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에 부모님과 함께 보면 정말 엄마한테 잔소리 깨나 들을 것 같은 영화입니다.
" 똑바로 해 이것아! " 하고 말이죠.
그렇다고 주인공 애자가 그다지 엄마에게 못한 것도 없습니다.
자신 때문에 남편이 죽고 아들이 장애인이 되었다는 트라우마를 지고 있는 수의사 애자엄마.
엄마를 닮아 욱하는 성격에 불량학생이지만, 글 하나는 잘써서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는 애자.
그 외에 애자엄마의 주변 사람들과 애자의 주변 사람들이 나오지만
사실 누가 누군지 별로 신경쓰지 않아도 될만큼 포커스는 두 사람에게 맞춰져 있습니다.
서로에게 속내를 비추지 못하는 모녀의 이야기.
영화는 이야기 속에서 애자엄마가 무슨 병인지 밝히지 않으면서 이야기를 끌어갑니다.
사실 암 비슷한 것 아니겠느냐 싶겠지만, 수술씬 에서조차 병명은 안 나옵니다.
이 정도로 병에 대해 언급조차 하지 않고 다만 애자엄마가 시한부라는 설정만 바닥에 까는 스토리는
전문성에서는 떨어질지도 모르지만 어차피 이건 의학드라마가 아니기 때문에 패스.
그깟 병명 모르면 어떱니까. 사람이 시한부라는데.
그래도 아쉽긴 해요?
고집쟁이에 욱하는 성격이지만, 사실 미안한 속마음을 숨기려고 더 화를 내는 애자엄마.
역시나 엄마에게 잘하려고 하지만 엄마의 태도에 오해를 하고 삐딱하게 대하는 애자.
딱히 전체적으로 뭔가를 전하려는 의도는 없어보이는 영화입니다만,
이 영화가 마음을 울리는 이유는 현실적인 설정과 연출의 휴먼드라마이기 때문이죠.
영화라기보다는 한 편의 휴먼드라마.
아, 영화보는 도중에 객석 곳곳에서 코 질질 흘리고 대성통곡을 하는 바람에
울적해지고 찡해지던 내 마음은 바닥으로 쑤욱- 가라앉았지만 말이죠.
보고 있으니 우리 엄마가 떠오르는게, 딴 생각이 뽁뽁 솟지만...
- 우리 엄마랑 같이 봤으면, 아마 '그러니 살아있을 때 잘해'라고 잔소리를 해대시겠지...
이내 잊고 영화에 집중을 합니다.
딱, 엄마와 딸 두 사람을 중심으로 포커스를 맞춘,
짧은 상영 시간 안에 두 사람의 갈등과 화해를 잘 빚어 낸 좋은 영화입니다.
은근히 복선도 깔려있고 말이죠.
엄마를 힘들게 놓아주는 모습 뒤로 사람들의 눈물을 쏙 빼낸 영화는
장례식장에 나타난 엄마 귀신으로 진지함을 쏙 빼서 하늘로 살짝 날려보냈습니다.
최강희를 닮았고, 얼마전 어머니를 여읜 내 친구가 떠올라서 안타까웠던 후반부였습니다.
아 정신없이 쓰긴 했는데 요는 재미있었습니다.
돈 주고 본 건 아니지만, 돈이 아깝지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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