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사 버렸다. 정확하게는 가계약을 하고 정식 계약을 앞두고 있으니 아예 산 것은 아니다. 가계약금이 이전 주인의 통장에 꽂혔지만, 아직은 계약금을을 포기하면 물릴 수 있는 상태이기는 하다. 물론 물릴 생각은 없지만.
서른일곱 살. 내 집을 가지게 될 줄은 몰랐다. 사실 나는 부산이 연고지도 아니거니와 언제 이곳을 또 떠나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을 줄곧 하고 있었다. 서울보다는 부산이 좋아서 부산에 산 지 벌써 17년째이지만, 부산에 연고도 없던 탓에 이 도시가 참 좋지만 이 도시를 나의 제2의 고향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그렇다 보니 당연히 이 도시에 집을 살 생각도 없었다. 물론 적당히 3층짜리 상가주택을 사서 소소하게 가게를 꾸리면서 살림을 살면 좋을 것 같다는 그런 꿈을 꾸긴 했다. 물론 그것도 보통 일은 아니지만.
현실은 매월 월세와 관리비를 지급하면서 원룸에 살고 있었다. 부산에 내려와서 셰어하우스에 고시원에 장기방에 주택 등 다양한 거주 공간을 '월세' 형식으로 거치면서 살고 있었는데, '전세'가 아닌 '월세'로 살았던 이유는 집주인에게 큰돈을 맡기는 것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당장 월세 보증금이 500만 원만 되더라도 개인 집주인은 계약 만료일에 그 돈조차 돌려주기 힘들어하니 보증금이 더 커지는 전세 계약은 아무래도 꺼려지는 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안전한 매물이라고 하면 '전세' 대출을 받아서 그 이자를 내는 것이 월세보다 저렴하다는 사실을 알았고 그렇게 '전세 대출'과 함께 전세 매물을 알아 가던 중 주택 매매 대출에 대한 것을 파게 됐다. 뭐야. 나 지금 집 살 수 있잖아?!
처음부터 집을 살 생각은 없었다. 유튜브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너나 나나 서로 집값이 떨어진다는 이야기만 하고 있었고 이미 집값은 상투 끝에 있으니 지금 사면 손해라고 했다. 하지만 그건 '투자' 목적일 때 이야기고 실거주 목적이면 다르지 않은가? 떨어지면 좋겠지만, 집값이 떨어진다고 그 집을 내가 살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 집값이 떨어지면, 그 가격을 지불할 수 있는 경쟁자는 더 늘어난다. 내가 사고 싶다고 집 주인이 집을 팔아주는 것도 아니다. 게다가 집값이 올라버리면, 나는 앞으로도 집을 살 수 없을 거다.
실제로 지금 내가 사려고 가계약을 한 집도 내가 1년 전에 사려고 고민을 했을 때보다 가격이 더 올랐다. 집 주변 인프라가 점점 발전하고 있는 중이라서 나중에는 아마 더 올랐으면 올랐지 떨어지지는 않을 것 같다. 그래서 결심했다. 월세살이를 그만하고 내 집을 갖기로.
좁은 원룸에서 이사를 가고 싶어서 다른 매물을 알아보고, 전세를 알아보고 전세 대출을 알아보던 나는 그렇게 갑자기 집을 사기로 했다. 이 동네에 살면서 동네도 마음에 들었고, 막상 집을 보고 오니 집도 마음에 들었다. 남향이고 양측으로 베란다가 있어서 바람이 시원하게 드나드는 것도 좋았다. 좋아. 이 집이야! 여길 시작으로 하자.
그렇게 나는 방 3개와 거실, 주방, 화장실, 베란다가 2개 있는 24평 아파트(전용 면적 20평)의 아파트를 사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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