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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악마를 보았다


오늘은 집에서 뒹굴거리고 싶은 기분이었으나 남자친구에게 질질 끌려 '악마를 보았다'를 보고 왔습니다. 출발하기 전까지 나오기 싫어서 버팅기다가 남자친구 얼굴에서 악마를 보았지요. 덜덜..

[ 범죄자와 일반인은 어떤 것이 다를까? ] 라는 의문을 주는 영화. 그 외에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입니다. 실제로 그 잔혹한 장면들 때문에 영화를 보다가 상영시간 반도 안 지났는데 입을 틀어막고 상영관을 떠나는 여자와 그 남자친구를 볼 수 있었습니다. 잔인하다는 것은 꽤 봤다고 자부하는 저였지만, 화면을 보는 내내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리고 있었죠. (그래도 그 와중에 눈가에 주름 생길까봐 걱정도 했습니다.) 아마도 그 잔혹성에서 크게 평가가 갈릴 것 같은 영화입니다만, 앞서 '아저씨'보다 이 영화에 좀 더 좋은 점수를 준 이유는 [이야기]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는 보는 내내, 그리고 보고 나서도 생각을 하게 만드는 영화였던 것 같습니다.

'고어물'로 분류되는 영화들에 비한다면 그 잔인함은 축에 끼지도 못하겠지만, 그래도 아킬레스건을 찢어버리는 장면이라거나, 시체를 토막 도중에 보여주는 장면은 소름끼치고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말더군요. 아킬레스건 장면에서 강간 당할 뻔한 간호사에게 응급처치 해야하니까 나가지 말라고 말하는 장면에선 웃음이 새어 나왔습니다. 영화 밖의 관객으로서 자기 일이 아니라는 게 이렇게 가볍게 다가 올 수 있는걸까요. 그 장면 외에도 중간 중간 웃음을 주는 장면들이 있었는데, 사실 이 장면들은 감독이 의도한 것일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웃긴 장면'은 아니었다고 봅니다. 영화 밖의 '방관자'로써 웃음이 나올 수 있었을 뿐.

영화 속의 최민식은 자신감 넘치고 당당하게 행동하고 있지만, 사실 그 이면으로는 스스로에게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고 피해망상을 가지고 생각하는 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기에 별 것 아닌 피해자들의 작은 행동에도 자신을 무시한다라고 의미를 부여하고 분노하며 그들에게 화를 쏟아 붓습니다. 그 결과는 강간, 살인등의 악질적인 방법으로 마무리가 되지요. 거기에 그치지 않고 자신이 죽인 사람을 곧 사냥감으로 생각하고 토막 낸 시체를 구태여 눈에 띄기 좋은 강가에 내다버리는 자기 과시적인 행동을 보입니다.

'살려달라'라는 말에 도리어 쾌감을 느끼고, 반항하지 않는 표적에는 쾌감을 느끼지 못하는지 죽이기 직전까지 피해자들을 살려두고 오래 오래 고통을 주며 살해하는 그 방식이 이미 인간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은 그, 최민식은 자신을 죽이려 하는 이병헌에게 미친놈이라느니 싸이코라느니의 욕설을 뱉으며 자신은 멀쩡한 사람인데 갑자기 나타난 미친놈이 자기 인생 꼬아 놓는다는 식으로 억울해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우스운 일이죠. 사람의 이기적인 모습은 어디까지 일까요.

악질적인 범죄자들이 나타났을 때, 세상은 두 분류로 나뉩니다.

「 그들에게도 인권이 있으니 그 인권을 존중해줘야 한다.
   죄를 인간이 심판할 수 없다.
   사형제도 부활은 해결책이 아니다. 」

「 저런 놈들에게 무슨 인권이냐.
  찢어 발겨서 죽여 버려야 한다.
  사형도 부족하다 」

양쪽 모두 정답일 수 있습니다.
그 차이는 단지 하나, '내가 피해자와 (감정적으로든 혈연으로든) 얼마나 가까이에 있는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사람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만약 내 가족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피해자처럼 당했고 내가 이병헌처럼 할 수 있다면 나라도 똑같이 고통을 주고 싶을 것 같습니다. 악질 범죄자에 대해 피해자의 가족들과 지인들은 그 놈을 똑같이 찢어발겨 죽이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을까요? 설령 그렇게 해보았자 내 손만 더러워지는 거고 그런다고 죽은 이가 살아서 돌아 오지 않는다라고 해도 누군가에겐 그것이 안일한 자기 위안으로만 들릴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남에겐 아무 의미 없는 일일지언정 먼저 간 사람의 고통을, 그 고통을 준 사람에게 그대로 되갚아 주고 가해자가 똑같이 고통스러워 하길 바라는 것. 그런 관점에서라면 이병헌의 복수는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개인적인 차이로 누군가에게는 의미없는 짓으로 비춰질 수도 있습니다.

범죄자에게 인권 보호가 필요할까?
이미 인권을 무시할대로 무시한 그에게도 법은 인권을 보호해줘야 하기에
카메라에 얼굴 가려줘야 하고 사형이냐 사형 반대냐로 현재까지도 싸워오고 있는 게 아닐까?
참으로 예민한 주제입니다만, 이 영화는 그 예민한 주제를 대놓고 건드리고 있습니다.
영화 속에서 인육 먹는 부부가 병원에 실려오자, 경찰이 말합니다.
'저런 놈들 살려줘야 하나' 라고.
살려주면 반성을 하고 '아 이제 착하게 살아야지' 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과연 그렇기만 할까요?
영화의 최민식은 끝까지 자신이 이겼다며 당당하게 소리치고 고통스런 복수를 당하는 중에도 반성은 커녕 범죄를 계속합니다.
병원에 실려 온 최민식의 친구도 끝까지 당당한 모습을 보이며 되려 이병헌을 비웃습니다.
'저런 놈들 살려줘봤자 또 같은 일이나 반복할 거고 죽여버리는 게 앞으로 있을 범죄를 막는 지름길이다' 라는 시점에서 이병헌의 복수극을 지켜봐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이러니한 건 최민식의 복수 방법이란 것이 이병헌의 남은 가족을 살해하고 경찰에 자수하는 것입니다. 우습게도 실제적인 사형제도 폐지국가인 이 나라에서 경찰에 자수하는 것만큼 그에게 안전한 곳은 없을 겁니다. 범죄자도 보호받는 것이죠. 우스운 일입니다만, 너무나 현실적인 그 부분이 짜증이 솟아오르더군요.

최민식은 이병헌의 처제와 장인을 죽이고 (물론 장인은 죽진 않았지만, 정상 생활 하긴 글렀어요.) 자신이 이겼다며 큰 소리칩니다. 마지막까지도 잃을 것 없는 자신이 이긴 것이라며 큰소리를 치지요.  이에 이병헌은 말합니다.
“나는 네가 죽어서도 고통스럽게 할 거야.”
작두 위에서 문고리에 연결 된 끈을 질끈 물고 있던 그였으나 그 끈을 닳도록 문을 열려  했던 것은 다름 아닌 그의 가족들입니다. 문을 열려하는 가족들에게 새는 발음으로 욕설을 퍼붓지만, 걱정스러운 가족들은 문을 열려고 더 세게 흔들게 되죠. 문이 열리자마자 그의 자식과 부모는 바닥을 구르는 그의 목을 보게 됩니다. 죽어서 고통스러운 건 어쩌면 그가 아니라 남은 그의 가족이 아닐까요. 잃을 것이 없다 생각하는 그 대신에 변변찮은 자식이고 아버지지만 없느니보단 나은 그를 눈 앞에서 잃게 만들어 가족들에게 상실감과 아픔을 남겨주는 것, 그 어린 아들의 눈 속에 그 아비의 최후를 각인시키는 것이 이병헌의 복수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어떻게 죽어서도 그를 고통스럽게 할 것인지는 사실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이병헌은 최민식을 쫓으며 악마를 보았고, 최민식은 이병헌을 보며 악마를 보았다라고 이야기가 나옵니다만, 사실 '악마를 보았다'는 이병헌이 복수가 진행 될수록 점점 악마로 변해가는 자기 자신을 본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마지막 이병헌의 웃음도 울음도 아닌 울부짖음은, 복수를 마쳤다는 기쁨 뒤로 그래도 돌아올 리 없는 소중한 사람과 자신조차 악마가 되어 버렸음에 대한 눈물일까요. 아니면 복수는 마쳤으나 여전히 속죄할 수 없는 아내에 대한 미안함과 그리움일까요. 그의 마지막 연기를 보며 안타까운 마음을 느꼈습니다만, 제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 같아 아쉽습니다.

결과적으로 이 승부의 승자는 그 누구도 아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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