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사건. 두 명의 목격자. 엇갈린 진술.
진술이 엇갈릴 수밖에 없지요... 하나는 눈이 보이고 하나는 눈이 안 보이니..
일전 4월에 보았던 '줄리아의 눈'에서 줄리아가 그랬듯이 또 시각장애인 여성이 피해자 대상에 올랐는데요..
글쎄 이 분, 범상치 않은 전 경찰학교 출신.
가치관이 다른 선도과정에서 동생을 잃고 눈도 잃었습니다.
그래도 안 보인지 3년이 지났는데도 범인을 제압하는 기술들이 범인한테 먹히는 거 보면 신기하기도 하고...
영화라서 그런걸까요, 아님 정말 안보여도 저런 게 가능한걸까용.
예리한 부산 출신 형사님이 사건을 맡아서 진척을 보이는 쾌거를 이루었으나,
지나치게 예리한 감으로 범인을 알아낸 탓에 순직하고 맙니다..
차량 비상 연락처나 왼손잡이라는 것으로 범인을 추정해내다니 정말 대단한 감!!
처음 대책 없어 보이는 사건을 그 분에게 떠맡기고 다른 형사들은 항가항가 하는 것도 그렇고
너무 드러내놓고 부산 형사를 따돌림하는 꼴이 좋지 않아 보였습니다.
제가 뭐 부산에 살고 있어서 그런건 아니구...
실제로도 지역 차별이 있고 그런 걸 꼬집어 비판하는 것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저야 뭐, 경찰서 안 살림을 알 턱이 없으니 그냥 짐작하는 거지만요..
'줄리아의 눈' 때에도 그랬지만, '그럴것이다'라는 기존의 터널에 갖혀 시각장애인의 의사는 제대로 관철되지 않는 것 같아요.
주인공 민수아도 눈으로 보지는 못했지만, 예리하게 여러가지를 기억해내서 사건의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하는데도
그저 그녀가 시각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사람들의 무시를 당하지요.
다시 한 번, 사회에서 장애인의 위치를 실감하게 된 씁쓸한 부분이었습니다.
김하늘씨 연기도 멋졌고, 유승호군의 새로운 발견이었습니다.
까칠한 불량소년이지만, 그래도 겉만 그렇고 속은 알차고 순수한 소년이었군요.
지하실에서 거울 앞에 앉아 B-boy 포즈 흉내내는 것은 조금 개그였습니다. 웃겼어요. 피식- 하고..
전체적으로 잘 만들어진 영화였지만, 떡밥회수는 좀 부족하지 않았나 아쉬움이 남습니다.
먼저, 어째 요즘 영화의 살인자는 '무차별 살인'이나 '묻지마 살인'을 즐기는 사이코패스가 유행이라도 하는 듯 합니다.
언제부터가 시초가 되었는지 모르겠는데..
공공의 적에서 이런 느낌의 살인자가 등장을 시작했다면, 사이코패스 살인마의 이미지가 확립된 건 '추격자' 때가 아닌가 싶어요.
그때부터 한참 '사이코패스 테스트' 따위가 유행을 했던 것 같습니다.
그전까지의 영화들에서 살인자에게 '살인 동기'를 심어줘야 했다면,
이 놈은 그렇게 치밀하게 설정을 짜 넣을 필요가 없고 단순히 '미친놈'으로 치부하면 된다는 편리함 때문인걸까요..
사이코패스 살인마는 대세를 타고 대부분의 스릴러 영화에서 등장을 하게 됩니다.
이젠 지겨울 정도에요.
유년시절의 기억이나 쓰라린 연애의 기억으로 사이코패스가 되었다거나 간단한 이유를 달아줄 수도 있을 건데,
이 영화는 살인마에게 너그럽지 않아서 변명할 시간 따위 주지 않네요.
그의 범행은 '납치 -> 강간 -> 살인' 이라는 아주 단순한 루트로 진행이 됩니다. 기승전결 깔끔하다고 할 수 있죠.
김하늘이 사람 죽이는게 처음 아니냐는 말에 태연하게 웃으면서 대답하며,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모습.
미디어에서 자주 비춰지던 사이코패스의 전형적인 모습입니다.
그는 수많은 낙태 수술을 시술해 온 산부인과 의사입니다. 그가 연쇄살인을 한 동기는 과연 '약물중독' 때문인걸까요..
사실 전 개방적인듯 해도 그런쪽으론 좀 고지식한 사람이라,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여자는 그 여자가 원인 제공을 했다고 생각해요.
모르는 사람이 주는 건 받지 않는다. 모르는 사람이 주는 건 먹지 않는다. 모르는 사람은 따라가지 않는다.
세 살 짜리 어린애도 배우는 그런 겁니다.
허영심에 찌들어서 비싼 외제차 탄 남자가 차를 세우니 덥썩 올라타는 그 여자가 미친년 같은데요.
얼굴이 안 보이는 것도 아니고 차 안에 탄 남자가 자기랑 연배도 엄청 차이날 건데 그게 덥석 덥석 타진다는 건, 여자 정신 문제라고 봅니다. 이건.
그런 짓 당해도 싸다라는 건 아니지만, 사회나 타인을 원망하기에는 자기 행동을 돌아봐야 할 것 같아요.
저런거 질색이라 그냥 보면서 짜증이 좀 났습니다.
그리고 김하늘과 같이 조형사가 수사를 하면서 갖고 다녔던 볼펜형 녹음기.
보는 것이 불가능한 그녀를 위해 그가 준비한 특별 아이템-]
조형사가 수상스런 산부인과 주차장에서 범인과 싸우다가 칼에 찔리고,
범인의 목소리를 녹음한 펜은 범인에게 잘 보이지 않는 차 밑으로 굴러 떨어집니다.
화면은 몇초간 그 굴러 떨어진 펜 너머로 조형사의 얼굴을 클로즈업 하는데,
이거 이 펜이 뭔가 결정적인 단서가 된다고 떡밥 뿌린 거 아니었나요?
아니라면 오해해서 죄송하구요..
펜 너머 조형사님 눈빛이 너무 안타깝고 아련하여 그럴 거라고 생각했는데,
실상은 범인이 너무나 행동력이 좋은 놈이라 바로 목격자들에게 뛰어 갔고,
범상치 않은 목격자들에게 벽돌 처 맞고 비오는 날 차가운 땅바닥에 누웠죠..
재밌었고, 스릴 넘쳤습니다.
예고편에도 나오는 '지금 그 놈이 누나 바로 앞에 앉아 있어요.'의 지하철씬.
끝까지 주인을 지키려는 인도견 슬기의 모습이 너무 안타깝고 애처롭습니다.
그러면서 문득 드는 생각이, 개는 저렇게 주인을 지켜도 아마 고양이는 주인이고 뭐고 지 놀래서 도망가지 않을까라고...
개를 키웠으면 어땠을까라고 2g 정도 생각을 해보고,
제가 키우는 고양이들에 대해 돌아보는 시간도 2초쯤 가졌습니다.
아무튼 B POINT 들어온 김에 BTV 프리미어로 보긴 했는데, 재밌었습니다.
괜찮네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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