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매매 계약서를 작성하는 날이 왔다. 사실 나도 꽤나 미신을 무시 못 하는 성격이라서 계약서 도장 찍기 좋은 날을 사주로 보고 미리 날짜를 뽑았었다. 보통은 단순하게 손이 없는 날에 이사를 가면 좋다고 하는데 그것은 개인의 사주까지 보지 않고 통용하여 사용하기 때문이지 실제로 내가 뽑은 이사 가기 좋은 날은 손 없는 날과는 관계가 없다. 계약서를 쓰고 도장을 찍기에 좋은 날짜는 6월 13일과 14일. 그래서 일요일인 13일을 계약 날짜로 잡았다. 보통의 손 없는 날이 아닌 날짜를 이사 날짜로 정한 나를 봤으니, 전 집주인은 전혀 짐작을 못하겠지만.
오후 5시 계약이라서 10분 정도 전에 미리 갔는데, 5시 30분이 되어서도 계약자가 오지 않았다. 부동산 사무장이 전화를 해보니 6시인 줄 알았다고 한다. 계약을 하는데 중계를 하는 소장이 사모님과 사모님이 매도와 매수를 하는 것은 처음 본다고 말했다. 음... 사모님은 아니지만 입을 다물고 있었다. 굳이 귀찮게 사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지는 않아서.
중도금 이야기를 미리 하지를 않았었는데, 이전 집주인이 중도금을 원했다. 이전 집주인이 이사 가는 집이 근교의 3억짜리 집을 매매를 해서 가는데, 내 계약금을 받아서 그쪽 집에 계약금을 내는데, 그것만으로는 그쪽 집값이 비싸다 보니 걱정이 되는 모양이었다. 나에게 받은 집 매매 대금에 대출을 보태서 그 집을 사는 모양이고 딱히 여윳돈이 없는 상황인 모양이었다. 그래서 그 집에서 중도금을 원하다 보니 나에게도 중도금을 원하고 있었는데, 내 입장에서는 생각지도 않던 금액이 갑자기 이야기되는 거라서 생각을 좀 했다. 부동산이랑도 딱히 이야기를 한 적이 없던 것이기도 하고. 사실 당장 줄 정도의 여유는 있었지만, 그런 갑작스러운 사정에 맞춰줄 필요까지 없지 않나 싶었고. 자기들 적금 깨는 것은 아까우면서 나에겐 부담을 지우려고 하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아서 나도 적금 만기가 아직 남아서 당장은 어렵겠다고 말했다.
전 집주인이 이사가려는 집 가격이 높다보니 어느정도는 계약금을 걸어줘야 하는데 그런 여유가 없었는지 딱 나에게 받은 계약금만큼 그쪽에 계약금을 건네기로 한 모양이다. 그래서 그쪽 집에서 중도금을 원했는데, 그런 돈은 나도 없고.. 그래서 7월 말에 적금이 종료되면 중도금을 먼저 건네기로 했다.
전세 계약이면 모를까 매매 계약이다 보니 신고가 들어가는 부분이라, 중도금 내용을 추가하는데 펜으로 쓰지 않고 계약서를 다시 출력해야 해서 다시 도장을 찍는 번거로운 과정이 있었다. 아무튼 중도금은 7월 말. 잔금은 8월 27일로 하고 도장을 딱딱 찍고 끝! 계약 완료다!
계약을 하는 동안, 나는 혹시 몰라서 부동산 입구에 들어간 순간부터 나오는 순간까지 휴대폰으로 녹음을 하고 있었다. 녹음 중에는 모든 전화가 차단이 되도록 설정을 해 두었었다. 부동산을 나와서 녹음을 종료하자마자 전화가 걸려 왔다. 친구는 매우 흥분한 목소리로 경찰서에 신고할까? 라고 물었다. 친구는 내가 돈이랑 인감도장을 들고나가서 연락이 안 되니 경찰서에 신고를 해야 하나 엄청나게 걱정을 했다고 한다. 진짜 미안하다고 거듭 사과를 했다.
감회가 새롭다. 후후. 계약 끝나고 집에 와서도 뭔가 어마어마한 기분이다. 내 집이라니! 내 집이 생겼다. 맙소사. 실감이 안 나네. 음 그러고 보니 아직 인감 등록 안 해서 인감도장은 아니다. 도장도 등록해야지. (어차피 매도할 때만 인감도장이 필요하고 매수할 때는 필요 없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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