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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탈 회복을 위한 충청도행

가뜩이나 쿠크다스인 멘탈이 탈탈 털리면서 괜찮은 척은 다 하다가 결국 스트레스로 만성 장염이 도지고,, 나아갈쯤 하다가 다시 또 도지는 바람에 멘탈 회복이 필요했다. 친구한테 말하니 등산이나 가라는데, 가방없다 옷없다 오만 핑계 대면서 피하다가, 그래. 등산을 가볼까. 하는데 남자친구가 등산 갈 체력도 없으면서 등산갔다가 일주일 앓아눕고 싶냐고 집이나 다녀오라고 했다. 오. 그래?
그마저도 움직이기 싫어서 침대에 딱 붙어서 영혼없이 누워있다가 화장실을 갔다온 후, 버스 시간을 검색해보고 가기로 함. 이날이 3월 14일. 화이트데이고, 버스 시간이 한시간 조금 넘게 남은 상태였다. 머리도 안감고 주섬주섬 옷을 입고 집을 나섰다. 그리고 지하철을 타고 노포동 버스터미널로 향했다.


오후 다섯시 40분 차. 예상 도착 시간은 네시간 뒤인 9시 40분. 더 다음 차도 있었지만, 느긋하게 그걸 탔다가는 '군산'에서 집으로 가는 차가 없어서 미아가 되거나 택시비 폭탄을 맞이하기에 꾸역꾸역 시간 맞춰서 내달렸다. 우등버스인데 어쩐지 21,800원이다. 이정도 가격이면 사실 못 오갈 돈과 거리가 아닌 거 같긴한데... 그런데도 어쩐지 잘 안가게 되는 것이다.


버스에 타니 어쩐지 들뜬 기분이 되어 셀카를 찍어 본다. 표를 내려 놓으면 되는데 왜 입에 물고 사진을 찍었는지는 지금도 모르겠다.


내 앞에는 아무도 안 타고 있다. 보시다시피 한 줄에 좌석이 세개뿐인 우등버스인데, 가격은 그냥 일반 버스 가격임.


재밌는건 뒤에도 아무도 안타고 있다. 이쯤되면 누군가가 출발전에라도 탈 줄 알았는데, 정말 아무도 안탔다. 버스기사님은 출발 오분 전에 내 표를 체크하시더니, 차라리 아무도 안타서 익산 안들리고 바로 군산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결국 출발할 때까지 아무도 안탔다. 난 버스를 전세낸 것 같은 기분이 되었다. 근데 한편으론 좀 죄송했음. 그래서 앞자리로 자리를 옮겨서 기사님한테 물어봤다. 나 안탔으면 출발 안하시는 거냐고. 근데 이게 전북 버스고 어차피 내일 내려오는 스케쥴이 있어서 아무도 안타도 올라가기는 가야한다고. 그래도 익산 안들리고 바로 군산가는게 어디냐고, 미안해 하지 말라고 하셨다. 익산 갔으면 미안해 할 뻔...


버스를 타고 가는데 뉘엿뉘엿 해가 지기 시작했다. 눈으로 보는 모습은 항상 멋지고 오묘한데, 사진에 그런 것을 다 담을 수 없다는 게 참 아쉽다. 하기사, 사진에 그게 다 담아지면 사람들은 직접 움직여 뭔가를 체험할 이유가 없어지겠지..


차는 한참을 달려서 산청 휴게소에 도착했다. 기사님이 15분 정차할거라고 하셔서 화장실 갔다가 핫바랑 물 사가지고 냠냠 먹고 있었는데, 멀리서 기사님이 나를 기다리는게 보였다. 아. 맞네. 우리 둘뿐이었지. 손에 핫바를 들고 후다닥 버스에 타니 기사님이 바로 출발했다.

아무도 타지 않은 버스는 조용하다. 음악도 없고 라디오도 없고 TV도 내가 필요없다고 해서 안틀었다. 간간히 보이는 바깥 풍경을 바라보면서 혼자 조용히 생각하기에 참 좋았다. '자아'를 찾는다거나 반드시 멘탈을 회복해야한다거나, 반드시 멘탈이 회복될거라는 등 강박관념을 가지고 떠난 것은 아니었지만, 혼자 생각을 되짚을 수 있는 오롯한 시간을 가지는 건 좋았다.

휴게소를 지나는데 기사님이 넘나 빨리 달리는 것! 어쩐지 이 속도로 달리면 엄마가 퇴근하기 전에 군산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엄마는 9시에 퇴근을 하신다.



똥줄이 타서 실시간으로 네이버 지도에 내 위치를 찍으며 시간과 지도를 번갈아보고 있었다. 익산을 안들리니까 어쩌면 예상보다 40분 일찍 도착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예상대로 버스는 엄청나게 빨리 내달렸고 기사님이 잘 가라며 터미널 입구에 내려주셨을 때, 8시 50분이 넘었을 때 였다. 바로 길을 건너서 택시를 타고 엄마가 일하시는 가게로 향했다.


엄마가 일하는 가게에 도착했다. 9시에 마치기는 하지만, 가게가 9시에 마칠뿐 손님이 안가면 직원도 못간다. 가게 앞을 서성거리다가 엄마가 나왔을 때 바로 보이면 좀 별로인 것 같아서 서프라이즈 할려고 가게 앞 골목에 숨어보았다.

가게 앞에 숨은지 15분쯤 지났을까, 사람들이 두어차례 나오고 엄마가 나왔다. 근 일년만에 보는 것 같은데 엄마는 어쩐지 전에 봤을때보다 더 젊어지셨다. 뭐지??!! 보톡스라도 맞으셨나??? 아무튼 가게에서 나와서 주차장으로 향하는 엄마를 살짝 뒤쳐져서 옆에서 따라 걷는데, 걷던 엄마가 옆을 보더니 나랑 눈이 마주쳤다. 그러더니 한참 보더니 눈이 똥그래져서 '어머 왠일이야' 하고 얼싸 안으셨다.

나랑 참 닮은애가 있네. 참 많이 닮았네. 그러다가 어라! 우리 딸이네! 하셨단다. 워낙 집에 안가고 명절에도 집에를 안가는 애가 여기 있을리가 없다고 생각하셨을지도... 아무튼 내가 보고 싶었는데 내가 딱 와서 너무 좋다고 하셨다.


마침 이날 엄마는 가게 앞을 지나가는 트럭에서 아귀를 한상자 사셨는데, 농장에 가서 그걸 손질하셨다. 이름이 아귀가 아니고 실제로도 아귀인듯, 배를 가르는데 생선이 아주 한가득 나왔다.


한박스의 아귀를 손질하는 엄마랑 아빠.


손질한 아귀를 싣고 집에 와서 냉동실에 넣고 남은 아귀를 탕으로 끓여서 먹었다. 술 한잔 하면 좋겠지만, 위염 때문에 술 먹으면 정말 위험해서 아귀만 열심히 먹었다.

다음날 아침.


집 베란다에서 보이는 풍경. 다리가 하나 생긴거 말고는 사실 어렷을때랑 별로 달라진 게 없다. 아. 갯벌이 그때보다 더 넓어진 것 같다. 저 교회는 아직도 안망했다.


어렷을때는 마을도, 집들도, 산도 다 커보였는데 커서 느긋하게 보고 있으니 다들 너무 작다. 작네... 내가 자라고 혹은 보는 위치가 달라지니 똑같이 거기에 있던 건물이고 길이고 산인데 달라보이는 것이다. 오묘한 기분이 들었다.

아파트로 이사오기 전, 내가 고교시절을 보냈던 집도 그대로 있었다. 저 집엔 좋은 추억보단 안 좋은 추억이 더 많은 것 같다. 그만 생각하기로 했다.


군산과 장항을 잇는 다리는 꽤 오래전부터 짓고 있었던 것 같은데, 도대체 언제 다 지을런지 모르겠다. 장항쪽에서는 다 지은 것 같은데, 군산쪽에서 완료가 안되고 있다고 한다. 일단 2017년에는 완공 예정이라고 하니, 다음에 왔을 때는 연결이 되어 있으려나...

오늘은 엄마가 전주에 볼 일이 있으셔서, 전주에 같이 따라갔다. 전주 한옥마을이 근처라서 엄마를 볼일 있는데에 내려다주고 아빠랑 같이 전주한옥마을 구경을 했다. 사실 한번도 안가봤고, 인터넷에서 전주 한옥마을 관광 패키지 팔 때마다 엄청 궁금하고 가볼까 했었는데...별 거 없었다.


경주나 김해처럼 가게인데 기왓집으로 된 가게들이 늘어져 있는 그런 느낌적인 느낌??? 주차관리를 잘 하기는 하는데 주차비가 비싸다. 모든 갓길도 다 주차비를 받는데 처음 30분 1000원이고 15분마다 500원이다.

어마무시한 가격이야.


좋았던 점은 엄마가 볼일이 있어서 빠지셨기 때문에 본의 아니게 아빠랑 단 둘이 있게 되었다는 거다. 나는 아빠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 오랜만에 만나기도 했고 둘이서만 같이 돌아다니다 보니 좀 친해진 거 같다. 어렷을때는 아빠를 참 좋아했던 것 같은데...
지난 일이라고는 해도 응어리들이 남아 있었는데, 아빠랑 같이 한옥마을을 돌아다니다보니 그게 다 무슨 의미가 있나란 생각이 들더라. 다 지난일인데, 뭐.

저녁에는 언니를 만나서 고깃집에 가서 저녁을 먹었다. 솔직히 고기 빼고 나머지 다 맛이 없었지만, 고깃집이니까 괜찮다. 밥 먹고 카페에 가서 아빠랑 엄마랑 언니랑 나랑 다같이 사진도 찍고 이야기도 하고 그랬다. 뭔가 엄청 대단한 걸 하지도 않았고 그냥 소소한 일상이지만, 이것도 참 재미있는 것이다. 요상하다.

다음날은 엄마랑 같이 아침밥을 먹었다. 사실 침대는 과학이라는 에이스 침대가 나를 딱 붙들어서 헤어나오지 못하게 했기에 더 자고 싶었지만, 나는 오늘은 부산에 내려가야했고 (일들이 기다리고 있음) 엄마랑 오늘 아침밥을 안먹으면 후회할 거 같아서 일어나서 먹었다. 돼지고기에 스팸이 들어간 호화스러운 김치찌개를 아침으로 먹었다.

엄마가 출근을 한 뒤, 아빠랑 둘이서 설거지를 하고 정리를 하고 농장으로 나왔다.


아빠랑 엄마의 농장. 아빠의 사무실이 있다. 아빠가 직접 지었다. 우리집보다 훨씬 좋은 것 같다. 따뜻하고 방음 잘되고 튼튼하고. 음?? 게다가 산세 좋은 곳에 있고. 온수 안나오는거 빼고는 다 좋은 것 같구나. ㅋㅋㅋㅋㅋ

농장에 가서 강아지들 밥을 주고 농장 구경을 하다가 장항 스카이워크라는 데를 구경하러 갔다.


장항 스카이워크는 어렷을때 소풍으로 많이 갔던 '백사장'에 위치하고 있는데 여기가 백제의 '기벌포'라고 한다. 몰랐네. 어렷을때 와서 소풍도 오고 밥도 먹고 해수욕도 하고 보물찾기도 하고 그랬는데, 여기가 역사 유적지인지는 몰랐음. 기벌포 해전이 벌어졌던 곳이라고 한다.


서천군 페이스북에서 장항스카이워크 홍보하는거보고 왜 저렇게 허접하지 라고 생각했는데, 그거 광고를 어마무시하게 못 만든 거였다.


실제로 가보니까 오륙도 스카이 워크는 비교도 안되게 엄청나게 길고 쭉 뻗어있고 탁 트여 있으며 드넓은 바다와 갯벌, 소나무숲을 볼 수 있다. 게다가 근처에 박물관인가도 있음. 장항스카이워크의 입장료는 2천원이다. 2천원인데 서천군 내 군민에게는 무료. 그나마도 입장료만큼 '서천사랑상품권'이라는 걸로 내어주기 때문에 완전 공짜다. 이건 머리를 잘 썼다. 입장료 내고 끝이 아니라, 상품권으로 내어주면서 내수 활성화를 기대하는 거다. 머리 좋네.

근데 문제는 상품권을 어디서 쓸 수 있는지 안내가 전혀 없고, 가게에도 그런 알림이 없고... 상품권은 있는데 도통 어디에 써야할지 모르겠더라. 어쩐지 아쉬운 마케팅이야.

박물관도 가려고 했는데, 아빠의 20년 된 트럭이 빠밤! 하고 뻗어버리는 바람에 우리는 차를 견인받아야 했다. 그리고 점심 먹고 차를 고치고 나니 버스 시간이 임박해서 부산으로 돌아가야 했다.


돌아가는 버스는 대놓고 우등이라 28,400원. 이건 좀 비싸군. 시간대를 잘 선택해서 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이거보다 일찍 돌아가기는 좀 그랬고, 늦게 돌아가기엔 저녁에 약속이 있어서 그럴 수가 없었다. 애매한 마음을 뒤로 하고 부산으로 향했다.

집에 다녀와서 뭔가 힐링이 되었다거나 멘탈 치료가 된다거나를 기대하고 가지 않았는데, 다녀오니까 묘하게 멘탈이 괜찮아졌다. 아니, 다 뭐 어때. 라고 생각하게 되었달까.

기대를 하지 않으면 실망하지 않고, 마음을 주지 않으면 상처받지 않는다는.

원래부터 쭉 담고 살아왔던 그 생각이 남자친구를 만나서 몽글몽글해졌었나보다. 친구 말대로 내가 그들처럼 못할 이유야 없지. 사람 쉽게 믿을게 못된다는 교훈을 다시금 깨닫고, 정말 잘하고 신경써야 할 사람들에게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어쨌든 힐링이 되었다. 남자친구의 생각은 맞았던 것 같다.

- 그리고 시간이 나면 좀 더 집에 자주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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