얼굴 어디에서 그런 광기를 예측이나 할 수 있을까.
이 영화의 반전은 '찾았다!'가 아니라 '찾아내게 했다!'이지만, 자윤의 신들린 광기 어린 연기 또한 예고편을 보고, 줄거리를 보고 이 영화를 보고 온 사람들에게 어마어마한 반전을 선물했으리라 본다. 만약 예고편에서 자윤의 광기어린 모습을 조금이라도 보여줬다면 그녀의 연기력에 대한 기대 이상의 효과는 반감 되었을지도 모른다.
러닝타임 125분동안 사실 초반 60분은 좀 지루한 전개다. 기억을 잃은 자윤의 평범한 삶을 조명하고 있기 때문인데, 뒤에 가서야 그녀의 행동 하나 하나가 본인을 위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친 부모를 찾으려고 하는 것이나, 어머니가 치매라는 것을 알고 알츠하이머 관련 자료를 찾는 것이나... 아주 똑똑한 그녀가 일부러 흘린 흔적들의 일부 였다는 것을 알고 나면 정말이지 놀랍다. 관객이 영화를 보면서 그대로 받아들였던 모든 것이 하나씩 뒤집히는 과정에서 놀랍고 또한 즐겁다.
닥터백을 만나 자신의 기억을 찾는 과정 - 사실 찾았다라고 말하는 게 맞을까 - 부터 보여주는 그녀의 본색을 드러내는 연기와 광기는 흠을 찾기가 어렵다. 친구와 부모님 앞에서는 더없이 순진무구한 그녀의 연기 덕분에 시설 사람들 앞에서 보여주는 표정들과 드러 내는 성격들이 더욱 반전 매력을 갖게 되는 게 아닌가 싶다.
뇌과학이 어디까지 발달하면 저런 게 가능한지와 저 아이들이 디테일하게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흐름상 빠져 있어서 아쉬움이 있다. 그리고 자윤의 말에 의하면 닥터백이 모두를 죽이려고 했기 때문에 살기 위해서 폭주하고 탈주했다는 이야기가 되는데, 왜 귀공자를 비롯한 아이들은 회사에 충성충성을 하는 건지 끝까지 밝혀지지 않기 때문에 관객 입장에서는 생각하면 할수록 미련과 의문이 남는다. 가차없이 일가족을 죽이고 화원을 불태웠던 귀공자와 아이들이 왜 자윤을 찾으러 갔을 때 그 쪽 가족들은 해치거나 죽이지 않은 것인지. 충분히 그럴 수 있는 명분도 힘도 있었는데 말이다. 사실은 기억을 잃었다는 설정이 가짜일 경우, 부모님을 해치면 빡 돌아서 자신들이 전부 당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라고 하기에는 후반부의 귀공자의 태도는 자신이 자윤을 충분히 이길 것이라고 믿는 것 같기 때문에 설득력이 부족해 보인다.
아쉬운 점은 귀공자의 말대로 처음부터 노리고 타겟을 잡은 새 부모님이 자윤을 정성스럽게 키워 주었고 그런 그녀도 부모님을 아끼는 것으로 보이는데, 자신을 '찾아내게 하기 위해서' 위험한 사람들을 집까지 끌어들였다는 것이 아쉽다. 결과적으로 귀공자가 그녀의 부모님이나 친구를 건드리지는 않았지만, 맥락상으로는 충분히 위험에 빠지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사실 새 부모님을 우연히 발견한 게 아니라, 노리고 그 곳으로 찾아간 것이라는 점이 영화의 반전 중의 하나인 부분이기에 관객을 속이기 위해서는 순진무구한 그녀가 집으로 돌아갔고 귀공자 일행이 그녀를 쫓아 집까지 간다라는 과정이 필요했겠지만 말이다.
중 후반부의 화려한 액션이 시원시원하고 멋졌던 것도 사실이지만 초반의 지루함 역시 간과할 수 없는 단점이기는 하다. 느긋한 시골소녀의 일상에 조명을 하기 위해서 느긋하게 끌고 간 것은 좋았으나 그 흐름이 너무 느슨하지는 않았나 싶다.
자윤이 TV에 나와서 염력을 사용하는 부분을 TV로 보고 표정이 굳는 자윤의 부모님 앞에서 자윤이 상금만 타면 끝이라고 설득하는 과정에서 이미 그녀의 힘을 부모님이 알고 있다고 짐작을 할 수 있다. 영화의 끝부분에서 자윤의 아버지가 하는 말처럼 그녀가 어렷을 때 소를 죽이고 난동을 피운 적이 있었고, 그 과정에서 부모님이 그녀의 힘을 알게 되었으리라. 박사의 말대로 그녀는 '폭력적'으로 만들어진 존재니까. 그럼에도 엄마가 이쁘게 키우면 이쁘게 자란다고 말했다라는 부분에서 그 과정에서 자윤이 부모님에게 애정을 갖게 되었다라고 설득할 수 있지만, 그 과정을 대사가 아닌 영상으로 보여줬다면 좀 더 설득력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아무튼 영화는 정말 재미있었고, 반전을 알고 다시 보는 것도 하나 하나 흔적을 찾아가는 재미가 있어서 즐거울 것 같다. 다음 편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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