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말해두지만 나는 '어쌔신 크리드'도 핵잼 꿀잼 미라클잼으로 본 사람이다. 사실 이 영화하고 '기억의 밤' 중에서 뭘 볼까 고민을 했는데, 시간 맞는게 이거 밖에 없어서 이걸 보러 갔다.
그나마 덜 억울한 건 할인쿠폰 써서 둘이 7천원에 보았다는 건데, 생각해보니 여기에 안 쓰고 다른 영화에 쓸 수도 있었으니 그것도 좀 아까운 것 같기는 하다.
나는 이게 원작이 있는지도 몰랐고 어떤 영화인지도 몰랐다. 영화는 물론이요, 포스터도 영화 보고나서야 봤다. 저녁 먹고 교보문고 가서 눈독 들였던 책을 구경하고 - 기대와 달라서 사지는 않았다 - 막상 영화관에 가서 시작 전에 화장실에 들렀다가 그제서야 "아 혹시 쿠키 있나?" 하고 '어쌔신 더 비기닝 쿠키 영상' 으로 검색해서 리뷰를 몇 개 찾아 보았다. 평가들이 아주 혹평이었다.
영화를 보러 들어가면서 리뷰 몇 개를 봤는데, 다 핵노잼이라고 하더라. 그러나 다행히 별 생각없이 고르고 '핵노잼'이라고 알고 기대를 하지 않고 들어갔더니 생각보다 볼만했다.
영화 정보에 있는 스틸컷들을 보면 실제로 상영 도중에는 나오지 않는 장면들도 있다. 아마도 개봉을 하면서 그 부분들이 편집이 된 것 같기도 하고.
도대체 CIA는 왜 저렇게 무능하며, 주인공도 찾아내는 테러 조직의 수장을 왜 그들은 찾지 못했는가!
주인공이 말 안 듣는다고 난리치고 감정적이라고 욕하는 헐리는 왜 그렇게 감정적이고 업무 판단을 못하는 가!
배우 이미지 너무 비슷해서 고스트 처음 나왔을 때 미치인줄 알았다. 원작이 있다는 것은 뒤늦게 알게 되었는데, 아무리 그래도 영화에서 고스트가 신파극 찍으려고 하는 이유라든가, 헐리가 왜 고스트에게 그렇게 감정적인지에 대해서는 좀 알려줬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초반부에서 바다에서 핸드폰 동영상 찍는데 아무리 방수폰이라고 해도 소금기는 기계에 해로운데... 라는 쓸 데 없는 생각을 좀 했다. 주인공의 눈 앞에서 여자친구가 총 맞아 죽어서 악을 품고 어쌔신이 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은 좋았다고 생각한다. 나도 그 장면을 보면서 눈 앞에서 상대방이 죽임을 당했다면..! 이라는 상황이 살짝 떠올라 기분이 썩 나빴다.
나중에 헐리가 그의 여자친구가 총 맞아 죽는 장면을 노트북으로 미치에게 보여주면서 '너는 왜 살아 남았지' 라고 물을 때, 나는 뭔가 반전을 기대했다. 왜냐면 테러 집단이 미치가 살아있는 것을 알면서도 여자친구는 쏴 죽이고 미치는 살려뒀으니까. 그래서 사실 테러 집단과 미치가 한 패였다라는 반전을 기대했을 정도. 이해가 안 간다. 내가 한국인이라서 외국인을 구분을 잘 못하는데, 설정상 미치는 이슬람계였던 건가? 그래서 백인인 여자친구만 쏴 죽인 건가?
바다에서 죽고 싶다고 떠들던 고스트는 말 그대로 바다에서 죽었다. 훈련 중에 칼날을 잡아서 반칙 소리를 들었던 미치는 실전에서도 칼날을 손으로 잡아서 고스트를 죽이는 데 성공한다. 문제는 핵폭탄인데...
뒤쪽에 가서 갑자기 스케일이 커져가지고 항공모함이 지나가는 앞에 작은 보트로 핵폭탄을 싣고 가 터뜨린다는 설정이 너무 억지스럽다. 그리고 아무리 그래도 핵폭탄인데 그 얼마 안 남은 시간에 물 속에 빠져 봤자 얼마나 들어갔다고 피해가 저것 밖에 안 되지?? 이해가 안 되는 것이다.
별 기대를 하지 않고 본 영화라서 시원시원한 액션은 재밌게 봤다. 핵폭탄 터져서 배 뒤집히는 거랑 물기둥 솟는 것, 보트 빨려 들어가는 것들도 재밌게 봤다.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도 핵폭탄의 위력이 왜 저것밖에 되지 않는지에 대한 미련은 꽤 오래 갔다.
핵 물리학자는 리스트가 공유된다는 사실은 또 새로 알았다. 그런데 핵폭탄이라는게 저렇게 만들기 쉬운건가?
정말 몰랐는데 미치는 메이즈러너 토마스였다. 세상에. 완전 못 알아봤다. 역시 이 영화에서는 이슬람계 컨셉인 걸까. 데스큐어 개봉하기 전에 스코치 트라이얼이나 봐 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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