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의 힘을 믿으면 정말로 행운이 찾아올까요? 그 의문을 눈 앞에서 비주얼로 보여줌으로써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마음에 대한 희망을 불어 넣어주는 영화, 예스맨입니다. 오랜만에 제 가치관과 맞고 재미있었던 영화이기에 신경써서 포스팅해볼까 합니다.
평범한 은행의 대출 상담원인 칼은 부정적인 사고의 남자입니다. 모든 질문에 노 혹은 무리야 힘들거 같아 등의 대답을 일관하고 핑계대고 거짓말하며 뒤로 빼기 좋아하는 사교성 마이너스에 아내에게도 이혼당한 매력없는 남자죠. 친구에게도 걸핏하면 거짓말을 해댑니다.
" 그 바쁘다는 일이 설마 DVD 가게에서 줄을 서서 대여를 기다리고 있는 건 아니겠지? "
란 친구의 말에 자신이 아닌척 입만 오물오물하는 모습이 처량하고 딱하기 그지없습니다.
평범하고 지루한 그의 일상에 어느날 옛 친구가 찾아옵니다.
썩 반가워하지도 않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하지도 않는 칼을 붙들고 친구는 YES에 대해 말해줍니다.
그리고는 은행 유리를 돌을 던져서 깨고 도망갑니다.
" 예스의 힘을 믿어! "
된다고 하는 긍정은 좋지만, 유리를 깨도 좋은 건 아니겠죠...
어째서인지 아내에게는 이혼당하고 친구에게는 거의 절교수준. 여자에게는 인기가 없고 사교성도 거의 마이너스. 5년째 승진도 못하는 이 불행한 남자는, 자신이 은행 일을 그만두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안도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뭐, 승진에 미련을 가지고 있는 것은 여전하니 안도는 아니고 마지못해 만족하며 살아가고 있었죠.
그리고 어느 날, 그는 친구가 소개했던 예스교(교라고 밖에 적절한 이름이 없군요)에 갔다가 교주님에게 호되게 당합니다. 우주와의 약속이라며 허풍을 떠는 교주님에게 속고 속아서 심장마저 쫄깃하게 오그라든 칼은 그 집회 이후에도 '예스'를 내켜하지 않습니다.
저라도 이런식으로 멱살잡히고 얼굴 붙잡히고 저 교주님과 얼굴을 입술이 닿을락말락 할 정도로 가까이 하며 이야기를 나눴다면 당장 뒤돌아서서 침을 뱉거나 토할지도 모르겠어요.
아무튼 '예스'를 믿을 수 없는 칼을 따라 온 친구가 부추겨서 마지못해 '예스'를 말한 칼은 노숙자를 태워주고 삥까지 뜯긴 채 깊은 공원 한가운데에서 기름 떨어진 차에 주저앉게 됩니다. 노숙자가 오는 내내 전화기를 써버려서 배터리는 안녕-하고 나가버린지 오래고 덕분히 구조 전화조차 못한 칼은 기름통을 들고 터덜터덜 걸어 내려옵니다.
그리고 그 덕분에 성격 화통하고 귀엽고 사랑스러운 앨리슨을 만나게 됩니다.
칼은 그녀와의 만남 이후로 '예스'를 신봉하게 되죠.
골치아픈 일 피하기 바쁘고 인간관계도 스리슬쩍 넘어가며 아슬아슬 외줄타기를 하던 칼은 그때부터 바뀌기 시작합니다. 애인있는 여자에게 추근대다가 그 여자의 애인과 싸움이 붙기도 하죠. 거의 두들겨 맞기만 하지만, 그래도 그는 신이 나 보입니다.
불 구경 다음으로 재미있다는 싸움 구경을 하던 남자는 빗나간 칼의 주먹에 얻어맞고 억울해하지만,
" 거기 서 있던 게 잘못이야. "
라는 말에 딱히 반박할 말을 찾지 못합니다.
싸움구경이나 불 구경하다가 피해를 입으면 내 잘못이군요. 조심해야겠네요..
긍정의 파워를 얻은 칼은 번지점프도 배우고 한국어도 배우고 기타도 배웁니다. 그리고 매일 매일 건네주던 전단지를 사납게 팽개치던 그는 전단지를 받고 공연을 보러 갔다가 앨리슨을 다시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그는 그녀로 인해 다시 한번 예스파워를 실감하게 되지요.
그녀의 공연에서의 주안점은 그녀들의 몸동작이나 의상, 목소리, 반주 등이 아닙니다. 바로 가사입니다.
밤 11시 이후에 전화하지마, 싫으니까. 네 전화만 기다리는 내가 아냐.
하지만 10시 59분은 괜찮아.
재미있는 가사입니다. 우울한 앨리슨의 표정을 보며 들으니 더욱 재밌으면서 간절해지는군요.
엘리슨과 함께 하면서 그의 인생에는 활력이 가득찹니다.
정말 날아오를 것 같은 기분의 나날이군요.
거침없이 대출도 팡!팡! 해주는 예스 대출맨이 되었습니다. 그것도 소액 대출!
오토바이를 사기 위한 대출과 비료개발 비용을 위한 대출, 장난감을 개발하기 위한 대출 등등...
처음엔 반대하던 그는 예스맨이 된 이후로 모든 대출에 예스를 합니다.
그리고 그로인해 상사에게 불려가게 되지요.
그러나 예상외로 그의 소액대출은 연체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은행은 이익을 얻게 됩니다. 그래서 상사는 칼을 임원에 넣게 되지요. 승승장구의 예스파워입니다.
그렇게 만사 부정적이던 칼은 예스파워를 얻은 뒤, 승진도 하고 여자도 생기고 친구랑도 사이가 좋아지고, 친구 마누라도 좋아해주고 길 가던 여자도 호감을 가지고, 이혼해서 집 나간 마누라가 다시 돌아오는 멋진 남자가 됩니다. 그런 그의 곁에는 언제나 앨리슨이 있었죠.
친구같은 은행 상사와 되지도 않는 농담따먹기를 하며 친해지고, 그의 취미인 코스프레 파티에도 가게 됩니다. 처음 참가한 해리포터 파티에서는 밤새도록 시리즈 DVD를 시청하는 파티원들에게 질려 도망치듯 빠져나오게 됩니다. 적절한 코스튬입니다. ㅋㅋ 아이옷밖에 없었다니, 짐캐리에게 어울리는 발상의 개그입니다. 이후 그는 임원으로 승진하여 '300' 코스튬 파티를 하는 상사에게 해고통보를 알리러 갑니다. 그의 두번째 파티 참가였지요. 이때의 상사는 정말 안습이었습니다. 그 몰골이란...
친구 신부의 신부파티를 위해 찾아 간 명품관에서 만난 한국인 수미의 불만에 한국어로 상담을 해주는 칼. 그 와중에 자살하는 사람이 등장하자, " 자살한대요! " 라고 다급하게 한국어로 외치는 칼은 너무나 친근했습니다. 역시 언어라는 것은 대단해요.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에서 '한국어' 부분 때문에 급 친밀도를 느꼈을거라고 짐작해봅니다.
난간 위의 그대여~ 라는 노래를 부르며 음악으로 사람을 달래서 살린 칼.
그는 이 일로 영웅적 이미지까지 얻게 됩니다.
세상은 커다란 놀이터고 어른이 되면서 노는 법을 잊어버리는 것 같다는 앨리슨의 말에 내키는 대로 즉흥적으로 놀아보기로 결정한 칼은 당장 출발하는 비행기에 올라 쌩뚱맞은 나라에 도착합니다.
닭 공장을 견학하는 장면은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그런 디테일한 설명이라니, 가르치는 분이 좀 짱이신듯.닭 목을 자르는 데에서 '쿨럭'해서 기절해버리는 칼. 두고두고 놀리는 앨리슨.
쌩뚱맞은 분장하고 응원하기.
그러나 그런 그의 행동들은 나라에 오해를 사게 되어서 간첩의 혐의를 받게 됩니다.
북한 공작원이냐는 말이 가장 웃겼어요. 쟤들도 뭔가를 알긴 아는가보네요.
거기에서 나타난 칼의 변호사이자 그의 친구가 앨리슨이 듣는데에서 '예스맨과 예스교'에 대해서 언급하게 되고 LA에 돌아오기 전 함께 살고 싶다고 말했던 앨리슨의 말에 했던 대답이 의무적이었다는 결론을 내린 그녀는 충격을 먹고 사라집니다.
매력적인 남자가 되어서 돌아 온 칼. 그를 떠났던 그의 전 부인도 다시 그를 원하게 되지만, 이미 그의 마음 속엔 앨리슨 뿐입니다. 자고 가라는 전 부인의 청을 거절했다가 돌아오는 내내 뭔가 불행해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자, 그는 예스교의 교주를 찾아갑니다. 그리고 함께 교통사고가 납니다.
친구의 말에는 아랑곳않던 칼은 교주가 같은 말을 해주자 확신을 가지며 병실을 나섭니다. 친구가 자신도 똑같이 말했다고 억울한 표정으로 주장하지만 교주는 고개를 내젓지요. 믿음의 힘이란 건 이런 거군요.
남자 간호사 친구에게 오토바이를 빌려 앨리슨에게 달려가는 장면은 정말 명장면입니다. 휘날리는 병원복 뒤로 알몸의 엉덩이 골이 적나라하게 비춰지는 것은 다시 생각해도 웃음이 나오는 장면입니다. 문화적으로 병원 환자복이 한국과 다르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조건적인 예스맨이 아니라 긍정의 힘을 믿고 자신의 의지로 판단하는, 진정한 예스맨이 된 칼은 앨리슨과의 러브모드 진입에 무사히 성공합니다.
친구 신부의 신부파티에서의 모습이라던가 여러가지에서 보이는 그의 한층 밝아진 대인관계와 마인드는 본받을만 합니다. 언제나 웃고 살고 언제나 즐겁게 살아보자는 게 모토인 제 가치관과 잘 맞는 것 같은 영화로 오랜만에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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