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시제로 델 디아블로 멜롯 2007
와인 저장고에 도둑이 들자, 셀러에 악마가 나온다는 소문을 내어 만들어진 이름.
콘챠이 토로의 2007 빈티지 와인으로, 처음 사왔을 때는 잘 몰랐었는데
마실 때 보니
병목의 라벨에 [2007/역사적인빈티지/레드와인의 베스트 프리미엄빈티지]라고 적혀 있었다.
딱히 빈티지나 멜롯이라는 품종을 보고 사온 것은 아니다.
나는 까쇼를 좋아하고 까쇼를 사려고 했지만, 멜롯 밖에 없어서 사왔을 뿐.
[디아블로]라고 검색하면 나오겠지만, 지난 포스팅에도 썼듯이 엄청 저렴한 가격에 모셔왔다.
뭐 꼭 이 녀석뿐이 아니더라도 내 셀러의 와인들은 모두 저렴하지.
아무튼 오리랑 같이 맛있게 마시고 한잔 쯤 남은 것은 먹을 타이밍을 못잡고 결국 [맛술]이 되었다.
요리에 청주나 소주 넣는 사람도 있는데, 와인도 괜찮은 것 같다.
아무튼 그래서 시음기.
보통은 뭐부터 하는지 모르겠는데, 대체로 나는 향을 맡고 먹어보고 색을 본다.
색을 보는 동안 향이 날아갈까, 맛이 산화될까 두근두근하거든.
ㅁ 색
예쁜 붉은색.
레드라고 하기엔 조금 어려운 빛을 띠고 있다.
어두운 핑크같기도 한데, 그렇다기에는 맑은 색을 띠고 있어서 체리색 정도가 좋겠다.
다른 사람들은 이 색을 어떻게 표현하는 가 궁금해서 검색해봤는데
그중에 가장 공감한 색깔이 체리색이다.
체리색은 체리색인데 테두리는 좀 더 밝다.
예쁘지만 어려운 색.
왜 이런 색이 나오는지는 좀 더 공부를 해봐야겠지만 쌓아놓고 보지 않는 나의 책들은...OTL
ㅁ 향
코르크를 땄을 때 향기는 달콤했다.
이 전번까지 내가 마셔댔던 와인들은 '모스카토 다스티 류' 였기 때문에
이전에 마신 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달달한 느낌인 것은 당연히 아니다.
끝만 자주색으로 적셔진 코르크에는 달콤한 향만 가득 묻어났다.
향기만 맡으면 스위트 와인으로 헷갈릴 기세.
와인의 이름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는 코르크.
오랜만에 재생코르크나 플라스틱 코르크가 아닌 진짜 코르크다. 살짝 감동?
따르고 바로 맡은 향은 달콤한 향만 얕게 일렁인다.
스월링 후의 향은 스파이시함이 감돈다.
ㅁ 맛
첫 맛은 혀 전체를 감도는 달고 부드러운 맛이었다.
이내 찾아 온 맛은 스파이시한 맛.
오래되어서, 혹은 내가 보관을 잘못해서 산화된 것이 아닐까 했다.
코르크 상태나 첫 향을 보아 그건 아닌 것 같고 그럼 이게 본래 맛 중에 있다는 걸까.
묵직하지 않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건더기 있는 듯한 타닌감이라 해야하나.
스위트한 와인은 아니지만, 첫맛이 스위트하고 부드러워 가볍게 마셔진다.
목넘김은 가벼우나 혀 위에 남는 맛이 오래 간다.
역시 위에서 말한 건더기감(?)이라 해야하나, 그게 좀 익숙하지 않지만.
' 멜롯이 이런 맛이라면 까쇼는... ' 이라며 망상에 빠져 있는데 오리는 말했다.
" 쓰다! "
아, 예...
지난 번에 마셨던 멜롯이 가벼운 녀석이라면,
이 멜롯은 좀 무게가 있으면서도 부드러운게 츤데레 같은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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