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성도 모성도 아닌 그 무엇.
처음부터 여자였으나 남자의 몸에 갇혀있었던 그녀는 여자의 모습이 되었지만,
여자로서 사랑을 이루려는 찰나에 남자의 몸에 갇혀있던 시절에 생긴 아들이 나타난다.
다시 한 번 여러가지로 혼란을 겪게 되는 지현.
총소리와 카메라 소리로 부자지간을 다시 엮는 모습은 인상 깊었다.
일전에 본 어느 영화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나왔던 게 오버랩된다.
남자의 몸에 갇혀 있던 과거를 등지고 현실에만 몰두하던 그녀의 삶이 바뀌어가는 과정.
그런데 딱히 성 소수자에 대한 이렇다 할 결론을 내리지는 않고 살짝 두루뭉실 끝을 맺는다.
전혀 아무런 정보도 없이,
이나영이 어떠한 사정으로 누군가의 대신 아빠 노릇을 하고 있을거라 짐작했던 나같은 사람은
깜짝 놀랄 수도 있을 것 같다.
어쩌면 영화 속 지현의 존재 자체부터, 이 영화의 내용까지 전부 혐오를 느낀 사람도 있을 수 있겠다.
일단 난 아니었으니 제쳐두고.
여러가지로 현실과 동떨어졌지만, 해피엔딩이라는 점에서 안타까웠달까.
영화는 물론 해피엔딩이 좋지만, 마무리가 너무 서둘렀다거나, 두루뭉실하게 만든 느낌이 있었다.
무엇보다 막판의 등장인물들의 어설픈 개그가 영화의 끝을 하늘로 날려버리는 것 같았다.
오랜만에 보는 흥수씨는 진지하고 속깊은 대사를 내뱉는 한편으로, 끝없이 차를 팔려하는 모습을 보여
관객들이 짐작을 하면서도 다시 또 웃게되는 역할이 되었던 것 같다.
진지함과 개그는 동떨어진 포인트임에도 자연스럽게 전환되는 점이 인상깊었다.
무엇보다 오랜만에 흥수씨를 봐서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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