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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세와 전세를 고민하다가 집을 사기로 하기 까지.

 지금 살고 있는 집은 방 하나. 주방(분리). 베란다. 화장실이 있는 작은 원룸이다. 공급 평수 7~평. 베란다를 포함한 실 평수는 5평 정도 되는 작은방이다. 이전에 살던 빌라형 오피스텔도 방은 작았지만 여기는 베란다가 있어서 짐을 보관할 수 있는 대신 방이 작았다. 침대를 따로 둘 수 없다는 점은 좀 불편했다. 쌓이는 짐들에 요즘 슬슬 스트레스가 쌓여가고 있었고, 여러 번 고민 끝에 결국 이사를 가기로 마음먹었다.

나는 나름 이 동네를 좋아하는 편이었고, 이제는 익숙해졌으며, 전에 살던 동네만큼 번화하지는 않지만 오히려 지금은 그게 조용하고 좋았기 때문에 되도록 지금 집의 반경에서 집을 구하고 싶었다. 그래서 지금 동네와 인근 3개 동네에서 집 매물을 알아봤다. 집주인과 보증금 문제로 다투던 과거 이력 때문에 보증금을 많이 거는 것이 썩 내키지 않았고, 지금도 월세를 살고 있었기 때문에 당연히 월세로만 알아보고 있었다. 원룸이라 좁아서 불편했기 때문에 침대를 둘 수 있는 투룸 이상으로 잡고 알아보게 됐다.

 월세 매물을 알아보다가 우연히 전세 매물을 보게 됐다. 나는 단순히 전세 대출을 받아서 전세 기간 동안 그 돈을 다 갚지 못하면 월세 사는 것과 별 차이가 없는 것이 아닐까란 생각을 했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전세 대출을 받게 되면 이자를 은행에 내게 되지만, 월세보다 이자가 적다면 월세보다는 전세로 사는 것이 더 유리한 것이었다. 그래서 전세 대출이 가능한지 알아보았는데, 놀랍게도 그동안 신용도를 열심히 쌓은 탓에 무려 2억이나 받을 수 있었다. 뭐야.. 무서워...

 월세와 전세를 비교해서 월세로 사는 것이 유리한지, 전세로 사는 것이 유리한지 알려주는 사이트를 알게 된 이후에는, 내가 왜 지금까지 좁은 집에서 비싼 월세를 내고 살았나 살짝 후회도 했다. 하지만 전세는 깡통 전세나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위험이 있었다. 마음에 드는 매물을 확인해보면 근저당이 걸려 있거나, 걸려 있는 근저당을 나한테 전세금을 받아서 처리하겠다는 협의 사항이 올라와 있고는 했다. 대체로 부동산 경매에 올라오는 주택 중에 저렇게 깡통 전세 돌리다가 넘어오는 걸 많이 봤기 때문에 집은 마음에 들었지만 계약을 하지는 않았다.

 월세집에서 전셋집으로 시선을 돌리면서 다른 고민거리들이 부가적으로 따라왔다. 일단 풀옵션이 아닌 이상은 가구나 가전을 내가 직접 사야 한다는 것. 가뜩이나 더운 부산의 여름에 에어컨이 없는 집에 살게 될 수도 있다는 것. 그렇다면 내 집이 아니기 때문에 함부로 에어컨 설치를 위한 타공을 할 수도 없다. 가구나 가전을 사는 것도 문제였는데, 이 이후에도 비슷한 규모의 집으로 이사 가지 않게 된다면, 처분해야 하는 수가 생긴다. 아. 안되겠네. 정말.

 그러다가 작년부터 고민해오던 주택 매매까지 생각이 이르렀다. LTV와 KB 시세 등을 조회해보면 충분히 살 수 있을 것 같기도 했다. 그렇게 아파트를 매매하기로 마음먹고, 평소 눈여겨보던 동네, 그러니까 지금 내가 살고 있는 동네의 한 아파트를 구매하기로 했다.

부동산에는 4층 매물 2개와 5층 매물 1개가 나와 있었다. 4층은 베란다를 확장하고 수리를 한 20평 매물과 수리가 필요한 24평 매물이. 5층은 부분 수리를 진행한 24평 매물이었다.

(1) 4층 수리 필요 24평 / (2) 4층 올 수리 20평 / (3) 5층 부분 수리 24평

 아쉽게도 (1)번 집은 내가 집을 보러 가기로 한 날 이미 계약이 완료되었다고 한다. 층도 적당하고 좋아 보였는데 아쉬웠다. 

 다음은 올 수리가 되었다는 4층 20평 집이었다. 20평임에도 올 수리하는데 비용이 2천만 원이 들었다며, 금액 조정은 어렵다고 했다. 집을 보고 나니 리모델링 한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어차피 내가 다 뜯고 다시 할 것 같은 느낌이랄까. 방에 피아노가 있는 것으로 보아서 아파트 방음은 잘 되는 모양이다. 전체적으로 평수가 좁아서 답답하다는 느낌이 조금 있었는데, 베란다를 확장해서 낸 주방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한샘 싱크대라고는 하는데, 베란다 쪽 싱크대는 겨울철에 골치 아픈 일을 유발하기도 한다. 베란다로 가는 길목(거실이라기엔 너무 미니 하므로 길목 정도..)도 좁아서 답답해 보였다. 작은 집에 오밀조밀하게 필요한 물건만 들어가 있는데도, 좁은 느낌이 강해서 내가 들어와 살 때도 짐을 많이 두지 못할 것 같아 그게 좀 걸렸다. 넓게 살고 싶어서 이사를 결심한 거였으니까. 인테리어가 마음에 안 드는 건 둘째고. 좁았다. 이 아파트는 기본이 욕조가 있는 인테리어인데 리모델링하면서 좁은 욕실을 넓히기 위해 욕조를 떼었고 천장은 돔 천장으로 시공되어 있었다. 평수가 작아서 KB 시세가 얼마 되지 않는데, 실매매가 조정이 불가해서 그것도 좀 어렵겠단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집이다. 5층은 조금 더 힘들었다. 높았고, 높았다. 뭐 익숙해지면 괜찮아지겠지만. 당장은 좀 숨이 차기는 했다. 부분적으로 수리가 되어 있었는데, 베란다가 없는 외벽과 맞닿는 부분의 창호는 모두 PVC 창호(샤시)로 교체되어 있었다. 화장실도 리모델링 되어 있었는데 깔끔하고 깨끗했지만, 이 집도 욕조를 철거해버려서 그건 좀 아쉬웠다. 주방 싱크대도 새로 한 듯 나름 깔끔한 편인데 상판 대리석이 금이 가 있었지만, 상판 교체를 하면 될 일이라 크게 문제는 없어 보였다. 무엇보다 넓고, 수리가 필요하다고 했는데 나름 수리가 되어 있어서 크게 손이 가지 않아 보여서 좋았다. 창호는 내부 창호만 하면 될 것 같다.

자, 그럼 가격을 어디까지 깎을 수 있을까..? KB 시세는 1억 3500만 원인 아파트 매물. 매매 가격은 1억 4500만 원에 올라왔다. 부동산에서 여유 금액을 솔직히 말해보라길래, 정말 솔직하게 말했다. 대출을 끼고 은행의 도움을 받아 매매를 하기로 마음먹은 거라서 지금 가진 돈과 합해서는 매매가가 1억 3500인 것이 가장 안정적으로 살 수 있다고. 그래서 입주해서 수리할 것도 감안해서 1억 3500만 원에 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솔직히 안될 줄 알았지. 누가 집값을 1천만 원이나 깎아주나.

근데... 이 걸 해주네...?!

1억 3500만 원에 매도하겠단다. 대신 베란다 누수가 있어서 견적을 냈는데 수리비가 100만 원이 든다고 했다고 그건 나보고 고치라고 했다. 에에?! 누수?????????????? 나는 일전에 주택에 살 때 누수 때문에 고생을 한 적이 있었다. 잡히지 않는 누수 때문에... 물이 새면 원인을 찾기가 힘들고 더군다나 아파트는 물이 새면 아랫집에도 피해를 줄 수 있지 않은가..? 수리비를 100만 원이나 부를 정도면 수리비가 더 들 수도 있는 거 아닌가..?

 그래서 그럼 수리비 포함해서 집값 1억 3600만 원에 살 테니 수리까지 마무리를 해달라고 해봤다. 지금 생각해보면 좀 진상인 것 같기도 하고..

 중개를 맡은 부동산 소장이 인테리어를 같이 하고 있어서 자기가 직접 견적을 내 보니까 100만 원 정도 나오겠다고 자기 측에서 수리를 연계해 주겠다고 했다. 때마침 아파트 옥상에 보수 및 방수 공사를 진행하고 있으니 걱정 말라고 하신다. 그래서 매매가 1억 3500만 원에 수리비 100만 원은 잔금을 치른 후에, 부동산과 연계한 수리 업체가 수리를 진행하고 내가 직접 지급하기로 이야기를 했다.

 다음 날(6.8). 그렇게 가격 타협은 끝이 났고, 계약을 결정하기 전에 한 번 더 집을 보고 싶다고 했다. 처음 집을 보러 갔을 때가 밤이었고, 낮에는 어떤지 보고 싶었기 때문에 점심시간을 통해 낮에 한 번 더 집에 갔다.

 양쪽으로 베란다가 있고 남향이라서 햇빛도 잘 들었다. 바람도 잘 들었다. 탑 측이라 옥상이 가깝다 보니 빨래를 널기도 좋아 보였다. 바로 옆에 얼마 전까지 입주를 고려하던 건물이 새로 올라오고 있었는데, 그쪽도 필로티 5층 건물이라 옥상이 그것보다는 높았다. 아마 이 건물이 생기기 전엔 방 창문에서도 그 너머를 볼 수 있었겠지만 이제는 가려졌다. 아쉽네. 최근 건축을 시작한 건물은 8월 말 완공을 앞두고 있었는데, 아마 내가 이 집의 잔금을 치를 때쯤에는 건물 공사가 모두 끝날 거라서 시끄럽지는 않을 것 같다. (전에 빌라형 오피스텔에 살 때에는 마침 그 주변이 원룸촌으로 개발이 되면서 사는 내내 공사 소음으로 시끄러웠었다.)

 중간 크기 방과 주방 쪽 앞 베란다에 붙박이장이 있었는데, 그것을 제외하고는 다 가져가겠다고 했다. 쓰레기 안 치워도 되어서 다행이다. 사실 붙박이장도 내 취향은 아니라서 싹 치우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자기들이 들어왔을 때부터 이미 붙어있었다고 했고 치우는 것도 돈인 붙박이장이라서 집값도 파격적으로 깎았는데 그건 좀 그런 것 같아 두기로 했다. 나중에 뭐 인테리어 하다가 불필요해지면 처리하면 그만이다.

 계약을 하기로 결정하고 일단 가계약을 했다. 가계약금 500만 원을 매도인 통장으로 입금했다. 기분이 이상하다. 얼마나 이상하냐면, 500만 원을 입금하는데 마치 50만 원 입금하는 기분이었다. 부동산으로부터 가계약 확인증을 문자로 받고 나니 뭔가 기분이 오묘하다. 이제 진짜 내 집을 사는 것인가. 내가 집을 사다니..

 아빠한테 계약하기 좋은 날짜를 택일 받았다. 이사하기 좋은 날도 받았다. 계약서에 도장 찍는 날은 일요일로. 6월 13일. 내 인생에서 가장 비싼 물건. '집'을 구매하는 계약서를 작성하는 날이다. 우왕-!


[계산]

 KB 시세 확인 시, 이 아파트의 동일 평수 시세는 1억 3,500만원. [HF한국주택금융공사]를 통해서 보금자리론을 받을 경우, 조정대상지역으로 LTV는 70%. 9,450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하지만 대출은 100만원 단위로만 가능하므로 실제로 받을 수 있는 대출 금액은 9,400만원. (물론 나도 아파트 매매는 처음이라서.. 처음에는 이 LTV가 시세가 아니라 매매가의 70%인 줄 알고 있었다.)

 매매가 1억 3천 500만원에서 보금자리 9,400을 제외하면, 자본금이 4,100만원이 필요하다. 금융계산기(https://spib.wooribank.com/pib/Dream?withyou=CMBBS0086&cc=c006244:c006294#none)를 통해서 대략적으로 납부해야하는 이자가 얼마인지를 예상해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중개 보수 및 세금은 얼마가 필요할까..?

중개보수는 이 매물은 67만 5천원이다.

취득세와 기타 세금을 모두 포함하면 세금 총액은 180만원 정도.

주택 구매 자본금 4,100만원 + 세금 약 180만원 + 중개료 68만원

열심히 살길 잘했다. 적금 넣은 보람이랑, 신용도 관리한 보람을 여기서 얻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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