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TV를 잘 보지 않기 때문에 한참 유행이 지난 뒤에나 그런 드라마가 있었지 하고 돌이켜보는 편입니다. 그래서 좋아하는 드라마도 [태양의 여자]나 [찬란한 유산] 쯤이겠네요.
한국드라마에서는 태양의 여자를 가장 재미있고 감동적으로 보았습니다.
배우에 대한 재발견이기도 하였고, 스토리라던지 감정 라인이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도 아니고, 그렇다고 한쪽이 무조건 적인 악이 아니라 양 측에게 있어 [어쩔 수 밖에 없는] 그 상황을 너무 잘 표현해냈다고 할까요.
같은 이유로 [찬란한 유산]같은 경우도 [남보다 나를 더 사랑하기 때문에] 생기는 오해와 변명. 그 상황들을 복잡하게 잘 엮으면서도 어느 한쪽으로 감정이 치우치지 않게 잘 만든 것 같아요. 이승기에 대한 재발견이었기도 하고요.
태양의 여자는 기억이 맞다면 예전에 한번 포스팅을 한 것 같은데, 찬란한 유산은 재미있게 보고도 아직 별 말을 안했네요. 나중에 시간이 나면 포스팅 하기로 하고..
이 포스팅의 주인공은 [신의 물방울]입니다. 저를 와인의 세계에 빠뜨린 장본인이자, 솔직히 너무 오버스러운 표현에 손발이 오글오글하게 했던 바로 그 만화 [신의 물방울]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죠. 일드라는 게 요즘 유행이기는 한데, TV도 안보는 사람이 무슨 일드를 챙겨봤겠습니까. 이렇게 좋아하는 계기나 특별한 관심이 유발하지 않는 이상은 잘 보지 않기 때문에 등장 배우들이 뭐하는 사람인지도 알리가 없고, 일일히 검색해서 써 넣기도 싫으니 알아서 검색해서 봅시다.
반짝 반짝 빛나는 글래스의 로망, 와인을 다룬 [신의 물방울]입니다.
원작은 12사도와 그 중심에 서는 신의 물방울이라는 와인을 주제로 진행이 되어 가는데, 드라마는 너무 길어지면 곤란해서인지 여섯개의 사도와 신의 물방울을 주제로 진행이 됩니다.
드라마는 만화와는 다른 몇가지 특별한 점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주인공인 시즈쿠와 잇세, 둘 다 자신들의 혈연관계를 모르고 있다는 것입니다. 재밌네요.
또 하나의 관람 포인트는 [잇세의 다소 싸이코적인 와인사랑] 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보면서 정말 손발이 오글오글했습니다. '토미네 잇세'역을 맡은 배우분이 연기를 너무 잘해주신 것 같습니다. 정말 만화책에서 그 오버 작렬의 밉상 토미네씨가 탁- 튀어 나온 것 같았습니다.
반짝반짝 빛나는 와인잔. 보르도잔 같아 보이니 그 안에 든 것도 보르도 와인일까요.. (아님 말고..)
가장 부러운 장면. 저도 저렇게 와인을 잔뜩 갖고 싶습니다. 하악하악...
저걸 다 마신다니 너무 멋진거 같아요.. +ㅅ+
드라마를 보면서 와인에 대한 것도 많이 알게 되어 좋았지만, 역시나 드라마답게 사람들 감정을 풀어나가는 것이 참 재미있었습니다. 가장 재미있었던 것은 주인공인 시즈쿠의 이복형 '토미네 잇세'의 변화입니다. 차갑고 사랑을 모르고 와인에 미쳐있던 그는 [신의 물방울을 찾기 위한 대결]을 통해 조금씩 변해갑니다.차갑고 단단한 돌같았던 그가 눈매가 부드러워지고 마음이 느슨해지며 그러면서도 자기의 일에는 변함없는 애정을 가진 멋진 남자로 변합니다.
아, 정말 '토미네'역을 맡은 배우는 연기를 정말 잘합니다. 초반에 저는 이 사람 때문에 손발이 오글오글했지만, 지금은 무척 감사해하고 있어요. 솔직히 다들 조금씩은 어설픈 연기를 보여주었는데, 이 분 참 강렬하고 인상깊은 모습들을 심어주셨달까요.
만화책에서는 밉상인 낯짝으로 나오셨던 '사이온지 마키'씨가 사실은 여리고 사랑받고 싶어하는 여자의 모습으로 나옵니다. 이건 좀 낯설지만 재미있었어요.
만화책의 인상이 너무 나빠서 드라마의 '마키'씨를 보았을 때는 정말 당황했지만 말입니다.
아버지의 무덤을 찾은 잇세와 시즈쿠.
시즈쿠는 잇세의 어머니가 시즈쿠의 어머니에게 쓴 편지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함께하지는 않았지만, 아버지인 칸자키 유타카가 시즈쿠만큼 잇세를 사랑했다는 증거(?)도 보여주고요.
이때부터 사실 시즈쿠는 그를 형으로 인정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 신의 물방울의 대결에서 형제는 같은 피를 나눴다는 걸 다시 한 번 확인시키는 듯, 같은 와인을 정답으로 내밉니다. 대답도 비슷하구요. 400년동안 같은 방법으로 만들어진 와인을 가리키며, [전통-물려받는 것-이어지는 것] 이라는 답을 내놓습니다.
회가 지나면서 점점 더 부드러운 웃음을 지을 수 있게 된 이 남자, '토미네 잇세'는 아주 닭살돋게도 정답에 대해 말하면서 자신의 아이를 가진 '사이온지 마키'에게 청혼을 합니다.
놀라워하지만 이내 기뻐하며 수긍하는 그녀.
그녀의 변화도 이 드라마를 지켜보는 재미에 들어간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사실 시즈쿠를 거의 스킵한 것은 저 녀석이 별로 그닥 멋지지도 않을 뿐더러 내 취향이 아니라서가 아니라 첫회부터 지금까지 크게 변화하지 않고 원만한 곡선을 그려왔기 때문에 따로 포스팅 할 내용이 없어서입니다. 그리고 형이 다 말했고, 동생이 같은 걸 말했는 데 재방송 하기도 싫고요. 시즈쿠를 따라다니는 '미야비'에 대한 언급이 없는 것은 그 두 사람 재미 없어요. 마지막에 그녀를 닮은 와인을 만들어 보내줬다고 해도, 그런 걸로 그녀를 버리고 멀리 프랑스로 떠난 변명은 어려울 것 같네요. 흥!
아무튼 처음으로 잇세에게 형이라고 말하는 시즈쿠입니다. 확실히 형만한 아우없다고 만화책에서는 애송이 시즈쿠가 엄청 잘 해내서 이건 뭔가 비현실적이다라는 느낌인데, 드라마는 그나마 현실적입니다. 와인 여전히 비싼 건 어쩔 수 없지만.
1화와는 아주 다른 사람이 되어버린 두 사람, 잇세와 마키.
이 두사람 지켜보는 재미가 아주 쏠쏠했습니다. 차가운 잇세와 사랑받고 싶어서 원조해왔던 마키.
원작인 만화에서도 그렇지만, 드라마에서도 12사도, 혹은 6사도와 신의 물방울은 [사람의 삶]을 그리고 있습니다. 약간 철학적이면서 무겁지 않고, 진지하면서 개그스럽기도 한 재미있는 드라마였습니다. PDA에다가 드라마 넣고 본 건 이게 처음이네요. 나도 우리 부모님께 물려받았을 재능을 빨리 빨리 빛내서 이전 포스팅에서의 내 꿈을 이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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