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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번째 교리수업

한 번이 어렵지, 두 번은 쉽다고 했다. 주일 미사에 참여하는게 처음에는 어려운 일이었지만 나중에는 재미있는 일상이 된 것 처럼. 크리스마스 성탄대축일은 주말 내내 몸이 좋지 않아서 밥도 제대로 챙겨먹지 않을 정도라 집에서 푹 쉬었다. 새해를 앞두고 세운 계획들이 새해도 되지 않았는데 난관에 봉착하는 바람에 이래저래 골치를 썩느라 아팠던 걸수도 있겠다.


오늘도 변함없이 수업은 저녁 8시에 시작했다. 수업을 가서 청천벽력같은 이야기를 들었다. 바로 보좌신부님이 부산교구청으로 인사이동이 있었다는 이야기다. 목사님이 곧 교회의 중심이기도 한 개신교와 달리 신부님의 인사이동이 잦은 가톨릭에서 어쩌면 당연히 맞이하게 될 일이기는 했지만 갑작스러워서 좀 당황스러웠다.

그도 그럴게 나는 보좌신부님이랑 면담을 한 적도 있었고, 보좌신부님이 미사 공지시간에 해주는 아재개그도 좋아했었기 때문에 몇 번 뵈지도 못한 지금 신부님이 다른 곳으로 발령이 나셔서 더는 못 보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달게 와닿지만은 않았다. 그래도 신부님 입장에서는 교구청에 발령이 되신 것이라서 더 좋은 일이기는 하다. 확실히 가톨릭은 이런 점은 좀 아쉬운 것 같다. 그래서 더더욱 신부님도 신자들과 일정 이상 정을 트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 한 곳에 오래 머무르실 수 없으니까.


오늘은 성탄주기와 어울리지 않게 부활과 승천에 대한 과목을 공부했다. 보좌신부님이 숙제로 내어주신 루카복음 1장과 2장을 읽어 갔는데, 오늘 보좌신부님의 인사이동 이야기로 수업을 봉사자님이 대신 하셨다. 그래서 모두 다함께 루카복음 1장을 읽었다.

용서와 화해. 십자가의 죽음. 어려운 일이다.
나에게 죄를 지은 사람은 이 생에서 아무런 고통없이 살다가 갈 텐데, 나는 피해자인데도 오히려 가해자가 되어서 고통을 받으며 이 생을 살아가야한다. 내가 그를 용서하고 화해를 청하는 것이 십자가의 죽음을 체험하고 부활을 경험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나는 그에게 화해를 청할 자신이 없다.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르는 이에게, 내가 '화해'를 청하는 것이 무슨 소용일까. 용서. 나는 그를 용서할 수 있을까. 나는 그들을 용서할 수 있을까.

나의 진심을 이용했던 이를,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나를 이용했던 이를,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처받고 잃은 내가 이익을 얻고 마음 편하게 지내는 그를 용서해야하는 것일까. 그는 여전히 승승장구 잘 살고 있는데.

그의 불행을 기뻐하는 것은 진정한 주님의 뜻이 아닐 것이다. 그가 나에게 해코지를 하였기 때문에 그가 불행을 겪게 되었다고 기뻐하는 것은 용서도 아니고 사랑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가 겪은 아주 작은 불행이 기쁘다. 나를 불행하게 만든 그가 더 불행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어려운 일이다.

주님께서는 우리를 사랑하기 때문에 스스로를 위해 용서를 하라고 하셨다. 나의 경우는 사랑을 베푸는 것은 쉬웠다. 내가 사랑을 베푼 이들은 나에게 아무런 해코지를 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나에게 해코지를 한 사람조차 포용하고 용서하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나는 지금 예비신자이지만, 세례를 받고 주님의 자식이 된다고 해도 온전한 '용서'를 행하는 것엔 아직 자신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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