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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012


 2009년 여름, 어설픈 그래픽이었지만 한국 감성이 묻어나고 인간미가 묻어나며 재난영화를 표방한 휴먼드라마인 [해운대]가 큰 인기를 몰았다. 개봉 전후로 그 그래픽에 대해서는 왈가왈부 많이 씹혔지만, 스토리상으로는 2012보다는 나았던 것 같다. 내가 해운대에 별을 몇개 줬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아무튼 이쪽도 그래픽 외엔 크게 와닿는 게 없었으므로 별 3개.

이제까지 지구멸망 스토리는 아주 많았는데, 이건 뭔가 그럴싸하다. 혜성도 아니고 태양 폭발도 아니고 지질학적으로 핵이 녹아 대대적 지각변동이 일어난다는 설정. 아주 특이하지만 그럴싸해서 무섭다. 보면서 '2012년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저렇게 망할지도 몰라'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티칼에서 마야전설을 신봉하는 주민들의 집단 자살건이라던가, 각 종교에서 멸망을 거론했던 것을 적절히 섞어가면서 긴장감을 몰아주는데, 한가지 재미있었던 것은 종교를 막론하고 감독이 살리기로 한 사람들 외엔 다 죽는다는 거다.

서면 지하철역 13번출구에는 항상 죽을 치고 서서 예수님 말씀을 전하는 노인이 있는데, 나는 무교이고 집안이 불교이지만 나는 '예수쟁이'가 싫지 '예수님'이 싫은 건 아니기 때문에 솔직히 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의 포교활동은 그러려니 하고 넘어간다. 그런데 이 할아버지는 사람들에게 삿대질을 해가며 [예수믿어야 천국간다]라고 말하고 [불신지옥]이라는 노란 조끼를 입고 다니시는데, 과연 그 분은 어느곳으로 돌아가실지 궁금하다.

영화속의 등장인물이 [예수쟁이들이 말하던 대로 되었군] 이라고 말하지만, 정작 예수쟁이들도 다 죽어나갔으니 그들의 신은 그들을 구원해주지 않은거다. 이런 이야기도 있지. 배가 난파되어 물에 빠졌을 때 자기를 구해달라고 열심히 기도를 드린 사람은 물에 빠져 죽고, 열심히 헤엄쳐 나온 사람은 살았으니 천운을 떠나 다 자기노력하기 나름이라는 거지. 재미있는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해일이 몰아치고, 그것과 더불어 커다란 땅덩이들이 기왓장 뒤집히듯 들어올려지는 모습은 정말 가관이었다. 이 대대적 변동이 끝난 뒤엔 어쩌면 지구는 타원형이 되어있을지도 모르지.

영화를 보고 나오는 데, 앞자리 남자가 시니컬하게 중얼거렸다.

" 지가 일 벌리고 지가 수습한거네, 뭐. "

그건 사실이다.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은근 복선 아닌 복선 - 지질학자가 우연히 만난 작가에게 그 작가가 쓴 책 속의 주인공의 행동에 대해 묻는 이야기 - 이라거나. 사실 지가 벌여놓고 지가 수습하는 게 맞기도 하다. 그게 어설프기 그지없어서 문제지. 뭐 한편으로는 이 영화는 인간의 힘으로는 도무지 어떻게 할 수 없는 초자연재해니까. 지구가 통째로 흐물흐물거리며 비틀어지는 데, 그 지구 위의 사람이 뭘 어떻게 한단 말인가!

그리고 또 하나. 지각이 안정될 거라는 확신도 없는 상태에서 인간들이 만든 것은 방주였다. 우주선이 아니라 배. 물로 뒤덮인 바다를 언제까지고 헤매일 생각으로 만들었단 말인가?! 왜 만든 것이 우주선이 아니라 배인지는 아마도 제작기간이나 제작비의 문제일까. 아무튼 지구 멸망의 순간에서 나타난 게 우주선이 아니라 배라서 결국 또 '노아의 방주'로 흘러가는 구나~~ 하고 낙담을 했다.  의외로 사람들 '방주설'을 믿고 있는가보다. 이 부분에서 주목할 것은 배가 아니라 사실 그 배를 만든 중국인들이다. 와우- 역시 대륙의 힘! 2년동안 그 커다랗고 많은 배를 만들어냈다. 대단해!! 차이나!!

누가 주인공인지를 알 수 없는 이영화는 다양한 등장인물들을 요리조리 잘도 섞어 엮었다. 알고보니 누구와 누구는 이렇게 연관되어 있고 누구와 누구는 이렇게 연관이 되어 있더라, 라고. 아마 해운대와 달리 포스터에 사람이 없는 이유는 특정 누군가를 주인공으로 만들지 않은 이 스토리 때문이 아닌가 싶다. 재난 영화 속에 자잘한 휴먼드라마를 섞기는 했는데, 이 영화가 해운대와 다른 이유는 '재난부분'과 '휴먼드라마 부분'의 비율 문제겠지. 재난 부분에서는 훌륭한 그래픽으로 아주 지구를 폭삭 망하게 했지만, 휴먼 드라마 부분은 억지성이 많이 있었다. '왜?' 라는 것이 결여되어 있다고 해야하나.



산 꼭대기의 사찰을 날려버리는 거대 해일.
그래도 멋지지 않나. 마지막까지 사찰을 비우고 타종을 하는 노승의 모습은.
작은 감동이 있었다. 동승에게 마음을 비우라고 가르치는 부분도 마음에 들었고.
나는 무교이지만 어찌됐건 집안이 불교이다보니 이런 부분은 많이 와닿는다.

인상 깊었던 인물은 미국의 대통령 아저씨.
난파하는 배를 버리지 못하는 선장같은 사람. 정의로운 사람. 누군가를 떠오르게 하는 사람.



영화는 짧은 시간 안에 재난에 초점을 두어서 왜 대통령과 딸이 그렇게 사이가 나쁜지, 대통령은 왜 딸에게 용서를 빌어야하며, 딸은 왜 아버지를 미워하고 있는지에 대해 막연히 [어머니]란 단어 하나로만 엮어놓고 뒤는 관객에게 맡긴다. 지질학자의 아버지의 친구는 일본에 자식이 있는데 왜 그 자식과 마음의 거리가 그렇게 멀고 서로 가까워질 수 없는지에 대해서도 설명해주지 않는다. 그저 아버지가 아들에게 마음을 열었으나 둘이 대화를 나눌 시간조차 주지 않는 냉정함을 선보인다. 그러면서 나름 주인공이라고 할 것 같은 작가 가족에게는 많은 시간을 할애해 주는데, 그 것에서도 영 관객에 대한 배려가 없달까. 작가의 아내와 재혼한 성형외과 의사가 그저 불쌍할 뿐이다. 가족이지만 자기 가족은 아닌 것 같은 소외감을 느끼는 그 모습이 너무나 안타까웠달까. 그리고 마지막에도 너무 어이없이 돌아가신다. 사실 너무 많은 등장인물을 내보내면서 그 인물들의 이야기를 다 그려내기엔 시간이 짧았다. 물론 관객의 입장에서는 길다 못해 지루한 상영시간이었지만.

그래서 이 영화는 두서가 없다. 크고 화려하지만 공감이 가지 않는다. 감동이 없다. 훌륭한 그래픽은 있겠지만, 따뜻한 심장이 전해지지 않는다. 이제까지의 재난영화 중 설정이나 그래픽은 최고였을지 몰라도, 스토리나 감동은 이전의 다른 영화들만 못한 것 같다. 물론 '현실적이다' 라는 것에는 공감을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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