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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시크릿


한국영화는 참 좋다. 외국 영화보다는 당연히 한국에서 만든 영화에 우리 나라 정서가 많이 깃드는 건 당연한 거겠지만, 그래도 나는 한국사람을 웃길 줄 아는 '한국 영화'가 좋은 것 같다. 미국식 코미디도 좋지만, 나는 이렇게 한국적인 웃음이 더 좋달까. 이 영화는 스릴러 영화를 표방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우리나라 영화들이 하나같이 포기하지 못하는 웃음코드를 내포하고 있다. 이 점은 어떤 면으로는 참 안타까운 일이긴 하다. 아무튼 어제의 백야행이 외모지상주의적인 면을 두각시켜 관객을 웃겼다면, 오늘 시크릿은 말장난으로 관객들을 웃기고 있었다. 그 종류가 하도 다양하고 빈번하게 튀어나와서 일일히 다 나열하기도 어렵고, 사실 자잘하게 그 순간 '피식' 하게 만드는 것들이라 기억에 크게 남아있지 않기도 하지만 반장님(?)의 말장난은 참 재미있었다. 그래도 진지하려는 상황에서 뜬금없이 '피식'코드를 내놓을 때면 웃으면서도 좀 당황스럽긴 했다. 물론 웃으면서 지나친 그 장면이 사실 아주 작은 실마리를 미리 보여준 것이긴 했지만.

등장인물들의 연계가 아주 잘 되어있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쓸데없는 인물의 쓸데없는 등장이 적다. 어제 본 영화와 어쩔 수 없이 비교를 하게 된다만, 영화의 캐릭터들은 하나 하나 '등장해야 할 이유'를 가지고 있다. 이야기가 차승원과 송윤아 중심으로 진행이 되지만, 조연들도 꼼꼼하게 이야기에 섞여서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해내면서 불필요하게 툭 튀어나온 쌩뚱맞은 진행은 없었던 것 같다. 다만, '생략'된 이야기가 있을 뿐.

포스터에는 놀라운 대 반전이라고 했지만, 그다지 놀라운 반전은 없었다. 감독은 영화를 진행하며 '송윤아가 범인이다'라고 관객을 속이려고 들었지만, 요즘 관객들은 똑똑해서 멍청한 나도 안 속았다. 물론 송윤아가 범인인게 결국 거짓말은 아니었지만, 이 영화는 '홀랑 벗겨 다 보여줬다' 싶은 듯 하면서도 '아참, 이걸 안 보여줬네'의 느낌이랄까. 형사들이 송윤아를 의심하고 아내가 범인이라고 생각하고 걱정하는 차승원의 간절한 연기는 참 좋았다. 송윤아의 불안해하는 연기도 아주 적절했다. 뭐 송윤아를 범인으로 몰아가는 부분이 억지스럽지 않았다는 점에서 아주 좋았지만, 너무 중심에만 스포트를 두고 감독도 사이드는 깜박한 거 같은 느낌이랄까.

사실 나름 성공하긴 했다. 깊이 생각하지 않고서야 사건은 마무리 되었기 때문에 다들 송윤아가 왜 피묻은 옷을 입고 있었으며, 왜 재칼을 보고 도망을 갔으며, 왜 피해자(나름 피해자)의 성기에서 김인권의 지문이 나오자마자 송윤아에 대한 혐의가 한번에 풀려버리는 지... 사람들은 이야기의 진행에 쏠려 어지간히 뜯어내기 좋아하는 평론가나 매니아가 아니고서야 구렁이 담 넘어가듯 넘어가며 '그냥 뭔가 아쉽네?'라는 의문만 남겼을 텐데. 아쉽게도 송윤아의 내연녀 살해에 대한 서비스 컷이 사족으로 붙으면서 관객들이 왜 영화가 끝나고 이상하다고 생각했었는지를 깨닫게 해주셨다. 안 넣느니만 못한 서비스컷이었달까.

다른 사람의 리뷰에도 이런 이야기 있을 것 같지만, 왜 내연녀가 죽은 것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은 걸까? 아무리 그녀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다고 해도 송윤아의 피묻은 옷을 보고 왜 차승원은 더이상 캐묻지 않고 방치한 걸까? 전체적으로 좋았지만 마지막 사족때문에 멍청한 나도 '아, 이래서 이상했군.'이라고 깨달아 버렸다.

전체적으로 재미없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재미있지도 않았던 영화.



덧.
사실 어벙한 놈이 범인이라는 건 영화보면서 '그 놈밖에' 없었기 때문에 짐작하고 있어서 별로 놀라지 않았는데, 김인권이 게이로 나온건 대반전이었음. ㅋㅋ 피해자 성기의 지문을 채취한 검시관도 엉뚱하지만, 사실 지문나왔다길래 난 송윤아와 피해자가 내연관계였을까라는 말도 안되는 상상을 순간했었는데 말이지. 김인권 지문이라는 검시관의 대사에서 객석 남정네들 헉하는 소리가 들렸다. 재미있었음.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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