뿅뿅이 근황

대림 50cc 스쿠터 커플. 애칭 뿅뿅이. 하반기에 입양해와서 열심히 타고 다녔는데, 원래 배달용이라서 범퍼가 있는 것을 제외하면 그래도 이쁘게 생긴 뿅뿅이다.

범퍼가 덜렁거려서 그거랑 라이트 수리한다고 3만원이 깨졌었고, 시동이 안걸려서 또 돈이 깨졌었고 이래저래 속을 많이 썩였다. 냉각수 보충하는데 만원. 얼마전에 엔진오일을 교체하고 냉각수를 보충했다. 중간중간에 시동이 꺼지는 문제가 있어서 많이 갔었는데, 센터 사장님은 한 돈 10만원 들여서 고쳐야한다고 하셨다. 근데 중고에다가 그정도까지는 부담스러워서 그냥 타고 다녔다.

11월 25일.
뿅뿅이의 커버가 도착했다. 꼭 맞춘듯이 딱 딱 맞아 떨어져서 뿌듯했다. 아침에 나가보면 이슬이 맺혀있는 것을 보면, 그동안 이 이슬을 다 몸으로 맞았단거다. 고생한 뿅뿅이. 이제 걱정 없을 거라 생각했다.

11월 26일.
전날 본의아니게 할리(앞바퀴 들기)를 시전하고 나서 뿅뿅이에 무리가 간 걸까. 원인이 뭘까.. 뿅뿅이가 센텀시티 지나 좌수영교 육차선 한가운데에서 멈춰 버렸다. 원인은 타이어벨트가 끊겨서... 그 시간에 센터랑은 연락도 안되었고, 개망했다. 결국 세시간 넘게 센텀시티에서 반송까지 질질 끌고 왔다. 다음날 몸살이 났다.​

11월 27일.
전날밤 센터에 스쿠터를 맡기고 집에 갔는데 오전에 전화해보니 벨트만 갈아끼운다고 될 게 아니고 속도 고쳐야한다고 하셨다. 처음에 수리비가 7만원쯤 될거라고 하셨던 사장님은 다시 전화오셔서 10만원을 부르셨다. 내가 다니던 센터는 반송시장의 J센터다. 밤토리도 그냥 벨트만 갈라고 했건만 너무나 답답했던 나는 10만원 쓰고 나면 더는 돈 쓸데가 없을거라는 돈썼는데 안 나가면 안 되지라는 말을 믿고 수리를 맡겼다.

이것이 내 스쿠터에서 교체된 부분. 내가보기엔 멀쩡해보이지만 마모가 되었다고 한다.

영수증도 받았다. 무비롤러, 벨트, 크랏지방을 교체하고 다른데도 더 손을 보았다고 한다. 수리비는 10만원이 나왔고 현찰로 드렸다.

타이어벨트를 새것으로 갈아서인지, 정말로 내부 수리를 해서인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시속 50도 겨우내던 뿅뿅이는 시속 70까지도 낼 수 있게 되었다. 사장님이 무슨 일을 하신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애가 빨라졌다. 오르막길에서도 힘이 더 생겼다. 기존에는 오르막에서 정차하게 되면 다시 출발을 못했는데, 이젠 올라갈 수 있게 되었다. 이제 모든게 끝났다고 생각했다. 그날 저녁에도 시동이 안걸려서 다시 센터에 들렀지만 내가 미숙해서 시동을 못 건다는 이야기만 듣고 돌아왔다. 아무래도 계속 마음에 걸렸다.


11월 30일.
아침에 늦게 일어나서 춥지만 스쿠터를 타고 가려고 커버를 벗겼다. 시동이 안걸렸다. 충격이었다. 일을 하러 갔다가 퇴근을 하고 사무실에 잠깐 들렀다가 다시 집으로 왔다. 온라인 바이크 동호회에 글을 썼는데, 우연히 집옆 중국집인 백리향 관계자분의 덧글이 달렸다. J센터 맞은편에 S센터가 잘 본다고 하셨다. 가게 이름대고 가보라고 하셨다. 감사했지만 바로 맞은편에 가기는 눈치가 보였다. 배달삼촌들말로는 반송2동쪽에 네네치킨 가는길에도 잘 본다고 하셨다. 일단은 다니던 J센터로 시동 안걸리는 뿅뿅이를 끌고 갔다.

센터에 가니 사장님도 난감해하셨다. 수리한 부분은 시동이랑은 관계가 없다고 하셨으나 어찌됐든 수리후부터 시동이 제대로 안 걸린다.

뿅뿅이는 계속 수리를 받았다. 이런 말하기 죄송한데 사장님은 원인이 뭔지 모르시는거 같았다...한시간여를 고쳤지만 여전히 시동 걸리는게 지지부진했다. 겨우 겨우 걸린 시동을 켠 채 탑마트에 가는 길에 거의 도착해서 또 시동이 꺼졌다. 뿅뿅이용 겨울 장갑을 따뜻하고 안미끄러운 것으로 15,000원에 샀다.

트렁크에 넣고 돌아가는길에 그 잘본다는 센터나 구경해보자하고 갔다. 가보니까 거기도 대림 대리점이었다. 명함을 받아가지고 돌아가려는데 시동이 안 걸린다. 들어가셨던 사장님이 시동음을 듣고 다시 나오셨다. 몇번 시동을 걸어보시더니 소리만 듣고도 원인이 뭔지 대충 알겠다고 하신다. 헐?? 겸사겸사 십만원 내고 수리받은 것 사진도 보여드리니, "이거 멀쩡한데 왜 다 갈았지, 벨트만 갈면 되는데..." 라고 하셨다.  " 뭐, 그집 장사수완이니 어쩔 수 없고.. " 라는 말도 하셨다. 아무래도 나는 호구당했다보다.

매번 가봤자 고쳐지지도 않는 J센터 대신 내일 오후까지 해결해놓으신다길래 그곳에 맡기고 왔다. 무려 대림서비스 지정점이다. 헐 'ㅅ' 내일 오후에 데리러 가기로 했는데, 이제 시동문제에서 좀 벗어나고 싶다. 엉엉..ㅠㅠ

카페나무에서 마을 사진을 찍은 전시회를 하는데, 우연히 내 뿅뿅이가 찍혔다. 느티나무도서관 8주년 기념 행사를 하는데 놀러갔다가 세워 둔 뿅뿅이가 찍힌 것이다. 내 뿅뿅이인지 모르고 찍었다고 했지만 알고보니 내 뿅뿅이. 뿅뿅이 주인찾기 프로젝트로 액자에 끼워진 뿅뿅이 사진을 카페나무로부터 증정받았다.

사진이 너무 이쁘게 잘나왔다. 뿅뿅이 인생사진이다. 오늘 세팅한 커피메이커+토스트 자리 옆에다가 이쁘게 장식했다. 너무 이쁘고 마음에 든다. 내일 뿅뿅이가 제발 건강해져서 돌아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