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재미있게 봤습니다.
영화는 처음 시끄러운 교실 안에서 아이들에게, 혹은 독백인듯 말하는 여교사의 목소리로 시작합니다.
그녀는 아주 담담한 어조로 자신의 딸이 사고사가 아니라 살해를 당했으며
그 살인자 A와 B는 자기반 학생이며 이 중에 있다라고 밝힙니다.
그리고 그들이 어떻게 살해를 했는지와 자신이 어떻게 복수를 했는지 밝힙니다.
그녀가 에이즈 바이러스가 든 혈액을 우유에 타서 먹였다라는 이야기를 하고 나서야
영화가 왜 쓸데없이 애들 우유 먹는 모습을 조명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풀렸습니다.
사실 그녀의 복수가 여기서 끝났을거라 생각했는데,
그녀는 조목조목 주변사람들의 행동을 조절하여 범인들을 사지로 몰아넣습니다.
마지막에 그녀가 A가 가장 사랑하는 그의 어머니를 A손으로 죽게 만드는 장면은 소름끼치도록 통쾌했습니다.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보호를 받는 가해자로부터 피해를 입은 사람들의 억울함이,
그 억울함을 가진 사람이라면 마음속으로 한번 이상은 떠올렸을 듯한 상상.
아, 이런 부분은 [악마를 보았다]와도 비슷한 것 같네요.
영화는 여교사와, A, B, B의 어머니, 그 반의 반장의 시선에서 각자의 고백을 비춰줍니다.
반장의 고백은 사실 이해가 잘 가지 않네요.
복수를 마친 여교사도 통쾌하지만은 않았을거라 생각합니다.
모두가 윤리적인 것을 떠나, 복수를 반대하는 상투적인 이유인 '그래봤자 너(피해자)만 힘들어.' 때문에 말입니다.
제가 늘 생각하는 부분인데, 사람은 상대방을 100% 이해할 수 없습니다.
사람은 모두 다르고 같은 일, 혹은 같은 상황이라고해도 당사자에 따라 받아들이는 건 천지차이로 다를 수 있으니까요.
가장 사랑했던, 내 몸과 같았던 자식을 잃었던 여교사는
A가 가장 사랑하던 엄마를 자신의 손으로 죽이게 함으로써 통쾌한 복수를 합니다.
100%는 아니라도 99%는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것이 어떤 느낌인지.
'소중한 것이 부서지는 소리'를 들려주려면 정말 '소중한 것'을 부숴버려야 할 테니까요.
다만, 마지막 그녀가 말한 [장난이야]라는 말은. 단순하게 들리지만은 않았습니다.
'장난이야. 사실은 너의 엄마는 살아있어.' 라는 걸까요.
아니면, A가 했던 과거의 행동처럼.
'이건 모두 장난일뿐이야. 니가 했던 것처럼.'의 뜻일까요.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동안 내내 기다렸지만 별다른 해답은 주지 않네요.
전 개인적으로 후자라고 생각합니다.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했고, 무엇보다 학교 폭력의 가해자들에게는 꼭. 보여주고 싶은 영화네요.
느낀 것도 많고 생각한 것도 많지만 이 이상 적게 되면 횡설수설할 것 같으니
나머지는 다른 사람들 감상평이나 읽으면서 후희를 느껴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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