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야행 - 하얀 어둠속을 걷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작가의 이름과 그 원작에 대한 영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부풀었고,
그래서 영화는 일부의 팬들에게 '원작에 비해' 불충분하다라는 평을 들었다.
원작 소설을 가지고 있지만 읽지 않은 내 눈에는 이 영화는 아주 친절한 영화였다.
다른 어떤 영화를 비교하며 말을 할 수는 없지만, 정말 친절하다.
손에 땀을 쥐는 스릴러나 커다란 반전은 없다.
처음부터 천천히 진행을 하면서 '왜?'에 대하여 풀어놓는다.
혹자는 과거와 현재를 자주 번갈아가며 보여줘서 정신이 사납다고 말했지만,
과거의 하나하나가 적절하게 현재의 시점과 맞닥뜨려지면서 몰입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짧지 않은 러닝타임에 결코 지루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보통 전작이 있고 원작이 있는 영화는 '강박관념' 같은 것이 있는 것처럼,
원작을 다 담으려다가 들쑥날쑥해지기 마련인데.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하나 하나 '왜'에 대해서 차근차근 풀어간다.
반전이라면 반전인 부분이 '아니, 이럴수가!' 라는 반전으로 다가오지 않는 것은,
'아, 이래서 이렇게 되어가는구나.' 라고 친절하게 이해시키며 진행하기 때문이다.
흑과 백.
태양을 위해서 한없이 어두워지는 그림자인 흑과
태양처럼 보이지만 사실 하얀 어둠 속을 걷고 있는 백.
다만, 감독이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등장인물들의 다음 패턴이 훤히 보이는 것은 아까웠다.
나같은 바보도 몇 수 앞에 파악이 가능한 패턴이라니...
그리고 쓸데없이 등장인물을 늘려서 죽여버린 것은 좀 안타까웠다.
무엇보다 죽은 사람들 중에 굳이 '없어도 되는' 캐릭터도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선글라스에 집착하는 젊은 형사는 사실 없어도 크게 지장은 없었을 것 같은데..
조연들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나눠주지 않을 바에야, 처음부터 소수 정예였다면 더 나았을 것 같다.
그래도 한국식의 타이밍과 클로즈업을 사용한 개그는 재미있었다.
못생긴 스토커 범인과 고수의 얼굴을 클로즈업으로 배열하면서,
못생긴 남자가 '나보다 못생겼어'라고 말하자마자 고수의 클로즈업 된 얼굴로 화면이 바뀐다.
조각같이 잘생긴 얼굴이 스크린에 가득차면서 객석은 웃음에 덮였다.
공포영화 뺨치게 헉-! 하게 사람 놀래킨 장면도 재미있었는데,
관객들을 놀라게 하면서,
냉철하게 살인을 저지르는 고수가 많이 괴로워하고 있다는 것을 전달하는 좋은 수단이었다.
마지막으로 손예진은 살살 벗기고 고수의 파트너는 홀랑 벗겨놓은 것에 대해서는 아쉬었달까.
배우를 너무 아꼈다.
p.s. 손예진의 가식적인 웃음이 왠지 진짜같이 보일정도로 연기 참 잘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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