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했던 2017년이었다. 별다르게 한 것도 없는데 벌써 2018년이 일주일 뒤로 다가왔으니 시간이 정말 무시무시하다. 작년에 그랬던 것처럼, 올해도 한 번 정리를 해본다.
- 글로벌 게임잼 (1월)
2016년도 글로벌게임잼은 멤버로 참여했었고, 올해는 스태프로 참여를 했었다. 당시에 '프로젝트 LCHF'를 작업하느라고 불철주야 바빴던 터라 게임잼을 참여할 생각은 1도 없었다. 하지만 주최자가 부탁해서 참여했던 것인데, 소개를 하는 시간에 주최자가 본인과 다른 스태프의 소개와 달리 "어디어디의 누구'가 아니라 그냥 달랑 내 이름만 소개를 해주신 <덕분>에 행사가 끝날 때까지 아무도 내가 개발자인지 몰랐다는 게 나름 기억에 남는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무시를 당하기도 하고, 그닥 좋은 기억이 없다. 이 일을 계기로 결코 Staff로는 참여하지 않기로 결심하기도 했다. 당시에 Staff 일을 병행하면서 'Merry angler'를 만들었는데, 본래 진행하던 프로젝트에 밀려서 개발을 계속하지 못해서 출시하지 못했다.
- 부스타 챌린지 공모전 (2월)
2월에는 작은 게임 공모전이 있었다. 상금 규모도 작았다. 상금 때문이라기 보다는 우리가 개발하고 있었던 '프로젝트 LCHF'에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공모전에 지원했었다. 서류 접수를 마치고 23일에 본선 발표가 있었는데, 서류 합격을 했다. (이미 이 단계에서부터 우리 게임은 떨어질 위기에 쳐했던 것 같지만) 운좋게(?) 서류 합격을 하고 28일에는 본선 심사가 있었다. 본선 심사에서는 '프로토 타입'이 있어야 한다고 해서 밤을 새서 열심히 만들어 갔다. 하지만 우리의 게임은 심사장에서 '게임성이 없다'라는 평가를 들었고, 사전에 접수한 PT만 둘러보았을 뿐 열심히 만들어 간 프로토타입은 화면을 켤 일도 없었다. 이때의 일로 나는 많이 상처받았고 많이 실망했으며 멘탈이 약하다보니 몸까지 같이 아파서 많이 앓았다. 이 때의 멘붕을 회복하느라고 3월이 홀랑 날아갔다.
사실 생각해보면 그게 그렇게 실망하고 상처받을 일은 아니었던 것 같다. 사람은 원래 앉은 자리에 따라서 달라지는 법이라고 했으니까. 우리 게임은 출시하면 분명 '기대수익'이 있는 게임이었고 정적이지만 플레이어에게 확실한 동기부여가 있는 게임이었다. 아무래도 대상 타겟이 여성인데, 심사의원이 모두 남성분들이었으니 '재미'를 이해시키는게 무리였는가 싶기도 하고... 내 설득력이 부족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 일로 한단계 성장하기는 했지만, 이 경험 때문에 나는 '프로젝트 LCHF'를 드랍해야 할 상황에서도 판단미스로 프로젝트를 감행하는 콩코드 오류를 저질렀다.
- 멘탈 붕괴, 고향집 다녀 옴 (3월)
2016년 6월에 출시한 블라인드라이터의 국내 다운로드가 꾸준히 나오고 있었기 때문에 기존에 영문만 제공되던 게임의 '한글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이때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이 되었기 때문에 마음 편히 한글화를 계획한 것도 있었다. (블라인드라이터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풍자하는 내용이다) 그러던 중 공모전의 일로 붕괴된 멘탈찌끄러기를 겨우 겨우 붙잡아 버티던 게 확- 무너지면서 번아웃에 빠졌다. 그리고 나는 민민에게 등을 떠밀려 고향집에 갔다. 고향집에 가서 아무생각도 안하고 놀고 먹고 자기만 했다. 다행히 멘탈이 좀 회복이 되긴 한 것 같다. 부산에 다시 돌아와서 책을 읽었다. <적당히 사는 법>이라는 책을 읽고 멘탈을 제대로 회복했고, 그 이틀 후에는 혼자서 등산도 갔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기 때문에 책을 읽으면서 공부를 많이 했던 것 같다.
- TRPG 시작 & 작업실 대개편 (4월)
3월 말의 참관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TRPG 플레이를 시작했다. 게임기획자로써 전부터 쭉 TRPG에 관심이 있었는데, 우연한 기회로 참관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운좋게 플레이에도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 이후로 별일이 없으면 매주 토요일에는 TRPG를 하고 있다. 처음에는 모르는 것 투성이라서 실수도 많았고 버벅거렸는데 여전히 그러고 있다. 알면 알수록 어렵다.
4월에 민민이 지난 회사에서 밀린 급여의 일부를 받았다. 우리는 그 돈으로 새 데스크탑과 모니터등 개발장비를 맞췄다. 구조상 환기가 어려운 집에 '공기청정기'도 들였다. 그리고 플레이스테이션4를 샀다. 그전까지는 처음 이사왔을 때의 상태로 공간이 좀 비효율적으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이때를 계기로 공간 배치를 다시 했다. 개발에 좀 더 속도가 붙었고 집에서 일하기가 좋아졌다.
- 봄여행 & 대학 강의 (5월)
5월 초 황금연휴를 이용해서 민민과 여행을 떠났다. 충남의 우리집에 들러서 4월 30일부터 5월 3일까지 있고, 5월 3일부터는 서울여행을 했다. 살짝 더워지는 날씨였지만 숙소도 편안했고 여행도 즐거웠다. 역사를 좋아하는 민민의 기준으로 코스를 짜서 민민도 나도 즐거웠다. 이번 여행은 아무도 만나지 않고 오롯이 둘만 함께 하기로 했기 때문에 서울에 가서 둘이서만 같이 다녔다. 아무도 만나지 않고 오롯이 둘만 함께한 것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무엇보다 민민과 이렇게 길게 여행을 한 것은 처음이라서 좋은 추억을 많이 남겼다.
같이 사무실을 쓰던 교수님의 소개로 떠맡다시피 학교 강의를 나가게 됐다. 처음엔 부담스러웠는데 두어달의 수업으로 스스로도 공부가 많이 된 것 같다. 내 공부가 어느정도 되었는지 현위치를 깨달을 수 있는 좋은 경험이었다.
- 애완뱀 햇살이 (6월)
개인사정으로 키울 수 없어 유기뱀(?)이 되기 직전인 뱀의 사정을 알게 되어서 졸지에 뱀을 기르게 되었다. 이름은 햇살이라고 지었다. 정보도 잘 모르는데 공부해가면서 애지중지 길렀다. 이 때의 내 삶은 게임 외엔 온통 '햇살이'였다. 그러나 7월 여름휴가를 다녀오고 나서 가출을 하고 그 이후로 찾지 못했다.
- 여름휴가 & 로팜 나옴 (7월)
어마어마하게 긴 여름휴가를 다녀왔다. 사전에 계획했던대로 우리 식구들이랑 다녀왔는데 나쁘지 않았다. 재밌었다. 지난 5월의 만남으로 우리 식구들은 민민을 더 좋아하게 됐다. 여름휴가에서 민민은 물만난 물고기처럼 놀았다. 난 물놀이를 별로 좋아하지도 않고 계곡에 간 첫날에 술을 옴팡 마시고 술병이 나서 제대로 못 놀았다. 휴가가 끝나고 집에 와서 햇살이가 가출한 것을 발견하고 온 집안을 뒤집으며 찾았지만 결국 못 찾았다.
이런 저런 계기가 있어서 2015년 10월부터 사무실 한 켠에 책상을 놓고 신세를 지던 로팜 사무실을 나왔다. 사무실이 아닌 집에서 작업하면 일과 생활이 분리가 안 되어서 잘 안 될줄 알았는데, 웬 걸. 잘만 된다. 모든 것은 '환경'의 문제가 아닌 '마음먹기'의 문제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 웹툰 연재 & 미니멀리스트의 삶 (8월)
격주연재로 개발만화인 '메리데브라이프'의 연재를 시작했다. 격주로 목,금 중 작업을 해서 올리는 식으로 시작했는데 몇번인가 빼먹고 12월 현재 7화까지 연재했다. 새해에도 이 부분은 계속할 예정이다.
집은 좁고 짐은 많다. 짐정리를 하면서 옷정리를 하려는데 에어컨 앞의 옷들이 모두 곰팡이가 슬어서 본의 아니게 대정리에 에어컨 청소까지 하는 난리를 겪었다. 집의 옷이 반정도 사라졌다. 물건들도 많이 버리고 새 주인을 찾아 나눠줬다. 그럼에도 아직 불필요한 것들이 남아있으니, 사람은 생각보다 적은 물건으로도 살 수 있는 것이다.
- 블라 1800! & 배리어프리 성우과정 & BIC 컨퍼런스 & 담석증 발견 (9월)
다사다난한 9월이다. 이때부터 블라인드라이터의 다운로드가 급증하더니 현재 블라의 다운로드 수는 3천을 넘어있다. 무시무시한 일이다.
배리어프리 성우과정 교육을 받았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컨텐츠를 제작하는 일을 기획하고 있었는데, 이 일을 계기로 좋은 인력들을 많이 만났다. 함께 성우과정 교육을 수료한 동기들과 지금까지 성우 스터디를 진행하고 있다.
BIC컨퍼런스에서 모뉴먼트밸리의 켄웡님의 발표를 듣는 기회가 있었다. 와ㅡ 정말 멋있었다. 메리데브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기획자 쿰쿤의 방향이 보이는 계기가 되었다. 멋졌고 멋졌고 멋졌다. BIC 전시 자체보다 이 발표 하나가 의미있고 중요한 시간이었다.
아파서 응급실에 가던 게 '담석증'이라는 것을 알게 된 달이다. 이제까지 체한거라던지 급성 위염인줄 알았던 모든 것들이 '담석증'이 원인이었다. 몇번 응급실에 실려 가다가 나중에서야 담석증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그 이후로도 먹는 것을 주의했지만 딱히 좋아지지는 않았다.
- 담석증 수술 & 가톨릭 예비신자 교육 (10월)
추석 연휴에 집에 올라갔다가 초음파 검사를 받고 급작스럽게 수술 일정이 잡혔다. 결국 수술을 하게 됐고 수술 후 회복기간을 가지면서 엄마랑 많은 시간을 보냈다. 이번 일로 엄마랑 친구처럼 더 가까워진 기분이 든다. 수술을 하기 전에 의사선생님이 수술하고 나면 삶의 질이 향상될거라고 했는데 실제로도 그렇다. 언젠가 수술 후 경과를 제대로 적어보아야겠다.
가톨릭 예비신자 교리에 나가게 되었다. 언젠가 성당에 나가고 싶었는데, 그걸 10월부터 시작하게 됐다. 처음에는 모르는 것도 많고 궁금한 것도 많았는데 계속 다니다보니까 일단 '정신 건강'에 매우 좋은 것 같다. 멘탈관리를 잘하게 되었고 감정의 기복이 없어졌다. 내 입장보다 남의 입장을 먼저 돌아보게 되었다. 무엇보다 화내는 일이 없어졌다. 매우 좋다.
- 신앙 & 스터디 & 새로운 만남 & (11월)
10월 말부터 예비신자교리에 나가면서 11월은 개발 외에는 신앙생활에 푹 빠져 있었다. 성경책도 읽고 주보도 읽고 미사에도 참여하고 가톨릭성인사전을 6시간동안 공들여서 읽기도 했다. 신입이다보니 궁금증이 많아서 공부하는데 많은 시간을 썼던 것 같다. 신부님하고 면담을 하기도 했다.
배리어프리 성우교육으로 만난 동기들과 본격적으로 스터디를 시작했다. 10월 교육이 끝나고 꽤 빠른 시간 안에 스터디를 구성하게 되었는데, 어쩌다보니 총대를 매게 됐다. 원래 한 번 맡으면 제대로 해내야 마음이 편한 사람이라서 열심히 했다.
11월 지스타에서 밸브에서 후원한 세미나 및 네트워크 파티에 갔다가 4:33 출신 개발자분과 블루홀 출신 개발자분들과 함께 합석을 하게 됐다. 평소에 자주 보는 얼굴들이 아닌 새로운 얼굴들과 함께 게임에 대한 건설적인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즐거운 시간이었다.
- 대입 & 블로그 이사 & LCHF 드랍 (12월)
올해 중반부터 계획했던 대입에 박차를 가했다. 12월 1일부터 방송대가 신입생 모집을 시작해서 서류를 접수했다. 출신 고등학교에 서류를 보내 개명 처리를 하는 등 삽질하며 시간을 소모했지만 무사히 접수하는데 성공했다. 2018년 3월부터는 대학생이 된다.
12월에 네이버에서 블로그를 통폐합한다는 발표를 했다. 이에 따라 네이버 블로그의 데이터가 위험했기에 이 곳, 구글블로그로 블로그를 옮기기 시작했다. 검색에 영향을 주지 않는 포스팅들은 이동 후 네이버 블로그에서 삭제를 하고 영향을 주는 포스팅들은 그대로 두기로 했다. 이메일도 더불어 지메일로 옮길 예정이다. 소식을 듣고 모든 업무를 미루고 블로그 이사에 집중을 하고 있었는데, 블로그쪽에 공지가 올라온 것을 보니 블로그를 없애지 않겠다고 하는 걸 보니 시간 내서 천천히 이동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콩코드오류로 질질 끌어왔던 프로젝트 LCHF를 드랍했다. 공개적으로 종료 사실도 공지했다. 여러가지 문제도 있었지만 공부도 많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결국 2017년에는 하나의 게임도 출시하지 못하고 시간이 흘러가 버렸다. 2018년은 시간을 더 알뜰하게 써서 목표했던 것을 이루도록 노력해야겠다. 힘내야지!
- 글로벌 게임잼 (1월)
2016년도 글로벌게임잼은 멤버로 참여했었고, 올해는 스태프로 참여를 했었다. 당시에 '프로젝트 LCHF'를 작업하느라고 불철주야 바빴던 터라 게임잼을 참여할 생각은 1도 없었다. 하지만 주최자가 부탁해서 참여했던 것인데, 소개를 하는 시간에 주최자가 본인과 다른 스태프의 소개와 달리 "어디어디의 누구'가 아니라 그냥 달랑 내 이름만 소개를 해주신 <덕분>에 행사가 끝날 때까지 아무도 내가 개발자인지 몰랐다는 게 나름 기억에 남는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무시를 당하기도 하고, 그닥 좋은 기억이 없다. 이 일을 계기로 결코 Staff로는 참여하지 않기로 결심하기도 했다. 당시에 Staff 일을 병행하면서 'Merry angler'를 만들었는데, 본래 진행하던 프로젝트에 밀려서 개발을 계속하지 못해서 출시하지 못했다.
- 부스타 챌린지 공모전 (2월)
2월에는 작은 게임 공모전이 있었다. 상금 규모도 작았다. 상금 때문이라기 보다는 우리가 개발하고 있었던 '프로젝트 LCHF'에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공모전에 지원했었다. 서류 접수를 마치고 23일에 본선 발표가 있었는데, 서류 합격을 했다. (이미 이 단계에서부터 우리 게임은 떨어질 위기에 쳐했던 것 같지만) 운좋게(?) 서류 합격을 하고 28일에는 본선 심사가 있었다. 본선 심사에서는 '프로토 타입'이 있어야 한다고 해서 밤을 새서 열심히 만들어 갔다. 하지만 우리의 게임은 심사장에서 '게임성이 없다'라는 평가를 들었고, 사전에 접수한 PT만 둘러보았을 뿐 열심히 만들어 간 프로토타입은 화면을 켤 일도 없었다. 이때의 일로 나는 많이 상처받았고 많이 실망했으며 멘탈이 약하다보니 몸까지 같이 아파서 많이 앓았다. 이 때의 멘붕을 회복하느라고 3월이 홀랑 날아갔다.
사실 생각해보면 그게 그렇게 실망하고 상처받을 일은 아니었던 것 같다. 사람은 원래 앉은 자리에 따라서 달라지는 법이라고 했으니까. 우리 게임은 출시하면 분명 '기대수익'이 있는 게임이었고 정적이지만 플레이어에게 확실한 동기부여가 있는 게임이었다. 아무래도 대상 타겟이 여성인데, 심사의원이 모두 남성분들이었으니 '재미'를 이해시키는게 무리였는가 싶기도 하고... 내 설득력이 부족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 일로 한단계 성장하기는 했지만, 이 경험 때문에 나는 '프로젝트 LCHF'를 드랍해야 할 상황에서도 판단미스로 프로젝트를 감행하는 콩코드 오류를 저질렀다.
- 멘탈 붕괴, 고향집 다녀 옴 (3월)
2016년 6월에 출시한 블라인드라이터의 국내 다운로드가 꾸준히 나오고 있었기 때문에 기존에 영문만 제공되던 게임의 '한글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이때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이 되었기 때문에 마음 편히 한글화를 계획한 것도 있었다. (블라인드라이터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풍자하는 내용이다) 그러던 중 공모전의 일로 붕괴된 멘탈찌끄러기를 겨우 겨우 붙잡아 버티던 게 확- 무너지면서 번아웃에 빠졌다. 그리고 나는 민민에게 등을 떠밀려 고향집에 갔다. 고향집에 가서 아무생각도 안하고 놀고 먹고 자기만 했다. 다행히 멘탈이 좀 회복이 되긴 한 것 같다. 부산에 다시 돌아와서 책을 읽었다. <적당히 사는 법>이라는 책을 읽고 멘탈을 제대로 회복했고, 그 이틀 후에는 혼자서 등산도 갔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기 때문에 책을 읽으면서 공부를 많이 했던 것 같다.
- TRPG 시작 & 작업실 대개편 (4월)
3월 말의 참관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TRPG 플레이를 시작했다. 게임기획자로써 전부터 쭉 TRPG에 관심이 있었는데, 우연한 기회로 참관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운좋게 플레이에도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 이후로 별일이 없으면 매주 토요일에는 TRPG를 하고 있다. 처음에는 모르는 것 투성이라서 실수도 많았고 버벅거렸는데 여전히 그러고 있다. 알면 알수록 어렵다.
4월에 민민이 지난 회사에서 밀린 급여의 일부를 받았다. 우리는 그 돈으로 새 데스크탑과 모니터등 개발장비를 맞췄다. 구조상 환기가 어려운 집에 '공기청정기'도 들였다. 그리고 플레이스테이션4를 샀다. 그전까지는 처음 이사왔을 때의 상태로 공간이 좀 비효율적으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이때를 계기로 공간 배치를 다시 했다. 개발에 좀 더 속도가 붙었고 집에서 일하기가 좋아졌다.
- 봄여행 & 대학 강의 (5월)
5월 초 황금연휴를 이용해서 민민과 여행을 떠났다. 충남의 우리집에 들러서 4월 30일부터 5월 3일까지 있고, 5월 3일부터는 서울여행을 했다. 살짝 더워지는 날씨였지만 숙소도 편안했고 여행도 즐거웠다. 역사를 좋아하는 민민의 기준으로 코스를 짜서 민민도 나도 즐거웠다. 이번 여행은 아무도 만나지 않고 오롯이 둘만 함께 하기로 했기 때문에 서울에 가서 둘이서만 같이 다녔다. 아무도 만나지 않고 오롯이 둘만 함께한 것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무엇보다 민민과 이렇게 길게 여행을 한 것은 처음이라서 좋은 추억을 많이 남겼다.
같이 사무실을 쓰던 교수님의 소개로 떠맡다시피 학교 강의를 나가게 됐다. 처음엔 부담스러웠는데 두어달의 수업으로 스스로도 공부가 많이 된 것 같다. 내 공부가 어느정도 되었는지 현위치를 깨달을 수 있는 좋은 경험이었다.
- 애완뱀 햇살이 (6월)
개인사정으로 키울 수 없어 유기뱀(?)이 되기 직전인 뱀의 사정을 알게 되어서 졸지에 뱀을 기르게 되었다. 이름은 햇살이라고 지었다. 정보도 잘 모르는데 공부해가면서 애지중지 길렀다. 이 때의 내 삶은 게임 외엔 온통 '햇살이'였다. 그러나 7월 여름휴가를 다녀오고 나서 가출을 하고 그 이후로 찾지 못했다.
- 여름휴가 & 로팜 나옴 (7월)
어마어마하게 긴 여름휴가를 다녀왔다. 사전에 계획했던대로 우리 식구들이랑 다녀왔는데 나쁘지 않았다. 재밌었다. 지난 5월의 만남으로 우리 식구들은 민민을 더 좋아하게 됐다. 여름휴가에서 민민은 물만난 물고기처럼 놀았다. 난 물놀이를 별로 좋아하지도 않고 계곡에 간 첫날에 술을 옴팡 마시고 술병이 나서 제대로 못 놀았다. 휴가가 끝나고 집에 와서 햇살이가 가출한 것을 발견하고 온 집안을 뒤집으며 찾았지만 결국 못 찾았다.
이런 저런 계기가 있어서 2015년 10월부터 사무실 한 켠에 책상을 놓고 신세를 지던 로팜 사무실을 나왔다. 사무실이 아닌 집에서 작업하면 일과 생활이 분리가 안 되어서 잘 안 될줄 알았는데, 웬 걸. 잘만 된다. 모든 것은 '환경'의 문제가 아닌 '마음먹기'의 문제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 웹툰 연재 & 미니멀리스트의 삶 (8월)
격주연재로 개발만화인 '메리데브라이프'의 연재를 시작했다. 격주로 목,금 중 작업을 해서 올리는 식으로 시작했는데 몇번인가 빼먹고 12월 현재 7화까지 연재했다. 새해에도 이 부분은 계속할 예정이다.
집은 좁고 짐은 많다. 짐정리를 하면서 옷정리를 하려는데 에어컨 앞의 옷들이 모두 곰팡이가 슬어서 본의 아니게 대정리에 에어컨 청소까지 하는 난리를 겪었다. 집의 옷이 반정도 사라졌다. 물건들도 많이 버리고 새 주인을 찾아 나눠줬다. 그럼에도 아직 불필요한 것들이 남아있으니, 사람은 생각보다 적은 물건으로도 살 수 있는 것이다.
- 블라 1800! & 배리어프리 성우과정 & BIC 컨퍼런스 & 담석증 발견 (9월)
다사다난한 9월이다. 이때부터 블라인드라이터의 다운로드가 급증하더니 현재 블라의 다운로드 수는 3천을 넘어있다. 무시무시한 일이다.
배리어프리 성우과정 교육을 받았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컨텐츠를 제작하는 일을 기획하고 있었는데, 이 일을 계기로 좋은 인력들을 많이 만났다. 함께 성우과정 교육을 수료한 동기들과 지금까지 성우 스터디를 진행하고 있다.
BIC컨퍼런스에서 모뉴먼트밸리의 켄웡님의 발표를 듣는 기회가 있었다. 와ㅡ 정말 멋있었다. 메리데브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기획자 쿰쿤의 방향이 보이는 계기가 되었다. 멋졌고 멋졌고 멋졌다. BIC 전시 자체보다 이 발표 하나가 의미있고 중요한 시간이었다.
아파서 응급실에 가던 게 '담석증'이라는 것을 알게 된 달이다. 이제까지 체한거라던지 급성 위염인줄 알았던 모든 것들이 '담석증'이 원인이었다. 몇번 응급실에 실려 가다가 나중에서야 담석증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그 이후로도 먹는 것을 주의했지만 딱히 좋아지지는 않았다.
- 담석증 수술 & 가톨릭 예비신자 교육 (10월)
추석 연휴에 집에 올라갔다가 초음파 검사를 받고 급작스럽게 수술 일정이 잡혔다. 결국 수술을 하게 됐고 수술 후 회복기간을 가지면서 엄마랑 많은 시간을 보냈다. 이번 일로 엄마랑 친구처럼 더 가까워진 기분이 든다. 수술을 하기 전에 의사선생님이 수술하고 나면 삶의 질이 향상될거라고 했는데 실제로도 그렇다. 언젠가 수술 후 경과를 제대로 적어보아야겠다.
가톨릭 예비신자 교리에 나가게 되었다. 언젠가 성당에 나가고 싶었는데, 그걸 10월부터 시작하게 됐다. 처음에는 모르는 것도 많고 궁금한 것도 많았는데 계속 다니다보니까 일단 '정신 건강'에 매우 좋은 것 같다. 멘탈관리를 잘하게 되었고 감정의 기복이 없어졌다. 내 입장보다 남의 입장을 먼저 돌아보게 되었다. 무엇보다 화내는 일이 없어졌다. 매우 좋다.
- 신앙 & 스터디 & 새로운 만남 & (11월)
10월 말부터 예비신자교리에 나가면서 11월은 개발 외에는 신앙생활에 푹 빠져 있었다. 성경책도 읽고 주보도 읽고 미사에도 참여하고 가톨릭성인사전을 6시간동안 공들여서 읽기도 했다. 신입이다보니 궁금증이 많아서 공부하는데 많은 시간을 썼던 것 같다. 신부님하고 면담을 하기도 했다.
배리어프리 성우교육으로 만난 동기들과 본격적으로 스터디를 시작했다. 10월 교육이 끝나고 꽤 빠른 시간 안에 스터디를 구성하게 되었는데, 어쩌다보니 총대를 매게 됐다. 원래 한 번 맡으면 제대로 해내야 마음이 편한 사람이라서 열심히 했다.
11월 지스타에서 밸브에서 후원한 세미나 및 네트워크 파티에 갔다가 4:33 출신 개발자분과 블루홀 출신 개발자분들과 함께 합석을 하게 됐다. 평소에 자주 보는 얼굴들이 아닌 새로운 얼굴들과 함께 게임에 대한 건설적인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즐거운 시간이었다.
- 대입 & 블로그 이사 & LCHF 드랍 (12월)
올해 중반부터 계획했던 대입에 박차를 가했다. 12월 1일부터 방송대가 신입생 모집을 시작해서 서류를 접수했다. 출신 고등학교에 서류를 보내 개명 처리를 하는 등 삽질하며 시간을 소모했지만 무사히 접수하는데 성공했다. 2018년 3월부터는 대학생이 된다.
12월에 네이버에서 블로그를 통폐합한다는 발표를 했다. 이에 따라 네이버 블로그의 데이터가 위험했기에 이 곳, 구글블로그로 블로그를 옮기기 시작했다. 검색에 영향을 주지 않는 포스팅들은 이동 후 네이버 블로그에서 삭제를 하고 영향을 주는 포스팅들은 그대로 두기로 했다. 이메일도 더불어 지메일로 옮길 예정이다. 소식을 듣고 모든 업무를 미루고 블로그 이사에 집중을 하고 있었는데, 블로그쪽에 공지가 올라온 것을 보니 블로그를 없애지 않겠다고 하는 걸 보니 시간 내서 천천히 이동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콩코드오류로 질질 끌어왔던 프로젝트 LCHF를 드랍했다. 공개적으로 종료 사실도 공지했다. 여러가지 문제도 있었지만 공부도 많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결국 2017년에는 하나의 게임도 출시하지 못하고 시간이 흘러가 버렸다. 2018년은 시간을 더 알뜰하게 써서 목표했던 것을 이루도록 노력해야겠다. 힘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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