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신데렐라 백설공주 동화책 읽듯이 읽었던 이솝우화의 '토끼와 거북이.
애, 어른 할 것없이 모두 아는 이야기일텐데..
이 이야기의 맹점은 토끼가 낮잠을 자지 않았다면 거북이에게 지지 않았을 거라는 거였다.
내가 '토끼'이기 때문에 방심하지 말고 열심히 해야 '거북이'를 이길 수 있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내가 '거북이'이기 때문에 토끼가 방심하는 게 아니면 '절대' 이길 수 없다라는 그런 이야기였다.
토끼가 방심하지 않는 이상 거북이는 절대로 토끼를 이길 수 없다.
존잘이 되고 싶어서 엄청 노력을 한다고 해도, 그 존잘님이 방심한 토끼처럼 아예 손을 놓는건 아니기 때문에 결국 내가 존잘이 되었다고 해도 그 사람도 계속 존잘일거니까.
못 이긴다. 거북이는 토끼를..
차라리 이건 안되는거고 나는 여기까지는 가능하다라고 생각하는 게 세상 사는 건 더 즐거울 것 같다.
어차피 내가 토끼일리는 없지만 토끼였다고 해도 세상 사는 게 전부 즐겁지만은 않았을 거다라고 생각하면 괜찮은 것도 같고.
토끼만큼은 못 가졌어도 나는 거북이만큼은 가졌네 라고.
그래도 같은 거북이 중에서는 그래도 내가 조금 나은 거북이같네, 라고 위안을 삼지..
누군가는 비겁한 변명이네, 자기 위안이네, 현실도피네, 깍아내릴지도 모르지만.
예전엔 이런 생각도 했었다.
모두의 '노력'은 맞는데 내가 그 사람보다 못하는건 그 사람이 나보다 '더 노력했기 때문'이라고.
별로 인정하기는 싫지만 그렇게 생각했었는데, 그 사람이 나보다 더 노력했을 수도 있지만, 그 사람이 그냥 '토끼'였을 수도 있다.
사랑하는 것을 가질 수 없다면 가진 것을 사랑하라.
내 대외적 좌우명은 정말 현실을 직시한 일침과도 같구나라고 문득 깨달았다.
그래, 나는 소망처럼 멋지고 좋은 어항에 멋진 열대어를 기르지는 못했지만,
지금 내 사정 안에서 수반에다가 금붕어를 기를 수 있고
우연히 초등학교에서 주워 온 돌 두개를 수반의 금붕어들이 마음에 들어해주니까 나름 즐겁구나 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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