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음이 출연한 영화라고 뒤늦게 이야기가 나오고, 영화가 개념이라는 평을 듣고 온 오리가 추천을 해주어서 보게 된 영화. 네이버 영화를 보면 정말 평이 극과 극인데, 아무리 개인 취향차이라지만 이 영화를 보고 '재미없었다, 질이 떨어진다'라는 평가를 한 사람은 졸았거나, 학창 시절 불량학생에게 당하고 살아서 그 피해의식이 있다거나, 아니면 영화를 잘못 이해한 게 아닐까 싶다.
'졸라 멋진놈'이 나타나기 직전의 샷.
그 시대에 있을리 없는 SHOW가 있는 게 옥의 티려나.
영화가 현재 내가 살고 있는 부산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서 더 친근했던 점도 물론 있을 수 있다.
인물들의 감정표현도 좋고, 현실적인 이야기의 흐름도 너무 좋았다.
다른 흥미추구형 영화처럼 겉멋든 폭력이 난무하지 않고 이른바 '다이다이'가 너무 현실적이랄까.
남고의 싸움을 지켜 본 적 없는 사람들은 미디어 매체들이 만들어 낸 환상에 남자들의 싸움은 주먹과 발차기가 오갈 것이라고 상상을 키워갔을 텐데, 그 상상을 화끈하게 무너뜨려준다. 코를 물어 뜯긴 주인공의 후배의 얼굴을 보며 웃음이 나왔다. 남자들의 자존심과 허세. 학부모 권력으로 애들 위치가 정해지는 것. 주인공 여자친구의 '나는 헤어진 줄 알았는데 걔는 아니었나봐'의 대사라거나 모여서 담배 한 대 피자고 했는데 자장면 먹으러 갔다가 두들겨 맞는 것 같은 뗄래야 뗄 수 없는 현실적인 이야기와 소재들이 보는 나로 하여금 친근하게 다가왔다. 형제많은 집안이면 늘 겪는 '다른 형제와 비교 당하기'라거나 '손 윗 사람에게 두들겨 맞기'등도 보고 있다 보면 주인공 욕먹는데 내가 더 억울하고 주인공 두들겨 맞는데 괜히 내 등골이 오싹하다. 적재적소의 대사도 재미를 끌어내는 데 한몫한다. 부산 사람 전형의 '싸우는 걸로 착각하는' 높고 빠른 톤의 대사들. 그러면서도 정겨움이 묻어나는 말들. 불량서클을 나온 학생들이 조폭이나 건달이 된 사람은 없었다라는 말도 의미있게 들렸다. 담배 한 대 핀 적 없던 주인공의 아버지가 폐암으로 돌아가시는 것도, 뒤늦게 고백하는 주인공의 안타까운 사랑표현도 인상깊었다. 무엇보다 주인공의 마지막 말이 기억에 남는다.
내가 1학년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었던 이유는...
속 만 썩이는 아들이었지만, 그 때는 아버지가 계셨기 때문일거라고 생각해본다.
부모님 살아계실 때 잘하자는 마지막 교훈을 얻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지루하지 않으면서 가볍지도 않은 재미있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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