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으로는 못나가는 그. 그러나 '외국인'으로는 잘나가는 그.
대한민국에 상주하는 동남아 외국인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요즘엔 길 가다가 동남아인을 만나는 것이 어려운 일이 아니게 되었고,
특히나 한국 사람 모두가 쉬는 민족 대명절에는
공장이 쉬어도 갈 곳이 없어 거리를 다니는 외국인들을 많이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중에는 집에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사람들도 있다.
불법체류. 밀입국.
우리나라가 못살던 시절, 우리가 다른 나라에 돈을 벌러 일을 하러 갔던 것처럼
그들도 이 나라에 돈을 벌러 와 있다. 꿈을 가지고.
영화 초반부에서 나이 어린 학생들조차 동남아 외국인으로 보이는 방가를 함부로 대하는 걸 보며
확실히 이 나라의 '동방예의지국' 꼬리표는 잘못되었구나 싶다.
'동방예의지국'이나 나보다 낮다고 판단하는 사람에게는 가차없는 사람들의 나라.
'백인'과 '동남아인 혹은 흑인'을 차별하는 나라.
똑같이 우리에겐 '어려운' 외국인이나 그들의 나라가 어떤 나라인지에 따라 우리나라 사람들의 태도도 바뀌는 것이다.
개구리 올챙이적 생각을 못한다고, 우리도 [못 살았었고, 지금도 잘 사는 것도 아닌데]
그저 우리보다 못산다는 이유로 그들을 무시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정작 미국이나 일본 등의 국가에서 우리나라를 무시하는 것은 참을 수 없는 일이고.
예전에 길을 가다가 본 적이 있다.
[ 베트남 여자와 결혼하세요. 도망가지 않습니다]라는 플래카드를.
씁쓸한 일이다.
고작 십몇년전만해도 우리네 어머니들은 가부장적인 이 나라에서 가장의 가정폭력에 무방비했고
현재에도 그런 가정이 넘쳐나도록 많다.
'부당대우'에도 갈 곳이 없어 집을 떠나지 못하는 외국인 신부는
그대로 꾹 참고 살거나, 참지 못하고 나와서 불법체류가 된다.
도망갈까 섣불리 혼인신고를 해주지 않으니, 불법체류 여인이 늘어난다.
한편으로는 보증을 서줘야 일을 하겠다는 외국인들이 있어서
외국인 인력을 필요로하는 '아이 돌보미'를 구하는 한국인은 난감해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결코 잘 사는 나라가 아니고 단지, 그들의 나라에 비해 조금 나을 뿐이다.
나라의 경제력이 그 사람을 평가하는 것을 보면 씁쓸하고 가슴 아픈일이지만,
이건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가 그런 것이고
우리나라 사람들은 현재도 '한국인'이라서 다른 나라에서 불이익을 받는 부분이 없지 않다.
그런 부분이 부당하다고 생각하고 분하다면, 우리부터 바꿔야 하지 않을까.
우리나라가 못 사는 나라든 잘 사는 나라든, 나라에 대한 선입견 없이 모든 외국인에게 동방예의지국이라면
우리나라에 대한 평가도 차츰 달라질거고 나아가 우리나라 사람에 대한 평가도 달라지지 않을까.
늘 생각하지만, 이 상대에 따라 달라지는 '예의 혹은 버르장머리'를 어찌하면 좋을까.
씁쓸하고 남일같지 않은 이야기의 현실적인 모습이 잔뜩 그려져서
재미있는 영화였지만 영화를 보고 나오는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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