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째서인지 중국에서 유통되는 '가품', 소위 '짝퉁' 타로카드가 국내에서 '보급형'이라는 그럴싸한 이름으로 유통이 되고 있다. 미리 말하지만, 이 글은 '가품' 카드를 사는 행동과 사는 사람들을 질책하려는 글이 아니다. 나는 이 앞전에도 '알리 익스프레스'에서 직구한 타로카드에 대한 포스팅을 했다. 그 당시에는 그 카드들이 가품이라는 것을 모르고 구매했으나 이후에는 연구 및 저널 노트를 목적으로 가품인 걸 알고도 몇 개 더 구매하기는 했다. (물론 정품 덱을 보유하고 있는 덱들)
국내 인터넷 쇼핑몰에서 '보급형 타로카드'라고 불리며 유통되는 '가품 타로카드'들은 어떻게 제작이 되는 것일까. 내가 그 제작 및 유통 경로를 정확하게 알 수는 없으나, 동일 업종을 겪었던 것을 토대로 유추한다면,
가장 유력한 경로는 타로 카드 제작사에서 제작 단가를 이유로 중국에 OEM(하청 제작)을 하는데, 제작 공장에서 디자인이 유출이 되어서 가품 제작에 사용되는 것이다. 그래서 중국의 불법 복제품을 우려한 일부 제작사들은 유럽권 내에서 제작을 고집하는 경우도 있다. 그럼에도 이 경우가 100%는 아닌 이유는, 이탈리아에서 제작을 고집하는 로스카라베오(lo scarabeo) 사의 덱들도 중국에 가품이 돌아다니고 있기 때문이다. 로스카라베오는 일부 덱의 경우 중국에서 제작을 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덱을 이탈리아에서 제작하고 있다. 최근 깨달은 건데, 이태리 내에서 제작한 카드들에서는 공통적으로 묘하게 스모크 향이 난다. (신기하네?)
그렇다면 가품 유통이 되는 또 다른 경우이자, 중국 내 OEM을 진행하지 않고도 가품이 제작되는 카드들의 경로는 무엇일까? 바로 정품 카드를 불법 스캔해서 재 인쇄를 하는 것이다. 중국에서는 제작 단가를 낮추기 위해서 정품 카드 내에 포함되는 북릿 매뉴얼을 스캔하여 PDF로 만들고 그것을 구들 드라이브나 특정 사이트에 업로드한다. 그리고 가품 카드 패키지에 QR코드를 인쇄하여 해당 QR코드를 찍으면 매뉴얼을 다운로드할 수 있는 사이트로 연결되도록 만들어 두었다. 당연히 '가품'카드이니 그것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심지어는 카드는 판매하고 있으나 매뉴얼은 구할 수 없는 경우들도 빈번하다. (그래서 가끔 커뮤니티에서 정품 카드를 구매했다면 결코 궁금해하지 않을, 북릿 매뉴얼을 구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정품 타로카드의 경우, 로스카라베오에서 기준을 잡은 7cmX12cm 사이즈가 대부분이다. 출판사나 카드 콘셉트, 케이스에 따라서 카드의 폭이나 높이가 달라지기는 하지만, 미니 덱으로 나온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분의 카드는 높이 11cm를 넘긴다. 그러나 가품 카드의 경우, 마치 트럼프 카드처럼 덱의 테마나 본래 사이즈와 관계없이 일정한 사이즈를 유지하고 있는 데 그것은 인쇄 단가 때문이다.
보통 인쇄는 커다란 종이에 맞춰 조판한 카드 이미지를 집어넣고 인쇄를 하게 된다. 종이 한 장에 여러 장의 카드가 찍혀서 나온다고 생각하면 쉽다. 조판만이 문제가 아니라 한 장에 인쇄된 여러 장의 카드를 재단하는 것도 일이다. 카드의 사이즈가 각각 다르면 각각 다른 재단 세팅을 해야 한다. 불법 제작을 하는 입장에서 더 많은 이득을 남기기 위해서는 제작 단가를 낮출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 종이 한 장에 더 많은 카드를 찍어낼 수 있고, 이미 중국 내에서 많이 제작되고 있어서 별도의 재단 세팅을 할 필요가 없는 트럼프 카드 사이즈로 타로카드를 찍어 낸다. 그래서 대부분의 가품 타로카드는 정품 덱의 크기에 관계없이 모두 같은 크기를 하고 있다. (사실 이런 이유로 동일 제작사 덱이 동일한 사이즈로 출시되는 것도 있을 것 같다.)
아무튼 그렇다 보니, 가품 카드는 제작 단가를 낮추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제작이 되고 당연히 카드의 퀄리티가 현저하게 떨어진다.
1. 종이의 질
- 대체로 통일된 트럼프 마분지 같은 재질의 종이 사용으로 종이의 질이 매우 나쁘고 코팅이 매끄럽지가 않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카드 코팅의 결이 보일 정도로 퀄이 낮다.
2. 재단 상태
- 정품 카드는 카드의 앞면과 뒷면의 문양이 딱 들어맞고 이미지가 카드 종이의 정중앙에 위치되도록 재단되며 검수를 마친 후 시장에 출시가 된다. 하지만 가품 카드는 앞면과 뒷면이 맞지 않고 카드 그림에 테두리가 있는 경우, 테두리가 잘려 나간다거나 그림이 한쪽으로 쏠리는 등 재단 상태가 나쁘다.
3. 인쇄 품질
- 마치 프린터의 '잉크 절약 모드'로 출력한 것처럼 잉크 절약을 한 것인지 카드의 색상이 색 바랜 듯 선명하지 않고 잉크의 번짐 등 인쇄 상태가 나쁘다.
4. 카드의 검수가 똑바로 되지 않아서 같은 카드가 두 장 있거나 카드가 부족한 경우가 있음
5. 카드의 크기가 정품과 매우 다르고 일부는 비율도 다름. 카드에 익숙한 사람은 사진만으로도 가품 구분이 가능할 정도고, 사람의 손이 같이 찍힌다면 누가 봐도 가품으로 보임.
6. 금박이나 은박
- 카드 앞면이나 뒷면에 금박이 있는 제품의 경우, 고가의 금박 대신 저렴한 검은색 잉크로 처리된다. 이것은 인쇄 공정상에서 '인쇄 도안'의 '후가공(금박,은박,먹박 등)'표시가 후가공이 되지 않음으로써 그대로 인쇄된 탓이다. 또는 불법 스캔을 통해서 복제된 카드라면, 스캐너의 빛이 금박을 읽지 못하고 검은색으로 스캔했을 수도 있다만, 가품 카드의 금박 부분이 아주 일정하게 검은색으로 인쇄된 것을 보면 아마 전자가 더 유력할 것 같다.
- 자 그렇다면 카드 테두리에 금박이 있는 제품의 경우는 어떨까. 일단은 카드 테두리의 금박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특이하게도 '로맨스 엔젤 오라클' 등의 일부 가품 카드는 테두리의 금박을 재현해 두었는데, 금박 퀄리티가 심각하게 낮아 가루가 떨어지며 손에도 묻어나고 카드에도 묻고 스프레드 천에도 묻고 아주 대 환장 파티가 된다. 게다가 저렴한 카드에 중국산 금박이라니! 어쩌면 몸에 해로운 성분일지도 모른다.(과학적으로 확인한 적은 없다.) 정품 덱이 카드 한 장 한 장에 금박을 입힌 느낌이라면, 가품 덱은 카드 덱 전체를 금박에 한 바퀴 두른 느낌이라 자기들끼리 달라붙어서 잘 떨어지지도 않는다.
가품 카드들은 위에 열거한 여러 가지 문제들이 있다. 직접 구매해보고 정품과 가품 비교를 해서 얻은 데이터다.
사실 보급형이라는 이름으로 가품을 구매한 사람들은 그것이 '정품'보다 저렴하기 때문에 우선 구매를 했을 것이고, '가품'이 아니라 '보급형'이라고 생각해서 구매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사실은, '가품'이 리딩이 되지 않는가? 일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가품 타로카드는 정품 타로카드의 도안을 훔쳐서 불법 제작한 것이기 때문에 카드 사이즈가 다르고 일부 그림이 잘리거나 늘어나는 경우는 있어도 그림은 대체로 같다. 그렇기 때문에 무작위로 셔플하고 임의성을 부여해서 스프레드로 읽으면 결국 리딩은 가능하다. 타로카드가 출판사에서 제작한 '신묘하고 영험한 신기(神器)'가 아니라 포춘 텔링을 위한 '도구'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내가 가품을 구입하지 않고 정품을 구입하는 것을 권장하고 싶은 이유는 '리딩'과는 크게 상관이 없다. 리더 Leeder 본인의 마음만 맞는다면 리딩에는 크게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타로카드는 그렇게 대중적인 출판물이 아니다. 베스트셀러 도서가 판매량을 고려하여 대량으로 제작되어 더 저렴하게 1만 원에서 1만 5천 원 사이로 판매가 되는데 반해서, 구매자가 제한이 된 전공 서적이나 전문 기술 서적은 그 가격이 3만 원~4만 원을 기본으로 넘기게 된다. 타로카드도 이와 마찬가지다. 게다가 단순히 책이 아니라 케이스도 제작이 되어야 하니 단가는 더 올라가게 된다. 만약 가품 구입으로, 정품 구매자가 줄어들게 된다면 정품 가격은 더 올라갈 수밖에 없게 된다.
자, 그러니까 정품 구매를 많이 해주세요!라고 하는 거라면 그건 아니다. 일단 가품 카드가 워낙에 퀄리티가 떨어지다 보니 내가 타로카드 샵에서 보면서 돈 생기면 사야지라고 오매불망 그리던 위시 덱(Wish Deck)이 짝퉁의 퀄을 만났을 때 실망감이 크게 들면서 위시에 대한 애정이 폭삭 식는다. 그런 식으로 카드를 계속 접하게 되면 위시는커녕, 타로에 대한 마음도 식을 수 있다.
내가 가품을 구매하는 사람들에게 이 긴 글을 쓰며 꼭 말하고 싶은 부분은, 국내에서 보급형이라고 부르면서 판매하고 있는 대부분의 카드들은, 국내 가격이 1만 원~1만 5천 원 사이에 판매가 되는데, 그 카드들은 중국 현지에서 배송비 무료에 5천 원 이내로 판매가 되고 있다는 거다. 딱히 어려운 것도 없이 그저 조금 오래 (길면 약 두 달) 기다릴 뿐, 직접 직구가 가능하다는 거다. 가품 판매자들이 국내에서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것. 여러분이 굳이 가품을 쓰고 싶다면 나는 말릴 생각이 없지만, 일부 덱은 '쿠팡'에서 '로켓 직구'로 굉장히 저렴한 가격에 구매 대행을 해주고 있다. 쿠팡 아이디만 있으면 구매가 가능하다. (쿠팡 쪽은 배송이 길면 약 한 달 정도 걸리는 것 같다.)
예를 들어 아래 표를 보자. 로스카라베오의 '화이트 캣츠 타로카드'로 비교를 해 보았다.
국내 타로샵의 정품 판매 가격은 대략 28,000원이다. 중국 내 가품 판매 가격은 5천 원이고, 그 가품을 사다가 국내에서 파는 가품 판매 가격은 대략 17,000원(3배 이상 가격). 쿠팡의 로켓 직구에서는 정품 가격이 19,270원이다. 2천 원만 더 내면 무료 배송으로 정품을 살 수 있다. 이 가격에 가품 구매는 너무 터무니없는 손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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