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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련산 등산 - 동수영중학교 회귀코스

매주 수요일은 스스로가 정한 정기휴무일이다. 주말에도 작업을 하고 있고 아무래도 프리랜서에 개인 개발자이다보니 스스로 쉬는 날을 정해서 쉬지 않으면 일주일 내내, 한달 내내, 일정에 쫓겨서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이도 저도 못한 상태로 시간을 보내게 되고 만다. 그래서 안되겠다싶어서 새해부터는 매주 수요일을 자체 휴일로 정하고 쉬기로 마음 먹었는데... 사실 뭐 그것도 쉽지 않았다. 일이라는 것이 언제나 일정대로 되지 않고 마음은 마음대로 조급해져서 제대로 일을 하지 않고 편하게 쉴 수 없었다. 예전에는 아무것도 안하고 침대에 누워서 시체마냥 죽은척하고 종일 시간을 보낼 수 있었는데 이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시간을 보내고 있으면 그 시간들이 너무나 아깝고 후회스러워서 쉴 수 없게 되었다. 그런데 이번에 스트레스로 만성 위염이 도지고, 멘탈도 가루가 되고 그래서 일은 일대로 못하는 상태가 되어보니 사람이 주기적으로 쉬어주고 일할 체력도 쌓고 정신도 좀 수련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롯이 혼자서 생각할 수 있는. 등산! 그래 등산을 하자!

사실 시작은 친구가 '머리가 복잡할 땐 등산을 해 보렴.' 이라고 말한 것이 동기였지만, 아무튼 등산을 하기로 했다. 매주 수요일. 내가 정한 휴일에. 일 하지 말고 무조건 꼭 산에 가기로. 물론 비오는 날에는 어떻게 할지 아직 계획을 안 세웠다. 비 오면 비 올 때 생각해보자.

안드로이드 폰에는 '루가'라는 등산어플이 있다. 매우 잘만든 어플이다. 다양한 등산 및 트래킹 코스의 지도가 들어 있고, 오프라인 지도를 다운로드 받으면 데이터 사용없이 GPS 위치 확인이 가능하다. 평지에서도 길 잃어버리는 나같은 길치, 방향치에게는 더없이 좋은 어플이었다.


집이 수영이기에 가장 가까운 산을 검색해보니 금련산이었다. 아. 집 앞에 보이는 그 산이 금련산이었구나. 금련산 지하철역을 수십번이나 지나가봤고, 황령산 봉수대에 차를 타고 놀러간 적도 있었는데, 집 앞의 산이 금련산인 건 몰랐다. 코스는 2시간 20분 코스. 동수영중학교에서 출발해서 다시 동수영중학교로 돌아오는 회귀코스다. 다른 코스도 많고 더 돌아오는 코스도 많지만, 처음 시작하는 등산이니까 최대한 짧은 코스를 해 보기로 했다. 정말 잘한 선택이었다. 2시간 20분 코스 좋아하네. 느그작거린 것을 생각하더라도 6시간이나 걸린 건 좀 너무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등산 초보자는 자신의 체력도 감안해서 시간을 보는게 좋을 것 같다.

등산을 가기로 했으니 준비를 해야지? 친구한테는 등산가방도 없고 등산복도 없고 오만 핑계를 대면서 안가려고 했는데, 친구가 물통 하나 들고가면 되지, 가방이 왜 필요하느냐 했는데 어쨌든 보조배터리라던가 간식이라던가. 나는 이거저거 좀 챙기고 싶은게 있었단 말이지. 나름. 그래서 우리집 근처, 팔도시장 입구에 가면 있는 아웃도어 땡처리 가게에 갔다. 저번에 지나가다보니까 가방 팔고 있더라고.


몇리터인지는 모르겠지만, 옆에 망이 부실해서 물병을 끼우는 건 좀 불편해보이고.. 수납은 다양하지만 메이드인차이나이고 지퍼가 뻑뻑한. 그래도 앞버클도 있고 등산가방의 명목은 갖춘 가방 하나를 샀다. 색깔이 다양했는데 이런 오묘한 색깔을 골라봄. 가격은 만원이다. 나중에 인터넷 보니까 18리터 정도의 가벼운 등산가방은 만원대 중후반으로 구입할 수 있더라. 꽤 그럴싸하게 생긴 애들로. 가방을 인터넷으로 새로 구입할까라는 생각이 머릿 속에 떠올랐다가 사라졌다가 다시 떠오르기를 반복했다. 번뇌가 터진다. 하지만 일단은 이 조그만한 가방에도 도시락과 물과 간식은 다 들어간다. 그리고 가까운 산은 이걸로도 충분하다. 그래서 가방 욕심은 있지만 체력이 더 붙어서 먼 산에 갈 수 있게 되면 그때 사기로 했다. 하지만 번뇌는 사라지지 않아서 틈만 나면 등산복이나 가방을 검색하고 있는 나새끼를 볼 수 있지... 핵노답.


갑자기 등산을 하려니 등산복도 고민이었다. 등산복을 사야하는 거 아닐까. 하고..등산화는 아주 예전에 백양산 올라간다고 시장에서 사놓고 한 번 신고 안 신은 신발이 있었다. 다행히 아직 멀쩡했기 때문에 잘 신고 다녀왔다. 운동화도 에어 안들어 간 것은 못 신는 사람인데 신발이 쿠션감이 부족해서 매우 힘들긴했다. 내려올 때. 바지는 집에 굴러다니는 바지 입었다. 나름 블랙야크 꺼라고 로고가 박혀 있는데 신축성도 있고 적당히 괜찮았다. 무엇보다 주머니에 지퍼가 있어서 그게 좋았다. 사실 몸에 이렇게 달라붙는 바지는 커녕 바지 자체를 안 입은지가 오래되어서 좀 부끄럽긴 했는데...뭐 나쁘지 않았다. 나중엔 올라가느라 졸라 힘들어서 내 엉덩이 뒷태에 대해서는 신경을 안쓰게 됐으니까. 상의는 그냥 평소 입던데로 반팔 면 티셔츠에 기모 긴팔 셔츠, 그리고 바람막이 하나를 입었다. 이게 올라갈때 땀 배출도 안되고 잘 마르지도 않아서 산 꼭대기 올라가니까 추워서 감기 걸리겠더라. 시장에서 기능성 쿨론티 5900원인가 하던데 인간적으로 티는 사서 입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등산복에 대한 것도 산을 오르는 내내 등산배낭 문제처럼 번뇌를 불러 일으켰다. 등산복을 사야하는가! 하고. 그런데 산에 올라갔다가 내려오는동안 본 사람들이 츄리닝에, 패딩에, 정말 온갖 패션을 다 하고 있더라. 등산복 같아보이는 옷을 입은 사람을 몇 보지 못했다. 등산을 가는데 등산복이 중요한 건 아니네. 내 몸뚱이가 문제다라는 가르침을 얻고 말았다.


동수영중학교 코스이지만 일단 동수영중학교까지 가야하는 것이다. 그래야 거기서 코스가 시작되니까. 사실 나는 왜 2호선 라인을 기준으로 센텀쪽인 아래쪽은 집 값이 비싸고 그 위쪽은 집 값이 상대적으로 싼 건지 이해를 못했다. 그런데 동수영중학교까지 가면서 온 몸으로 깨달았다. 이쪽은 겁나게 오르막이여!!!! 으아아아!!!


센텀병원 뒤쪽으로 동수영중학교를 향하는 길에 있던 표지판. 어마무시한 UI다. 팩트폭력. 위기감마저 느껴지는 표지판이었다. "어린이 뛰어나옴" 이라니. 처음에 "어린이 튀어나옴"인 줄 알고 빵 터졌다. 그런데 거짓말 아니고 애들이 막 튀어나오더라.. 위험해...

그리고 나는 이미 여기까지 가는데도 조오오오오온나 힘들어서 죽을 것 같았다. 이런 저질체력.


막 올라가는 길에 쌀통닭 매장을 보았다. 나의 사랑 쌀통닭. 요즘은 좀 질려서 교촌치킨 먹고 있는데. 여기서 배달이 오는 거구나! 하고 감동해서 사진을 찍었는데 집에 와서 냉장고에 붙은 소중한 전단지랑 비교를 해보니 아니다. 다른 매장이야. 우리집 배달 오는데는 수영점이었음 ㅋㅋㅋㅋㅋㅋ


수영초등학교를 지나가는데 벽에 이대호 선수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수영초등학교 출신이었구나. 이대호 선수 개인적으로 겁나 팬인데 이번에 롯데로 돌아와서 너무나 기쁘다. 근데... 너무 못생기게 그려놨네. 왜 이래?


동수영중학교 근처까지 갔을 때 본 원룸으로 추정되는 건물. 이름이 '한평드림빌'이다. 음? 한평 드림빌? 한평만 주겠다는건가. 고시원 같은 그런건가? 이름이 왜 이렇지? 하고, 사실 별 거 아닌데 혼자서 원룸 이름가지고 빵 터져서 미친년 마냥 크크크크크큭 거리면서 오르막을 올라갔다.

그리고 지옥은 시작되었다.


여기가 산행길인 것 같지만 여기는 산행길이 아니고 그냥 동수영중학교 들어가는 길이다. 세상에. 애들이 맨날 오르내리고 어르신들도 오르내리는 이 길까지 오는데 나는 이미 나의 체력의 절반을 썼다. 이런 저질체력. 자괴감이 든다.


동수영중학교 입구까지 와서 이미 체력의 반을 써버렸지만 정신을 붙들고 계속 올라가기로 한다. 사실 등산 초보는 끝을 보려고 하지 말고 적당히 체력에 맞게 올라가다가 내려와도 된다는데 난 멍청하게 끝까지 올라갔다. 그냥 그러고 싶기도 했고. 등산로 초입에서 사진을 찍었을 때가 약 오후 한시 10분 경이었다. 이미 동수영중학교 입구까지 오는데에 체력의 반을 쏟는 바람에 나는 너무 지쳤다. 그래서 고작 중학교 뒷산에 불과한 위치까지 올라오는데도 너무 힘들어서 뻗어버렸다.


갈림길에서 어느 방향으로 가야할지 고민하는 나에게 상대적으로 원만한 코스를 알려주신 (지도는 직선코스) 등산러분. 저 멀찌기에 파란 점 하나가 되어 사라지셨다. 게다가 이 분, 내가 반도 올라가기 전에 정점을 찍고 다시 내려오셨음. 흑흑..ㅠ


정말 죽을 거 같았다. 이 죽을 거 같은 와중에도 등산복과 등산배낭에 대한 나의 번뇌는 내 머릿속을 계속 차지하고 있었다. 여기 오기 전에 내 멘탈을 가루로 만들었던 고민들은 머릿 속에서 사라진 지 오래였다. 아니 그걸 생각할 여유도 없었다. 그냥 너무 더워서 뒤질거 같은데 등산복 제대로 입고 왔으면 이거보다 좀 더 편했을까 하고 장비탓을 하고 있었다. 멀찌기에 어쩐지 정상같아 보이는 곳이 있었다. 아! 정상인가! 하고 희망을 품어보았지만, 등산루트를 아주 친절하게 알려주는 '루가' 어플이 "아직 멀었다. 이새끼야." 라고 친절하게 알려주었다.

저 위엔 놀랍게도 운동기구가 설치되어 있었다. 여기까지 와서 운동을 하는 사람이 있단 말인가. 난 힘들어 죽을 것 같은데 여긴 그냥 동네 사람들 운동코스인 것이다. 자괴감 2배. 게다가 나의 자괴감을 더 크게 만들었던건 계속 올라가다가 만난 개 한마리였다. 지팡이를 짚은 할아버지와 함께 올라 온 개였는데, 작은 토이푸들이었다. 와. 개가 산을 겁나게 잘 탄다. 힘들어서 가다 쉬고 가다 쉬는데 할아버지는 물론 개도 잘 올라가더라. 결국 개한테까지 따라잡히고 나서 나는 "지금 나는 개만도 못하구나." 라는 자괴감이 들고 괴로워졌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개만도 못하다는 사실로 gg를 치고 내려가지 않고, 언젠가는 개보다는 나아지겠지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그래. 지금 개보다 잘 올라가지 못하면 어때. 나중에 개보다 나아지면 되지.


아무래도 금련산 정상이라고 부를 수 있는 부분까지 왔다. 사실 정상은 아니고 그냥 헬기장이 있는 곳인데, 정상은 군부대가 있어서 올라갈 수 없었다. 이제 여기서부터는 능선을 타고 황령산으로 넘어갈 수 있는 것 같다. 저기서 할아버지와 함께 간식을 먹고 있는 저 개가 나를 자괴감에 빠지게 만든 개다. 할아버지가 힘들어하는 나를 보고 처음 왔냐고 물어보셨다. 그래서 처음왔다고 하니 많이 힘들거라고 천천히 쉬엄쉬엄 올라가라고 했다. 자기는 몇 년을 와도 아직 힘들다면서. 할아버지... 저도 그럼 몇 년을 와도 힘들겠네요... ㅠㅠ


헬기장 근처에도 체육시설이 있다. 이렇게 정자도 있다. 이 꼭대기에 체육시설을 지어놓은 것도 대단하지만, 아무렇지 않게 이 꼭대기까지 와서 운동하시는 분들 너무 무서웠다. 이게 무슨 동네 산책코스같은 느낌으로 오시는 거잖아, 이 분들... 나의 등산가방과 저질 체력이 부끄러울 정도였다. 자, 이제 황령산으로 가야한다. 보통은 금련산 헬기장 찍고 내려가시는 거 같지만, 나는 내가 선택한 이 루트를 꼭 완주해보고 싶었다.


능선을 따라서 황령산으로 향했다. 내리막길도 있고 오르막길도 있었지만 이쯤 되니까 다리에 힘이 붙어서 별로 안 힘들었다. 폐가 찢어질 거 같던 느낌도 많이 사라졌다. 체력이 그 잠깐 사이에 붙은 건 당연히 아니고... 그냥 고통에 무뎌졌다고 보는게 맞을 거 같다. 아무튼 그래서 황령산까지 가는 길은 좀 더 원활해졌다. 땀이 식으면서 좀 추워지기도 했다. 다음에 등산 갈때는 다른건 몰라도 기능성 소재 상의를 입고 장갑을 챙겨야 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거의 황령산 쪽으로 넘어 왔을때. 사진엔 잘 안보이지만 이 부근부터 까마귀가 엄청나게 많아졌다.


황령산 봉수대에 차로 올라가는 찻길이 나타났다. 산길을 걸을때보다 아스팔트 도로를 걷는게 발도 다리도 더 아프더라. 부드러운 흙길이 확실히 낫다.


황령산 봉수대가 저 앞에 있다고 한다. 오. 아직 내 눈엔 안보이지만 많이 온 것 같다.


가는 길에 공원이 있고 체육시설이 있고 약수터도 있고 화장실도 있었다. 사실 이때쯤 화장실도 급해지고 그래서 안그래도 화장실을 찾고 있었는데, 딱 적절한 시점에 화장실이 나타났다.

체육시설에는 여기서도 어르신들이 운동을 하고 계셨다. 다른 점이 있다면 여긴 아마도 자전거를 타고 올라오신 것 같은 분들이 많았다. 전에 차 타고 올라와보니 자전거 타고 올라오기에도 빡신 곳인데... 역시 어르신들 대단해...

화장실은 음악이 나왔다. 세면대가 없다는게 안타까웠지만 나쁘지 않았다. 입구에 화장실에 쓰레기를 버리지 말라는 문구가 있을 때, 쓰레기 불법투기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화장실은 푸세식이었다. 와! 쭈그려 앉아서 볼일을 보아야했는데, 환기를 위해 통풍구를 뚫어놓았는지 엉덩이가 추웠다. 건조해지는 내 엉덩이를 걱정하면서, 쥐가 날 것 같은 다리를 위해 일어났다 앉았다 하면서 볼일을 봤다. 초딩때 이후로 푸세식 처음이다. 그래도 여긴 나름 쾌적한 편이었다. 나중에 산을 내려갈때 금련산 초입에서 만난 화장실은 화장실이 아주 좁고 어두컴컴하며 냄새도 장난이 아니다. 게다가 바닥이 플라스틱이라 꺼질까봐 너무너무 무서웠음. 바닥이 꺼지면 똥통에 빠져서 똥독이 올라서 죽는걸까 하고 오만 생각을 다 할정도로.. 그래도 뭐 황령산 봉수대 올라가기 전에 적당한 위치에 화장실이 있어서 살았다. 그리고 가방에 물티슈를 챙겨 온 나새끼를 매우 칭찬했다. 화장실에 휴지는 있는데 세면대가 없었거든. 음악이 나온다는 것이 매우 센서티브했다.


봉수대 올라가는 길. 개나리꽃이 피기 시작했다.


사실 별거 아니지만 괜히 이런 것도 기분이 좋은 것이다. 정말 어지간히도 멘탈이 가루가 되었구나 라고 다시금 느꼈다. 원래도 쿠크다스 멘탈이었는데, '괜찮은 척'의 한계점에 도달했다가 산산히 부서진거라 이제 괜찮은 척을 할 기력도 안 남았다. 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이제 꽃이 좋더라. 나이 먹어서 그런가. 꽃이 좋다. 희한해.


황령산 정상. 앞에 보이는 길을 걸어 올라가면 봉수대에 갈 수 있는데 목적이 봉수대가 아니었기 때문에 거기까지 가진 않았다.


황령산에 관광객이 많이 오기 때문인지 관광안내시스템이 마련되어 있었다. 부산에서 아직 내가 가보지 않은 곳이 있을까. 하고 지도를 들여다보다가 훅 들어오는 찬 바람에 바로 발길을 돌렸다. 산 정상은 너무 추웠다. 게다가 땀에 젖은 옷을 입고 있는 나에게는 더욱 추웠다.


그래도 정상에서 내려다보이는 풍경은 멋졌다. 딱 이 뷰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포토존과 사진기계가 마련되어 있었다. 사진을 찍고 이메일로 찍은 사진을 보낼 수 있다.


근데 사실 위치가 위치인지라.... 사진에 잘 나오기 위해서 뒤로 갔다가는 낭떠러지행이라서... 지인에게 그 이야기를 했더니 이 장소를 '저승포토존'이라고 이름을 붙여줬다. 저승포토존. 오.. 겁나 그럴싸해. ㅋㅋㅋㅋㅋ


벤치에 앉아서 점심을 먹었다. 사실 이 때가 오후 4시를 향해 달려가던 시간이라 점심이라기엔 많이 늦다. 수영팔도시장 입구에 팔도김밥에서 사온 참치김밥. 2,500원. 맛있다. 이 집 김밥은 재료가 좋아서 그런지 먹어도 배가 안 아파서 좋다. 속이 좋음. 물을 500미리 두개를 사왔는데, 솔까 물 많이 마시는 사람에게는 좀 부족하지 않을까 싶었다. 나는 뭐 그냥 점심도시락 먹을때 같이 먹는 것까지 충분했던 것 같다. 참치김밥 맛있었다. 다 먹고 쓰레기를 가방에 넣었다. 쓰레기는 집에 가져가야지. 거기에 음식 사와서 먹고 아무데나 버려둔 사람들 많더라. 난 안버렸음. 쓰레기같은 흔적을 남겨서 무엇하겠어. 밥을 먹고 이제 내려가는 길로 향했다. 올라올때랑은 아주 조금 다른 길로 간다.


다시 금련산으로 향하는 길에 있는 전망대. 이 전망대를 지나서 산을 내려가서 다시 황령산 올라가는 도로로 향하게 되어있다. 전망대에는 무료로 볼 수 있는 망원경이 설치되어 있었는데, 망원경으로 센텀시티를 바라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여기서 센텀시티가 손바닥처럼 보이다니!!


바로 아래에 보이는 아파트는 창문까지 다 보였다. 창문에 서 있는 사람도 보이더라. 광안대교를 지나가는 차들도 다 보였다. 망원경 재밌다. 집에 서랍에 굴러다니는 망원경이 있는데, 그게 달 까지는 보이는 망원경이라고 들었다. 다음에 그것도 챙겨와볼까 하는 그런 생각을 했다.


저멀리의 센텀시티.



전망대는 두 곳이 있다. 광안대교 방면과 시청 방면.


망원경 겁나 넉넉하게 있는데 사실 보는 사람도 잘 없어서 느긋하게 볼 수 있다. 휀스가 그렇게 부실하지는 않은 것 같은데 그래도 혹시 모르니 기대지 말라고 하는 것 같다.


광안대교 방면에 비해서 다소 복잡해보이는 시청방면. 사실 황령산, 금련산은 금정산처럼 파전 파는 곳은 없어서 식도락의 재미는 좀 덜한 것 같다. 그래도 오가는 사람은 많아서 등산하면서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를 주고받은 사람은 꽤 많았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 같은 등산러라는 이유로 서로 웃으며 인사를 나눌 수 있는게 참 신기하다. 뻘쭘하지만 인사를 건네면 모두가 다 인사를 받아준다. 인사를 받아주지 않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신기한 등산러의 정이다.


내려가는 길에 돌탑이 쌓여 있는 곳을 만났다. 별 거 아닌데 이런걸 보면 어쩐지 꼭 돌을 하나 쌓고야 만다. 나는 나름 미신을 믿는 타입이고, 사람보다 귀신을 무서워하는 성격이라서 이런 걸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작은 돌맹이를 하나 올리고 두손을 모으고 소원을 빌었다. 소원, 이루어지면 좋겠다. 여기에 돌을 얹은 모든 사람이 다들 소원을 빌고 갔겠지. 모두의 소원이 산을 이루고 있다. 간절함은 제각각 다르겠지만, 그래도 작은 돌 하나에라도 빌어보고 싶을만큼 다들 이루고픈 소망들이겠지.


내려가는 길에는 진달래 꽃이 이제 막 피고 있었다. 이쁘다. 이런 걸 보고 전엔 이쁘다! 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요즘들어 꽃을 보고 예쁘다 생각하는 나를 보며 나이가 들었나라고 생각한다. 뭐. 꼭 나이 들어야 꽃이 좋아지는 건 아니겠지만... 별 거 아닌 꽃 한송이에 힐링되는 나를 발견한단 말이지.


내려가는 길에 만난 약수터. 정자가 같이 있어서 앉아서 쉴 수 있게 되어 있다. 내려갈 때는 올라갈때랑은 조금 다른 루트로 내려가 보았다.


길이 아주 아주 원만하다. 농담을 보태서 굴러서도 내려갈 수 있을 것 같다. 내려가는 것은 올라가는 것과 달리 수월했지만, 서둘러 내려가면 다리도 아프고 무릎도 아프고 그래서 적당히 쉬면서 내려갔다. 그리고 내가 들어왔던 초입까지 여얼씨미 내려갔다. 이때가 오후 5시 15분. 저녁이 되니까 확실히 쌀쌀했다. 땀이 났던 게 마르지 않고 그래서 더 추웠다. 살짝 감기기운을 얻을 뻔 했지만, 금방 내려와서 다행히 감기에 걸리지는 않았다.

입구까지 와서 벤치에 앉아서 초코바를 하나 꺼내 먹었다. 올라갈 때 간식으로 초코바 두개를 가져갔는데, 원래 단 것을 좋아하지 않아서 안 먹었었다. 근데 내려오니까 어쩐지 당이 땡겨서 잠깐 앉아서 다리도 쉬는동안 초코바 하나를 꺼내 물었지.

오후 산행을 하시는 분이 지나가시다가 내게 물었다. 중학생이냐고. 아마도 입구가 중학교라서 그렇게 생각하셨는가 보다. 아니라고 하니까 고등학생이냐고 물었다. 어떻게 대답을 해야할까 하다가 아니라고 직장인이라고 했다. 예상밖의 대답이어서인지 아저씨는 쉽게 못알아들으시고 재차 다시 물으셨다. 직장인이라고 몇번이나 대답을 하고 나서야 아저씨는 납득하지는 못하겠지만 아무튼 알겠다라는 그런 표정을 지으셨다. 그리고는 이렇게 일찍 퇴근하고 좋은 직장인가봐. 라고 말하셨다. 나는 웃으면서 오늘은 쉬는 날이라서요. 라고 했다. 거짓말은 아니지. 오늘은 내 정기휴무일이거든.

산에 올라가는 아저씨를 보내고 민민에게 카톡을 보냈다.


이 사람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꾸준히 체크를 하기 위해서 건강앱을 켜봤는데, 등록도 안했는데 알아서 내 운동정보를 체크하고 있더라. 걷기+달리기로 체크된 거리는 총 10.5km. 오! 많이도 걸었다. 등산코스는 5.6km이던데 그 두배는 대체 어디서 나온걸까. 걸음은 18,439걸음. 만보기의 만보를 채우려면 사람이 다리가 부러지는 고통을 겪어야 하는 건가 라고 생각을 했다. 등산을 했다보니 계단오르기는 102층! 102층 높이를 올라갔다 왔다는 거구만??

힘들었고, 예상시간보다 시간이 한참 많이 들었고. 아무리 늦장을 부렸다고 해도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그래도 뭐 못 갈 만큼은 아니었다. 이래저래 혼자 생각할 시간도 많아지고 좋았던 것 같다. 다음주에도 날씨에 탈이 없으면 또 올라가야지. 라고 생각했다. 좋네.

p.s.걷는게 이상해서 그런지 다리가 한쪽만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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샷시문 방화문으로 교체. 유리문 방화문으로 교체. 현관문 철문 교체. 현관문 철문 가격. 내가 왜 이런것을 알아보았느냐면, 우리집에는 현관문이 2개가 있다. 1층 현관문과 2층 현관문. 2층 현관문은 보시다시피 알루미늄 샷시에 유리가 끼워져있는 매우 부실한 현관문이다. 물론 1층에도 현관문이 하나 더 있기 때문에 크게 신경쓸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여기는 지금 안락동집처럼 외부 창고같은 것이 없기 때문에 택배를 받기가 애매해서, 부피가 큰 택배를 받을때 1층 현관문을 열어두기 위해 2층 현관문을 보강할 필요가 있었다. 우리집 문의 크기는 아래와 같다. (cm) 문틀포함 문높이 171 / 문틀포함 문폭 76 문틀비포함 문높이 172 / 문틀비포함 문폭 69 문틀면 폭 5~6 문윗 스틸 폭 10 / 문옆 스틸폭 7 / 문가운데 스틸폭 10 / 문아래 스틸폭 50 문윗유리 가로 54 / 문윗유리 세로 69 문아랫유리 가로 54 / 문아랫유리 세로 30 안락동집 근처 문마트라는 곳에 가서 사이즈와 사진을 보여주고 견적을 받았다. 지식인은 물론 카페와 블로그, 각종 사이트 등에서 나와 같은 경우를 찾아 보고 엄청나게 알아보았으나, 다들 교체비용이 40~50만원이 든다고 하더라. 집근처에 문마트가 있다는 걸 떠올리고 직접 견적을 내러 가보니 문틀 포함해서 시공비까지 27만원이라고 했다. 샷시문 철문으로 교체, 현관문 철문으로 교체하는게 27만원이면 충분하다. 주문하고 맞춤 제작이 들어가기 때문에 시공 완료까지 일주일정도 소요가 된다고 한다. 나 말고도 막막하게 인터넷으로 알아보는 사람들을 위해서 정보 공유차 글을 올려본다. 불안에 떨지말고, 문을 철문, 방화문 교체하는거 크게 비싸지 않다. 한달 월세만큼이면 충분하니 집주인하고 상의해보거나 해서 부산분이라면 교체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물론 철문이라고 해도 문에 틈이 있으면 장도리로 뚫리고, 홀커터로 털릴 수도 있는거라 완전한 안전지대는 없지만, 그래도 마음은 편안하지 않은가. 더

천주교 성경책 구입

수요일 교리를 마치고도 봉사자님께 질문을 드렸었지만, 천주교는 개신교와는 성경이 다르다. 사실 나는 9월 말에 프리마켓에서 중고로 구입한 '개신교 성경책'이 있다. 그때만해도 내가 몇주 뒤에 성당에 다니게 될 거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않았으니까, 교양서 읽듯이 읽어보려고 샀었다. 하지만 '우리말 성경'이라고 해놓고서 번역이 엉망진창이라 이해하려고 노력하다가 포기했다. 제대로 보지 못하고 구석에 처박힌 개신교 성경은 뒤로하고, 천주교 성경이 필요했다. 인터넷에 검색을 해보니 신자의 가정에 비치해야할 물건에는, 성경책, 가톨릭기도서, 성가집, 십자고상, 성모상, 묵주 가 있다고 했다. 사실 교재 공부를 할 때도 성경이 필요해서 성경책을 하나 구입하려고는 했는데,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달랑 대,중,소에 1단, 2단 이렇게 쓰여져 있는데 무슨 소린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지퍼가 있고 없고만 알아들을 수 있었다. 아무래도 곁에 두고 자주 읽을 책이니 직접 보고 결정하기로 마음 먹었다. 천주교 수영성당으로 향했다. 2단으로 된 성경책을 사가지고 왔다. 재미있게도 이 성경책은 모든 곳에서 판매가가 29,000원이다. 오프라인이든 온라인이든. 신기한 일이다. 세로 22cm, 가로는 15.5cm 정도 된다. 2단이지만 폰트가 깔끔하고 읽기 편하게 되어 있다. 굵기도 적당해서 수시로 펴고 읽기에 좋았다. 개신교 성경처럼 화려하지도 장식이 있지도 않지만, 표지는 감촉이 좋고 책장 넘김도 좋고 책갈피 줄도 두 줄이나 있다. 크기도 딱 적당하다. 매우 마음에 든다. 이렇게 나의 첫 신앙물품은 당연하게도 성경책이 됐다. 교회 공용으로 사용하는 성경이 있다니. 이것도 천주교라서 가능한 걸까. 내가 구입한 책은 2017년 5월 1일에 재판된 책이다. 이제 공부 준비는 충분한 것 같다. 책상 위 나와 가장 가까운 위치의 책꽂이에 성경책과 교재를 꼽아 두었다. 언제라도 꺼내서 볼 수 있도록. 사실 성경책은 그날의 독서에

화장실 문이 잠겼을 때 여는 방법

10일. 손님이 왔다가 갔다. 손님이 화장실을 사용했는데, 나중에 손님이 집에 간 뒤 들어가려고 보니까 화장실 문이 안에서 잠겼다. 이런 망할. 일단 급한대로 가까운 지하철역 화장실에 다녀왔다. 현관문에 붙어 있는 열쇠상에 다 전화를 돌렸지만, 새벽 한 시에 와 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그냥 슈퍼가서 손톱가는 것을 사와서 집에 있는 클립과 함께 진지하게 화장실 문따기를 시작했다. 우리집 화장실은 안쪽으로 열리는 타입이라 턱이 있어서 난이도가 좀 있었다. 손톱 가는 것과 클립 펼친 것과 제본 표지였던 플라스틱 접은 것으로 사투 끝에 문을 여는데에 성공했다. 문을 열고 원인을 확인해보니, 보통은 화장실 문은 잠그고서 안에서 문고리를 돌리면 같이 열리는데, 이 문은 안에서 문고리를 돌리면 열리기는 하는데 잠금은 안 풀리는 것이다. 그래서 닫힌 뒤에 밖에서는 열리지 않는 문제가 발생한다. 앞으로 손님이 올 때는 이점을 꼭 당부를 드려야겠다. 진짜 식겁했다. 아무튼 문을 따고 나서 이쪽으로 전직을 해야하는 걸까나 라는 그런 생각을 했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