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보고 당일날 바로 리뷰하기는 오늘이 처음인듯.
이토록 눈이 괴롭다가 즐겁다가 멍 때리다 오는 영화는 오랜만이다.
오리가 아저씨 보러가자길래 난 사실 내키지 않았다.
근래들어 한국영화만 몰아보는 기분이 들어서도 있지만, 이름부터 너무 진부해서 말이지.
막상 극장에 가서 예매한 표를 찾아가지고 상영관으로 가는 길에도 포스터를 보며
영화 '레옹' 같은 걸까 라고 짐작을 하고 있었다.
사실 포스터가 내용에 대한 흥미를 끌기보다는 원빈만 멋진 그런 구도라서 그랬던 걸수도 있겠다.
영화를 보고 나니 확실히 '레옹'과는 달리 '아저씨'는 자기 딸을 소미에게서 보고 있는 것 같았다.
안타깝고 신경쓰이지만, 혹여 자신 때문에 다치는 일이 생길까 다가가지는 못하는.
도둑질 사건 당시 원빈이 다가가지 못했던 이유는, 그의 과거도 깨끗하지 못했기 때문일수도 있다.
오히려 일이 더 크게 벌어지는 것을 두려워해서 일 수도 있고.
물론 그것이 어린 아이 마음에 상처가 되었지만.
후반부에 원빈이 소미에게 했던 말이, ' 가까이 가고 싶으면 멀리 가게 된다' 와 비슷한 말이었는데,
자신의 아내와 뱃 속의 아이가 자신에게 원한을 가진 이로 인해 죽었기에
자신과 가까이 지내면 소미에게도 혹 위험이 닥칠까 두려웠던 것이 아닐까 싶다.
그가 소미를 구하는 것에 그렇게 절실했던 것은,
손도 못쓰고 보내버렸던, 지켜주지 못했던 아내와 아이에 대한 사죄였던 것은 아닐까.
단순히 옆집 아저씨이지만, 자신을 믿고 마음을 열어 준 아이를 지킴으로써
자신의 과거를 구원받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아내에게 셋이서 안아보자고 했던 말과 소미에게 '한번만 안아보자'고 했던 부탁은
상황은 다르지만 같은 마음이었지 않을까..
그저 그 아이가 내 눈 앞에 무사함으로, 더는 이 아이가 위험해지지 않을 거라는 안심으로.
다만, 포스터에서 설명했던 '소미와 아저씨가 마음을 열고 친구가 되는 과정'이 너무 짧아서,
관객 입장에서는 왜 아저씨가 소미를 구하는 데 저렇게 목숨을 걸어야하는지 공감이 어렵다.
외국의 액션 영화에서는 이미 익숙하지만 한국 영화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던
간결하지만 치명적인 액션씬은 나름 새로운 맛이라서 한편으론 진부했지만 볼만했고,
이리봐도 저리봐도 잘생긴 원빈도 눈요기에는 아주 좋았다.
하지만, '아저씨'의 '아저씨'는 원빈이 아니었으면 더 좋았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을 했다.
그의 연기는 훌륭했지만, 그는 너무 멋져서 연기나 액션보다 카메라 앵글이 그 얼굴만 따라간 것 같달까.
의외였던 것은 이마에 붙여 준 대일밴드 하나에 동료 눈을 파버린 킬러아저씨.
그럴 거면 애도 좀 구해주지..
재미있었지만, 결론은 '전당포 아저씨가 옆집 꼬마를 자기 딸같이 생각해요'의 확장판으로,
전달하는 큰 의미가 없었고(있었다해도 와닿지 않았고)
액션이 잔인하면 아예 잔인하던가 아니면 화려하던가 이도저도 아니라서 아쉬움이 많은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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