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았다, 나빴다 라고 섣불리 판단을 내리기 어려운 영화.
영화가 끝나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올 때쯤, 나는 내가 머리가 나쁜 것일까라고 곰곰히 곱씹었다.
이런 결말이 왜 지금 이 타이밍에 나오는 거지? 라는 의문만 들었고
영화가 끝난 후에도 설마 크레딧 뒤에 해답이라도 나오지 않을까란 기대에 일어서기를 미뤘었다.
물론 오리에게 질질 끌려 나왔지만.
물론 후에 안 사실이고, 스스로도 이미 짐작하고 있었지만 친절한 해설 따위는 없었다.
참으로 불친절하구만.
스포일러가 있을 수밖에 없다.
내 머리는 너무 나빠서 어떤 내용이었는지 기억해 놓아야하기에.
간단히 말해주자면, 베드신 이상으로 색이 뭍어나는 장면들이 많이 있어 눈이 심심치 않고
핀트 어긋나지만 실소를 끌어내는 작은 개그들이 입이 심심치 않게 하고
상황이 바뀌기 전 먼저 바뀌는 배경음악이 귀를 심심치 않게 해준다.
클래식을 아는 사람이라면 조금 재미가 더해질지도 모르겠다.
전체적으로 재미없지 않다. 그러나 딱잘라 재미있었다 라고 말하기도 어려운 영화.
난 사실 처음에 전도연이 고기를 써는 동안, 자살한 여자가 전도연이었기 때문에 오해를 했었다.
영화의 초반부를 보면서, 너무 가볍게 다가가려고 했었기 때문에 오해는 상상으로 뻗어갔다.
사실 죽은 전도연이 그 집의 전 부인이고,
서우는 이정재의 딸인데 아버지와 근친상간으로 정분이 났다거나 라거나?
끝도 없이 뻗어나가는 엉뚱한 생각이 막을 내린 것은 서우의 친정엄마가 나오고 나서였으니
망상도 이쯤되면 소설 한 편을 쓸정도다.
모든 것을 다 가질 수 있었던 남자.
지나친 소유욕과 겉으로만 보이면 충분하고 만족스러운 가식으로 똘똘뭉친 그.
노력하지 않고 가진 것을 당연히 여기며 눈에 띄는 것은 더 가지려 한다.
아내가 만족시켜주지 않자, 바로 하녀에게 찾아드는 것도 그렇다.
" 꼭 당신 딸이 낳아야 내 자식은 아니지. " 라는 말이 쓰라리다.
자신보다 낮다고 판단되는 사람에겐 한없이 강하고 모질게 굴면서, 매섭게 추궁하는 이정재 앞에서
자기 딸을 지키기 위해 자신이 한 짓이라 둘러대는 친정엄마는 안쓰럽다.
질투로 인해 한없이 잔인해지지만, 가지고 싶은 것을 위해 남자를 포기하지 못하는 여주인.
서우의 연기는 '신데렐라 언니'와 겹쳐서 조금 안타깝다는 기분이 들었다.
표정 연기는 잘 하는 것 같았는데, 그 대사가...
사실 나는 딸 남이가 성격이 본래 그렇지는 않고 분명 뭔가가 뒤집어질 것이라고 기대를 했는데
안타깝게도 그녀는 끝까지 예의바른 1인으로 남아주어 내 기대를 깨뜨렸다.
뼛속까지 노예근성인 늙은 하녀가 '아더매치-'라고 외치면서도 떠나지 못하는 것이 불쌍하고
마지막에 젊은 하녀에게 안쓰러운 만류를 권할 때는 참 연기를 잘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단팥빵의 앙꼬'까지는 아니고 '찹쌀떡의 겉에 묻은 밀가루'정도는 되는 하녀의 친구도 재미있었다.
비인간적인 것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인간적이고 정상적이라고 판단되는 '이성' 하나랄까.
마지막에서 샹들리에에 붙들린 하녀에게 불이 붙는 것은 조금 억지스러운 기분이 들긴 하다.
난 좀 더 기대를 한 게 있었는데, 화끈한 복수 대신 자기의 말처럼 '꿈틀'하고 말았다.
정말 누구말처럼 치솟으려는가 싶더니 깍아내렸다.
그 이후의 장면에서 남이의 시선을 보고 그녀가 아직 그들을 지켜보고 있는 것일까라고 짐작했으나
그러면 영화가 스릴러가 아니라 호러가 되어 버리니 말도 안되는 생각이겠다 했는데,
의외로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어서 다시 생각하게 됐달까..
아무튼 초반의 자살한 여자가 계속 신경 쓰이던 나는, 내게 오리가 던진 말에 마음을 편해졌다.
" 전도연이 죽을거라는 암시었겠지. 복선같은거처럼. "
결론적으로 위에서 말한 것처럼 정말 불친절한 영화이지만,
가볍게 재미있었다 없었다를 내뱉기는 어려울 것 같은 영화.
p.s. 남말 할 처지는 아니지만, 전도연씨 몸매는 조금 실망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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