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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심야의 FM



남자친구는 말했다.
이렇게까지 라디오에 미치는 사람이 있을까?
내 대답은 긍정.
충분히 그럴 수 있지.
그러지 않고서야 오랜 사랑을 받아 온 프로그램들이 아직까지 방송되고 있을리 없으니까.


말은 듣는 사람이 있을 때, 비로소 말이 된다.
나 혼자서 아무도 듣는 사람이 없이 하는 혼잣말.
상대방에게 전달되지 않는 말은 말이라 하지 않는다.

사람의 선입견에 대한 영화.
가볍게 던지는 말에 대한 일침을 찌르는 영화.
그런 영화였던 것 같다.

영화에서 남자가 술집여자같은 옷차림을 한 여자를 때리고 질질 끄고서 차에 태우는 장면이 나오고 그걸 본 여자주인공은 말한다.
" 저런 쓰레기같은 새끼들 때문에 딸 키우기가 무섭다니까. " 라고.
그러나 사실 그 쓰레기 같은 놈은 집 나온 여동생을 잡으러 온 친오빠였고
잡혀가던 술집 여자는 가출한 여동생이었다는 반전.
모 심리테스트가 떠올랐다.
흰색과 검은색으로 그려진 한 그림을, 아이와 어른이 각각 다른 그림으로 알아보는 것.
성배 혹은 사람의 얼굴.
의식적으로 검은색 글씨를 보게 되어 있어서 검은색 바탕의 흰 글씨는 읽지 못하게 되는 테스트지.
사람의 선입견이라는 정말 무서운 게 아닐까.
온라인에서 뱉은 몇 마디의 말로는 그 사람을 파악할 수 없다.
그러나, 얼굴이 보이지 않는 온라인에서 개념있는 언행을 하는 사람은
그 실상은 어떻더라도 개념있는 사람으로 대우를 받는다.
반대로 실상으로는 어떤 사람이던 개념없는 언행을 일삼는 사람은
오프라인의 행실도 그럴것이라고 평가를 받는다.
이것은 비단 온라인만의 일이 아니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그렇게 애를 쓰고 기를 써서 '이미지 관리'라는 것을 하는 거겠지만.
이 '이미지'라는 것은 삶에 가장 밀접한 [면접]이나 [맞선(혹은 미팅)]에도 크게 작용하고
정말 사람의 삶 깊숙히에 침투해서 상대방의 선입견을 생성하게 때문에 조심할 수 밖에 없다.
아무튼 보이는 것만으로 판단하지 않는다고 자신했던 나는 이 반전에서 조금 반성을 해야했다.
나부터도 그 남녀를 여주인공과 동일한 시각으로 보고 있었으니.

세상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거짓말이 '다음에 밥 한번 먹자'라고 한다.
예전에 나의 은사님께서도 나와 남자친구에게 밥을 사주시면서 그렇게 말씀하셨다.
'다음에'가 되고 싶지 않아서 날을 정했다고.
그리고 우리의 다음 약속은 삶의 쳇바퀴에 밀리고 밀려 있다.
이 말을 왜 하느냐면, 이 영화가 '말의 가벼움'을 질타하는 영화라고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말은 상대방에게 전달이 되면서 비로써 말이 되는 것인데
말을 듣는 사람은 자신의 감정이나 상황에 따라 듣고 싶은대로 듣게 된다.
사람은 원래 듣고 싶고 자신에게 이득이다 싶은 말만 기억한다고 한다.
그래서 고객센터의 경우,
고객에게 정확하게 안내를 다 하고도 안내를 못 받았다는 클레임을 받기도 하는 거다.
예를들어 카드의 혜택을 받으려면 전달 '일시불과 할부'를 30만원 이상 써야한다는 조건이 있을 때,
누군가는 '일시불과 할부를 30만원 이상 써야하는군' 이라고 듣고
누군가는 '30만원 이상 카드를 써야하는군' 이라고 듣고
누군가는 아무것도 듣지 못하고 기억하지 못한다.
내가 고객센터에서 일하다보니 예가 이렇게 되어 버렸지만, 이 말은 사실이다.
이 영화의 범인도 자신이 듣고 싶은 말을 듣다보니 최악의 상황까지 오게 되어 버렸다.
그리고 여주인공은 자신이 깊게 생각하지 않고  내뱉은
'듣기 좋은, 허울 좋은' 말들에 뼈저리게 후회를 경험하게 된다.
영화의 마지막, 여주인공이 차를 타고 가는데 라디오가 들린다.
' 아침, 일탈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일탈을 시도해 보라는 듣기 좋은 이야기 '
여주인공은 질색을 하며 라디오를 꺼달라고 부탁한다.
평범한 사람들에게 일탈하라 하면 섣불리 벗어나지도 못하지만 그 벗어나는 폭이 한계가 있다.
'이성'이 버텨주고 있기 때문에다.
사람은 모두 다르고 사람의 생각도 모두 다르다.
그리고 그 사람이 생각하는 [일탈]의 한계선도 모두 다른 것이다.

말하는 것에 한층 더 주의를 해야겠다는 경고를 주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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