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정도에 팀을 결성했지만, 사실 맨 땅에 헤딩을 하는 나날이었다. 그나마 나에게 게임을 만드는 것을 가르친 것이 현업 프로그래머였기 때문에 조금은 괜찮았다. 하지만 그때는 너무나 무지했기 때문에 그가 말하는 것을 알아듣지도 못했고, 이해하지도 못했다. 횡스크롤 러닝게임을 만드는데, 클리어 지점을 부수어서 통과하는 무적의 인앱을 설계했다가 실제로 두들겨 맞았다. 그때는 '게임기획'에 대해서 제대로 몰랐고, 저게 왜 하면 안 되는 것인지도 몰랐다. 프로그래머는 '게임의 당위성'을 들어 안 된다고 말했는데, 나는 그 놈의 '당위성'이 뭔지 도통 이해를 할 수 없었다.
인앱의 이름은 '야옹빔'이다. 이것은 이후로 기획하는 다섯 개의 게임에 모두 등장할 정도로 내 뇌리에 꽂혀 있었다. 러닝. 슈팅. 비행. 어드벤쳐. 어떻게 그 모든 장르에 '야옹빔'을 쑤셔 넣을 생각을 했었는지 지금 생각해보면 그저 신기하기만 하다.
아무튼 나는 팀을 결성하고도 삽질을 계속하고 있었고, 프로그래머는 내 삽질을 기다리다 못해서 혼자서 디펜스 게임을 만들기 시작했다. 당시에 유행했던 '드래곤 플라이트'와 같은 슈팅게임을 만들겠다는 이야기를 하고, '한빛 미디어'의 '게임매니악스 슈팅 게임 알고리즘' 서적을 샀다. 그런데 그걸 이용해서 슈팅 타워 디펜스 게임을 만들고 있더라. 네모상자로 더미를 만들어서 깨작깨작 만들고 있는 그 게임을 보고 보다 못한 내가 그래픽을 그려주었다.
다 해놓고 좀 후회했다. 내가 그린 더미로 결과물이 한층 더 퀄이 낮아진 느낌이다. 결과적으로 기획없이 연습 삼아서 만든 게임이라서 이 게임은 빛을 보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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