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개봉한 故최진실씨 주연의 동명의 영화의 리메이크 작품.
20년이 훌쩍 지나 다시 리메이크 된 영화가 이전 작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흐름을 갖고 있음에도 많은 관객들에게 눈물과 웃음을 주고 공감을 심어줬다는 것은 세월이 흐르고 시간이 지났음에도 남녀간의 문제는 별다를게 없다는 거겠지. 영화를 보면서 정말 많은 것에 공감하고 반성하고 생각하게 됐다.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만을 보고 이제 갓 사귀기 시작한 커플이 봤다면, 그다지 공감을 끌어내지는 못했을 것 같다. 함께 살고 있거나, 오랜 시간을 함께 해온 연인이거나, 결혼한 부부커플에겐 여러가지로 공감대를 심어주었을 것 같다.
영화 제목이 '나의 사랑 나의 신부'이고, 대체로 영화 내의 묘사가 남자주인공 영민이 잘못하고 있는 것으로 비춰지지만 남자와 여자 모두가 반성해야 할 내용을 품고 있다고 본다.
재미있게 본 영화. 드라큘라보다 훨씬 재밌었다.
외롭다는 말을 헤어지자는 말로 내뱉는 여자, 미영.
개인적으로는 '진짜 헤어질 게 아니면 헤어지자는 말은 하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해서 정말 헤어질 결심을 한 것이 아니면 헤어지자는 말을 하지 않기 때문에 공감할 수 없었으나 헤어지고 싶지 않은데 헤어지자는 말을 뱉는 여자의 속마음은 다 저렇지 않을까!
신혼이라고 시시 때때로 야구 중계를 하는 부부. 아마 이 부분에서 오래 사귄 커플이거나 부부가 아니라 풋풋한 커플이었다면 민망함을 느꼈으리라!
결혼한 남자는 다들 그렇게 낯선 여자를 찾는 건가. 인정하기 싫겠지만 음식이나 물건이 질리듯이 사람이 질리지 말란 법도 없다. 사람이 질리면서 연인은 헤어지고 부부는 이혼하게 되는 것처럼. 그 권태기를 어떻게 지나가느냐의 차이가 있을뿐. 그 사람이 다른 여자를 찾지 않도록 늘 새로운 내가 되면 될 뿐인데. 그러기엔 사실 여자가 너무 피곤하다.
자신이 '낯선 여자'에 끌릴때, 와이프도 '낯선 남자'에 끌릴 수 있다는 역지사지의 생각을 갖고 있다면 어지간히 프리한 마인드를 가진 남자가 아닌 이상 양심상 저런 생각 못하지 않나 싶다.
불알친구 승희.
와- 정말 처음 등장부터 말투가 어찌 그렇게 깍쟁이 같고 재수 없는지.
정말 재수없는 남편의 여자사람 친구역을 제대로 연기해내고 있었다.
유혹(대놓고 뭘 한건 아니지만, 거리를 유지하지 않는 것도 유혹같아 보였다)에 넘어간 영민도 문제.
'미영이는 어쩌지?'하면서 고민하다가 승희가 부르니까 '네-' 하고 달려가는 영민의 모습에서 어이없는 웃음이 나왔다.
다른 여자 앞에두고 와이프 이름을 부르는 영민의 실수로 둘사이는 키스만 하고 좀 더듬다가 끝났지만.
그래도 두고 두고 이 일은 영민의 양심을 찌르겠지....
영화관에서 미영이 학원 동료선생을 만났을 때 영민의 반응은 지나치게 과민하긴 하지만. 둘 사이에 있었던 이야기가 비밀이었다고 해도, 부부 사이에 비밀이 어디있나. 이러저러한 일이 있다고 한다라고 말해줬다면 영민의 오해는 커지지 않았겠지.
집들이 에피소드에서는 아무리 미영이 노래를 못한다고 한들, 그 자리에서 가장 먼저 크게 웃는 사람이 남편이었으면 안되었다고 생각한다. 이 것만큼은 정말 정말 영민이 잘못했지만, 나중에 청소 싹 해놓는 거 보면 또 대견한 남편이기도 하다.
사람들 찾아와서 음식하는거.
내켜서 할때야 괜찮지만, 가끔은 내켜서 해도 귀찮을때가 있다.
어찌됐든 만드는 동안은 주방에 홀로 처박혀서 '즐거운 분위기'에서 소외되어있어야 하니까...
첫사랑 에피소드와 잔소리 에피소드.
이 부분에서는 영민과 함께 했던 초반의 기억들을 다른 사람과의 기억으로 헷갈리고
첫만남에서 자신이 잘 어울린다고 해서 아직까지 버리지 못하고 입는 셔츠에 대해 추억은 잊은채, 언제까지 입을거냐고 지긋지긋하다고 표현하는 미영의 모습에서 반성할 점이 많았다. 물론 영민이 그걸 왜 안버리는지에 대해서 이유를 설명해줬다면 더 좋았겠지만.
각자의 아픔이 있었고 스스로가 스스로를 돌보느라고 상대방의 아픔을 보지 못해서 생긴 오해. 원망. 불신.
시상식에서 아내의 이름이 아닌, 스승님의 이름이 나왔을때 미영이 얼마나 서운했을지...
아내는 커피를 타주기 위해 존재하는 것도 아니고, 밥 차려주려고 존재하는 것도 아니며, 밤일 하자고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아무렇지 않게 습관적으로 '미영, 커피 좀~'이라고 커피를 부탁하는 영민은 미영이 집에 없게 되서야 그녀의 존재감을 다시 깨닫게 된다.
'자기는 밥먹을때랑 그거할때만 내가 필요하지?'라며 엉엉 우는 미영의 모습을 보고 공감되는 게 참 많았다. 적어도 스승님의 이름과 함께 아내의 이름도 말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서로가 힘들다고 상대에게 솔직하게 말하는 시간을 가졌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대화'는 정말 중요한 것 같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는 초코파이의 상술이지, 말 안하는데 관심법 쓰는 것도 아니고 어떻게 아나!
영민이 먼저 자신이 이러이러한 일로 힘들다고 아내에게 위로을 청했다면, 서로에게 집중하여 이야기를 하는 과정에서 아내가 아프다는 이야기도 새겨 들을 수 있었고 마지막의 불상사는 벌어지지 않았을 것 같다.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