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동경해 마지않는 진영언니와 영화를 보러 갔습니다.
사실 영화를 자주 봐서 썩 볼 게 없었던 지라, 평이 안 좋은 것을 감안하고 보기로 하였습니다.
[불꽃처럼 나비처럼]과 [내사랑내곁에]중 어떤 것이 더 병맛이 날지를 가늠하다가,
그나마 제가 명성황후라는 인물을 좋아해서 이 영화로 선택했지요.
아........................................................................
뭐, 그냥...
영화를 자주 보지 않는 진영언니의 평가를 빌려보겠습니다.
" 나는 애니메이션 보는 것 같아서 재밌었다. "
네. 언니가 재미있었다니 저도 행복합니다 ㅠㅠ
하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잖아요..
15세라고 알고 있었는데, 19금씬이 나오는 건 너무하잖아요...ㅡㅜ
물론, 민왕후와 그의 그림자 무명(요한)의 이야기는 참 안타깝습니다.
지금까지 명성황후의 똑똑하고 강인하고 불의에 맞서는 모습만을 보아왔다면,
이 영화는 그녀의 여린 모습과 인간적인 면을 부각시켜줍니다.
그녀도 두려워하고 불안해하고 슬퍼하는 한 여인이었지만,
자신의 위치와 자신이 해야할 일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멋진 사람이었습니다.
수애의 눈물 연기는 영화 곳곳에서 빛을 발하지요.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오열하는 모습, 눈빛으로 우는 모습.
그리고 황후의 카리스마도.
와우- 그 눈꼬리 치켜올린 아이라인 괜찮았습니다.
그러나!!
정말 난감할 정도로 쓸데없이 화려한 CG의 향연은 보는 나를 손발이 오글오글하게 만들었습니다.
식칼(?)로 아이스 스케이트 타는 모습은 아마 잊을 수 없을겁니다.
감독이 김연아양 팬인가요?
아무리 CG상엔 빙상이라지만, 현실은 나무바닥 위잖아요...ㅡㅜ
쓸데없는 CG가 너무 빈번해서 눈물이 앞을 가렸습니다.
그리고 시간 흐름 엄청 빨라요. 화면 넘김도 확확- 넘어가고.
이거 원 등장인물의 한템포 느린 대사로 현재시간 알려주기 아니면,
절대 지금이 어느땐지 모를 거 같습니다.
명성황후의 인간적인 모습이나, 주인공들의 안타까운 사랑이야기 등은 재미있게 봤지만
전체적으로 연출이 난잡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왕이면 좀 더 수수하게 나가도 되었는데, 볼거리를 만들려는 욕심에서였을까요?
CG장면은 정말 너무 욕심부린 게 안 좋은 결과로 빚어졌네요.
적어도 제가 보기엔 말이죠.
진지해야할 싸움 장면에서 객석에서 웃음이 터져나온다는 건,
정말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래도 뭐, 당당하게 최후를 맞이한 명성황후와 수애의 빛나는 감정 연기를 봐서
별 세개는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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