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영화 쌍화점 - 스포일러 있음


내일은 모처럼의 풀근무 날이기 때문에  일요일날 보기로 했던 쌍화점을 오늘 보러 갔습니다. 말이 많은 영화이죠. 이걸 보고 싶었는데 남자친구의 취향을 따라서 '마다가스카2'를 먼저 보는 바람에 쌍화점을 보고 싶은 마음으로 네이버 검색을 해서 리뷰 몇 개를 훑었습니다. 놀랍게도 리뷰들의 내용은 짜고 쓰기라도 한 듯 '조인성 엉덩이'에 대해서 이야기가 많았죠. 다 여자분 블로그였었나 봅니다. 저도 그 리뷰를 읽고 가서 그런지 조인성 엉덩이를 유난히 바라보고 온 것 같네요.(웃음)

이제부터는 이 영화에 대한 미리니름(스포일러)이 포함될 수 있습니다. 이 영화를 보실 분은 이 점 유념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이 영화는 원의 지배를 받던 고려의 왕 '공민왕(주진모)'과 그가 총애한  호위무사 '홍림(조인성)'. 그리고 원에서 시집 와 남편 잘못 만난 탓에 독수공방 하고 있는 귀여운 '왕후(송지효)'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합니다.

영화는 왕과 함께 하는 홍림의 모습을 보여주며 둘의 특별한 관계에 대해서 관객에게 알려줍니다. 물론 영화를 보러 온 관객들은 대부분 인터넷이나 TV로 예고편을 보고 왔으니 짐작을 하고 있었을 거라고 봅니다. 왕과 왕후, 그리고 홍림. 이 셋 사이엔 처음부터 끝까지 미묘한 애정의 줄다리기가 진행중입니다. 다만 눈여겨 볼 점은 왕의 애정이 왕후를 향한 것이 아니라 홍림을 향한다는 것에 있습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이는 여실하게 드러나게 되죠.

어린시절의 공민왕은 예쁜 남자아이들을 모아 자신만의 친위부대를 만듭니다. 그리고 홍림이 그 친위대의 대장이지요. 어려서부터 왕과 가까이 지내며 총애를 받은 홍림은 자연히 친위대의 대장이 되어 친위대를 지휘하는 위치에 서게 됩니다. 궁녀와 눈이 맞아 도망간 놈을 살려주는 나름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일도 해내지요. 그런 그를 시기하는 부총관 승기(심지호)는 ' 베갯머리 주청은 적당히 해두라.'고 충고 아닌 충고를 하고 울컥한 홍림에게 두들겨 맞습니다. 틀린 말은 아니지요. 아무튼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만큼 왕후보다 왕에 가까운 그, 홍림입니다.

공민왕은 여자를 품을 수 없는 몸, 성불구자입니다. 그래서 왕후에게 아무 것도 해줄 수 없었지요. 그러던 중 원에서 후사 문제로 또다시 압박이 들어오고 공민왕은 무서운 결정을 내리게 됩니다. 대리부이지요. 대리부로는 홍림이 발탁됩니다.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부하는 이 일로 돌이킬 수 없는 길에 빠져듭니다. 주체성이 확실치 않았고 오로지 왕에게만 몸과 마음을 다했던 홍림은 처음엔 왕후와의 관계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주저합니다. 하지만 두번 세번에 걸쳐 몸을 섞게 되면서 마음도 움직이게 되죠. '몸 가는 데 마음 간다'는 명언이 거짓이 아님을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이래서 원거리 커플들은 위험합니다. 원거리 커플 파이팅!!

다시 영화로 돌아와서, 홍림과 왕후는 몸을 섞으면서 서로에게 알 수 없는 끌림을 느끼고 결국 정분이 납니다. 송지효씨가 연기한 왕후는 귀엽고 당돌한 느낌의 '츤데레'같은 여인입니다. 서로에게 끌림을 느끼고 서고에서 다시 정을 통한 뒤, '내일 자시에 또 오겠다'라고 말하는 왕후는 너무나도 귀엽습니다. 솔직하지 못한 여인이네요. 하지만 친위대장 홍림은 바쁜 몸이라 왕의 존속을 지키는 일을 하느라 그녀와의 약속에 늦고 맙니다. 그녀는 그 일로 삐져서 친정에 가 있겠다고 하지요. 비록 왕의 명령이었지만, 왕후와 정을 통한 뒤 왕의 사람이 아닌 왕후의 사람이 된 홍림은 그녀를 위해 왕의 명령을 거역하고 역적인 왕후의 오라비를 살려줍니다. 이쯤에서 왕은 슬슬 둘의 관계를 의심하기 시작합니다. 홍림에게 새 말을 주려고 기다린 왕은 왕후를 만나러 간 홍림에게 바람맞고 저녁까지 한 자리에서 기다립니다. 그 모습이 너무 처량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우습기도 합니다. 남자이지만, 질투를 하는 여인의 모습을 하고 있는 공민왕은 이해할 수 없지만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은 기분이랄까요.

홍림의 배신을 확신한 왕은 격분하여 그를 거세시킵니다. 그를 시기하던 부총관 승기는 명령에 따라 거세를 시행하지만, 시행하면서 자신도 오금이 저렸을 겁니다. 남자라면 절대 그 장면에서 태연할 수 없을 겁니다. 본능적으로. 남자친구는 그 순간 옆에서 "내가 고자가 되다니!"라고 외치고 있었습니다.(웃음)

왕후가 임신한 것을 안 왕은 그 아이를 진짜 자신의 아이로 만들기 위해 비 오는 날 밤, 이 일을 아는 모든 이들을 죽입니다. 왕후의 재빠른 판단으로 홍림은 목숨을 구하지만, 홍림을 처단하기 위해 그를 옹호하는 다른 이들을 모조리 죽인 왕은 가짜 왕후의 목을 성 밖에 내걸고 홍림을 유인합니다. 홍림은 얼굴을 알아 볼 수 없지만, 자신이 준 향곽을 걸고 있는 목을 보고 왕이 왕후를 죽였다고 생각하고 그를 죽이러 궁으로 들어갑니다. 한편, 왕의 명령을 따르는 승기를 불러 세운 왕후는 이 일을 아는 사람은 이제 승기만이 남았고 그도 곧 죽을 것이 자명하다라고 주의를 줍니다. 그리고 광분한 왕을 말릴 수 있는 자는 승기뿐이라며 그를 꼬드깁니다. 돌대가리 아닌 이상 상황파악 끝내고 자신에게 유리한 게 뭔지 재빨리 캡쳐한 승기는 친위대에게 사실을 알려 왕을 없앨 계획을 세웁니다. 그러나 고맙게도 홍림이 나타나 왕을 대신 죽여주지요. 그리고 홍림은 승기의 칼에 죽습니다. '모든 것은 계획대로'입니다.

홍림이 돌아왔을 때 왕은 오랜 벗을 다시 만난 태도와 눈빛으로 그를 대했습니다. 그는 왕을 죽이러 온 것이었지만 말입니다. 자신을 연모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느냐는 왕의 말과 눈빛이 너무나 안타깝게 들립니다. 물론 왕에 대한 증오로 가득찬 홍림의 눈에 그의 간절함은 보이지 않았겠지요. 모질게 단 한번도 왕을 연모한 적은 없었다는 홍림. 승기의 칼에 찔려 쓰러 진 홍림은 멀쩡히 살아있는 왕후를 보고 다시 공민왕에게 시선을 옮깁니다. 눈빛으로 뭔가 알 수 없는 대화가 오고 갑니다. 왕이 진정으로 바랬던 것은 그에게 처분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그를 다시 곁에 두는 것, 그를 아무에게도 빼앗기고 싶지 않은 이기적인 애정이었다는 것을 마지막 장면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슬픈 짝사랑이네요.

영화에 대한 전체적인 평은 제목과 같이 '농후하다는 것을 제대로 보여준 영화'라는 겁니다. 제가 각국의 언더그라운드에서 돌아다니는 AV들도 봤고, 극장 개봉 영화들도 보았지만 19금 딱지 달고 저렇게 농후하고 애닳고 예쁘게 정사신을 연출한 영화는 처음 보았습니다. 저 영화의 배경이 무려 고려시대라는 것을 배제하지 않으면 자체로도 충격적인 장면 투성이입니다. 서고에서의 스탠드자세, 정자세, 그리고 아직까지 머릿 속에 남아서 떠나질 않는 69까지. 고려시대잖아요!! 이렇게 AV 저리가라 하는 디테일하고 테크니컬한 정사신은 좀 기가 차면서도 감동입니다. 붉은 색과 살 색, 그리고 호흡. 감독님 정말 대단하십니다. 귀여운 왕후님과 홍림의 격렬하면서도 부드럽고 현실적이면서도 천박하지 않은 씬 연출은 이 영화가 다른 19금 영화와 차별받을 수 있는 장점이라고도 생각합니다.

숨이 턱턱 막히는 왕후와 홍림의 정사신도 있었지만, 컬쳐쇼크를 일으킨 왕과 홍림의 정사신도 있었습니다. 감독님, 이거 이렇게 대놓고 디테일해도 되는건가요?! 개인적으로 호모포비아도 아니거니와 ......인데 이렇게 대놓고 관능적으로 묘사해놓은 것을 보니 골이 띵하네요. 보는 내내 정말 두 배우가 대단하다는 생각 밖에 안들었습니다.

인물들간의 감정 표현이 정말 미묘하고 애틋합니다. 안타깝기도 하고요. 영화를 보지 않고 이 글을 보셨다고 해도 반드시 영상으로 감상을 하시길 권합니다. 주진모씨 노래 부르는 게 어색한 거 말고는 훌륭합니다. 진지해야할 부분에서 코믹스러웠던 부분이 꽤 있어서 별 점은 하나 뺐습니다. 이제껏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아름다운 연출이 돋보이는 정사신을 볼 수 있는 삼각관계의 고려시대 연애드라마, 쌍화점입니다.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샷시문, 유리문, 현관문 방화문으로 교체비용, 방화문으로 바꾸는 가격

샷시문 방화문으로 교체. 유리문 방화문으로 교체. 현관문 철문 교체. 현관문 철문 가격. 내가 왜 이런것을 알아보았느냐면, 우리집에는 현관문이 2개가 있다. 1층 현관문과 2층 현관문. 2층 현관문은 보시다시피 알루미늄 샷시에 유리가 끼워져있는 매우 부실한 현관문이다. 물론 1층에도 현관문이 하나 더 있기 때문에 크게 신경쓸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여기는 지금 안락동집처럼 외부 창고같은 것이 없기 때문에 택배를 받기가 애매해서, 부피가 큰 택배를 받을때 1층 현관문을 열어두기 위해 2층 현관문을 보강할 필요가 있었다. 우리집 문의 크기는 아래와 같다. (cm) 문틀포함 문높이 171 / 문틀포함 문폭 76 문틀비포함 문높이 172 / 문틀비포함 문폭 69 문틀면 폭 5~6 문윗 스틸 폭 10 / 문옆 스틸폭 7 / 문가운데 스틸폭 10 / 문아래 스틸폭 50 문윗유리 가로 54 / 문윗유리 세로 69 문아랫유리 가로 54 / 문아랫유리 세로 30 안락동집 근처 문마트라는 곳에 가서 사이즈와 사진을 보여주고 견적을 받았다. 지식인은 물론 카페와 블로그, 각종 사이트 등에서 나와 같은 경우를 찾아 보고 엄청나게 알아보았으나, 다들 교체비용이 40~50만원이 든다고 하더라. 집근처에 문마트가 있다는 걸 떠올리고 직접 견적을 내러 가보니 문틀 포함해서 시공비까지 27만원이라고 했다. 샷시문 철문으로 교체, 현관문 철문으로 교체하는게 27만원이면 충분하다. 주문하고 맞춤 제작이 들어가기 때문에 시공 완료까지 일주일정도 소요가 된다고 한다. 나 말고도 막막하게 인터넷으로 알아보는 사람들을 위해서 정보 공유차 글을 올려본다. 불안에 떨지말고, 문을 철문, 방화문 교체하는거 크게 비싸지 않다. 한달 월세만큼이면 충분하니 집주인하고 상의해보거나 해서 부산분이라면 교체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물론 철문이라고 해도 문에 틈이 있으면 장도리로 뚫리고, 홀커터로 털릴 수도 있는거라 완전한 안전지대는 없지만, 그래도 마음은 편안하지 않은가. 더

천주교 성경책 구입

수요일 교리를 마치고도 봉사자님께 질문을 드렸었지만, 천주교는 개신교와는 성경이 다르다. 사실 나는 9월 말에 프리마켓에서 중고로 구입한 '개신교 성경책'이 있다. 그때만해도 내가 몇주 뒤에 성당에 다니게 될 거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않았으니까, 교양서 읽듯이 읽어보려고 샀었다. 하지만 '우리말 성경'이라고 해놓고서 번역이 엉망진창이라 이해하려고 노력하다가 포기했다. 제대로 보지 못하고 구석에 처박힌 개신교 성경은 뒤로하고, 천주교 성경이 필요했다. 인터넷에 검색을 해보니 신자의 가정에 비치해야할 물건에는, 성경책, 가톨릭기도서, 성가집, 십자고상, 성모상, 묵주 가 있다고 했다. 사실 교재 공부를 할 때도 성경이 필요해서 성경책을 하나 구입하려고는 했는데,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달랑 대,중,소에 1단, 2단 이렇게 쓰여져 있는데 무슨 소린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지퍼가 있고 없고만 알아들을 수 있었다. 아무래도 곁에 두고 자주 읽을 책이니 직접 보고 결정하기로 마음 먹었다. 천주교 수영성당으로 향했다. 2단으로 된 성경책을 사가지고 왔다. 재미있게도 이 성경책은 모든 곳에서 판매가가 29,000원이다. 오프라인이든 온라인이든. 신기한 일이다. 세로 22cm, 가로는 15.5cm 정도 된다. 2단이지만 폰트가 깔끔하고 읽기 편하게 되어 있다. 굵기도 적당해서 수시로 펴고 읽기에 좋았다. 개신교 성경처럼 화려하지도 장식이 있지도 않지만, 표지는 감촉이 좋고 책장 넘김도 좋고 책갈피 줄도 두 줄이나 있다. 크기도 딱 적당하다. 매우 마음에 든다. 이렇게 나의 첫 신앙물품은 당연하게도 성경책이 됐다. 교회 공용으로 사용하는 성경이 있다니. 이것도 천주교라서 가능한 걸까. 내가 구입한 책은 2017년 5월 1일에 재판된 책이다. 이제 공부 준비는 충분한 것 같다. 책상 위 나와 가장 가까운 위치의 책꽂이에 성경책과 교재를 꼽아 두었다. 언제라도 꺼내서 볼 수 있도록. 사실 성경책은 그날의 독서에

화장실 문이 잠겼을 때 여는 방법

10일. 손님이 왔다가 갔다. 손님이 화장실을 사용했는데, 나중에 손님이 집에 간 뒤 들어가려고 보니까 화장실 문이 안에서 잠겼다. 이런 망할. 일단 급한대로 가까운 지하철역 화장실에 다녀왔다. 현관문에 붙어 있는 열쇠상에 다 전화를 돌렸지만, 새벽 한 시에 와 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그냥 슈퍼가서 손톱가는 것을 사와서 집에 있는 클립과 함께 진지하게 화장실 문따기를 시작했다. 우리집 화장실은 안쪽으로 열리는 타입이라 턱이 있어서 난이도가 좀 있었다. 손톱 가는 것과 클립 펼친 것과 제본 표지였던 플라스틱 접은 것으로 사투 끝에 문을 여는데에 성공했다. 문을 열고 원인을 확인해보니, 보통은 화장실 문은 잠그고서 안에서 문고리를 돌리면 같이 열리는데, 이 문은 안에서 문고리를 돌리면 열리기는 하는데 잠금은 안 풀리는 것이다. 그래서 닫힌 뒤에 밖에서는 열리지 않는 문제가 발생한다. 앞으로 손님이 올 때는 이점을 꼭 당부를 드려야겠다. 진짜 식겁했다. 아무튼 문을 따고 나서 이쪽으로 전직을 해야하는 걸까나 라는 그런 생각을 했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