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모르는 아내의 흑역사를 파헤친다는 소재로 시작한 영화. 밤의 여왕. 눈의 여왕 이런 감상적인 제목이 아니고 이름부터 화끈한 밤의 여왕인데다, 포스터도 화끈함 그 자체다.
사실 어제 감기랑 이거 중에 뭘 볼까 고민하다가 이미 예전부터 BTV 프리미어에 올라와있던 감기보다 밤의 여왕을 보기로 결정했다. 귤까먹으면서 열심히 시청함.
남자가 열심히 짝사랑하고 구애해서 둘이 이뤄진 줄 알았더니, 아주 예전부터 그는 그녀의 특별한 사람이었다.
둘이 알콩달콩 지내는 모습이, 흐뭇했었던 장면들. 호화스럽고 사치스럽지 않으면서도 소소하게 알콩달콩 달달 살림을 해나가는게 어쩜 그렇게 예뻐보였는지 모른다.
그러나 우연히 변기를 고치다가 아내가 숨겨 둔 흑역사를 찾게 되고 아내가 미국에서 그랬다고 생각한 사진들은, 친구의 말로 한국 강남이라는게 밝혀진다. 마치 '굿걸 배드걸'의 노래가사처럼, 겉으로 보이는 부분만 보고 가수 이효리가 '노는 여자'라며 질색이라고 퍼부었던 그. 그리고 자신의 아내에게도 뱉지 말아야 할 말을 뱉고 말죠.
아내의 일기장을 열기 위해서 열쇠수리공을 불렀으나, 그 열쇠수리공이 다름 아닌 JY KEY의 박진영. ㅋㅋㅋ 박진영씨 냉장고수리공과 열쇠수리공으로 까메오 출연 해주십니다. 연기욕심이 참 많으신분이에요. ㅋㅋ
그리고 생활 속 덕후, 남주 친구. 그는 왕안경을 쓰고 가게에서 실수연발, 피규어 떨어뜨리는 여직원을 핍박하고 부려먹었는데 남주의 와이프 과거를 파내다가 여직원의 반전 모습을 보고 반해서 피규어고 다키마쿠라고 다 갖다던지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래요. 연애는 탈덕을 부르는군요.
아내는 자신이 밤의여왕 렉시라는 것을 알고 의도적으로 접근한 남편 회사 거래처놈을 놀던 시절 친구들과 함께 찾아가 남편의 복수를 소소하게 해주고 잠적을 하지만, 남편은 자신이 틀렸음을 깨닫고 그녀에게 어떻게든 마음을 돌려주려고 합니다.
클럽 하나를 통째로 빌린 것에 대해서 돈이 얼마나 드는지 아냐고 핍박을 하는 귀여운 그녀.
이제 밤의 여왕이 아닌 어엿한 살림꾼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 동문회에서, 세탁기를 노리고 다시 솜씨를 뽐내는 그녀. 이번에는 남편의 응원과 환호도 한몸에 받고 있네요. 과거야 어쨌던 그녀는 당신이 지금 사랑하는 사람이고, 좀 늦게 깨닫기는 했지만, 그녀의 과거가 아닌 그녀 자체를 사랑해 준 그 남편또한 감동적이었던 재미있고 따뜻한 영화였습니다.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