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과 제자. 그리고 여고생.
영화 포스터대로 세 인물. 특히 제자인 서작가는 정말 초반엔 게이인가 싶을정도로 선생님에게 심한 집착을 드러냅니다.
가장 먼저 서작가의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는 그가 사실 가장 인상깊은 캐릭터였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꿈은 있지만 재능은 없었던 그에게 있어 선생님은 '빼앗길 수 없는 보물창고'와도 같았는지도 모릅니다.
사랑과 존경이라는 포장지로 흑심을 대충 둘러 감싸고 선생님의 수발을 들면서 자신을 감추고 있죠.
그의 유명세를 탄 글은 사실 선생님이 써준것이고 혹여라도 그게 탄로날까봐 전전긍긍하고
혹시라도 선생님에게 밉보여 진실이 만천하에 드러나게 될까봐 선생님이라는 존재에 더 많이 집착하게 되었는지도 모릅니다.
초반에 여자의 시기어린 질투처럼 보이는 그의 행동은 사실은 이런 밑바탕에서 나오는 행동이 아니었는가 싶습니다.
그가 은교에게 말했던 외로움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정이 부족하여 생긴 외로움보다는
진짜 자신과 가짜로 만들어진 자신 사이에 찾지 못한 정체성과 주체성을 갈구하는 외로움일수도 있겠습니다.
그리고 선생님.
네가 노력하여 얻은 상이 아니듯이 늙음이 내가 잘못하여 받은 벌은 아니다.
사실 이렇게 노골적으로 말했으면 보통은 상을 받은 글이 제자놈이 쓴 글이 아니겠거니 할텐데
워낙 유명한 시인이다보니 아마 확대해석해서 문학선생님이 "커튼은 파란색이었다."* 설명하듯이 받아들이겠지요..
(*커튼은 파란색이었다.
작가의 의도 : 커튼은 조낸 파란색이었다.
문학선생님의 설명 : 커튼의 파랑색은 작가의 심리적 우울증이 어쩌고 저쩌고...)
누구도 원해서 늙지는 않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그렇게 될 뿐.
영화초반부터 파격적인 박해일의 전신탈의 컷이 나옵니다만, 그것은 파격적이라기 보다는 쓸쓸하고 우울한 느낌입니다.
늙은 그가 어린 여고생으로부터 탐한 것은 성욕이 아니라, 그 젊음에 대한 가질 수없지만 그리운 간절함이겠지요.
박해일이 노인연기를 그렇게 썩 잘해낸 것은 아니지만, 확실히 영화 속의 박해일은 노인 특유의 냄새가 날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잘 나왔어요.
마지막으로 은교.
선생님의 사랑을 가득 받아 자신이 참 아름답고 소중한 존재임을 깨닫게 되는 그녀.
사실 선생님의 '은교'가 아름다운 것은 선생님이 갈망한 '젊음'이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것이겠지만 말입니다.
여고생이 남자와 자는 것은 외롭기 때문이라는 말.
사실 말만 놓고보면 참 어처구니가 없고 뜬금없습니다.
다른 형제들에게는 그러지 않지만 가끔 엄마에게 은교만 맞는다는 설정.
사랑받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은교에게 있어 그 소설은 자신이 작가로부터 담뿍 사랑받고 있음을 느낄수 있는 글이었습니다.
따뜻한 온기를 전해주어 사랑에 가까운 동경을 품었던 대상(선생님)과는 일정 이상 다가갈 수없음에
그 채워지지 않는 외로움을 채우기위해 서작가와 잤을수도 있지요.
은교 김고은 절벽이라는게 연관 검색어로 나오는데
만일 영화에서 은교가 글래머였다면 그것은 나름 반감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영화는 세월감을 참 예쁘게 그려놓았습니다.
장면 장면을 마치 동화책을 읽듯이 예쁘게 그려놓은 것도 사실입니다.
영화 은교는 예쁘고 따뜻하게 그려진 쓸쓸한 어른을 위한 동화책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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