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나벨 : 인형의 주인을 보고 왔다. 애나벨이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지. 그 과거의 이야기를 보게 되었는데, 생각보다 무섭지 않았다. 아니 안 무서웠다. 참고로 나는 호러고자이기 때문에 조금만 무서워도 소리를 질러대는 편이다.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와서 놀래킴)과에 매우 약하며 호러 연극을 보면 내 비명소리에 관객들이 같이 놀라고, 호러 영화를 보면 주변 사람들이 영화보다 내가 더 무섭다고 하고, 귀신의 집 같은 어트렉션은 내가 자지러지게 놀라다 보니 홍보영상에 써도 되겠느냐고 물어볼 정도. 게임도 마찬가지다. 그런 내가 안 무서웠다.
저녁때는 연극을 보고 밤에는 애나벨을 보러 갔다. 어째서인지 극장에는 애나벨의 포스터가 없었다. 누군가 그것만 싹 쓸어간 것인지 그건 잘 모르겠다.
엘리베이터에만 포스터 시트가 붙어 있었다. 아마도 이게 포스터일 것 같은데, 왜 이 장면이 포스터가 되었는지 모르겠다. 저 아이는 인형의 주인도 아니거니와 저 장면은 인형을 우물에 쳐 버리러 가는 중이다.
컨저링 시리즈의 제임스 완이 제작을 한 '애나벨 : 인형의 주인'은 전작과 후속작의 연결고리를 위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는 하지만 너무 안 무서웠다. 무서운 장면 하나도 없이 무섭다고 구라치고 막상 영화 보면 갑툭튀하는 '컨저링 1'에 비하면 정말 전혀 안 무서웠다. 온라인의 댓글이나 평점들은 엄청 무섭다고, 보다가 팝콘 집어던진다고 그러던데 전혀다. 그건 좀 오버인 것 같다. 호러 스릴러물에 심하게 약한 내가 시작부터 끝까지 비명 한 번 지르지 않고 볼 수 있었으니까. 문제는 극장에서 관람하다 보니 괜히 호들갑 떠는 애새끼들이 있어서 좀 짜증 났다. 괜히 자기들끼리 소리 지르고 숙덕거리는 것 때문에 정신 산만하더라.
뭐랄까. 12년마다 왜 악마가 사람을 죽여야 하는지를 잘 모르겠다만 뭔가 연관성이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이제 애나벨이 된 재니스는 다음 편에서 사람들을 도륙하는 건가... 감독이 일본의 공포영화를 유심히 본 탓인지, 악마가 등장하는 신에서 관절꺾기가 다수 등장하는데, 그거 대체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고어 해 보이려고 하는 것인가... 사람의 몸이 2등분 되는 것이라거나. 어쩌면 감독은 고어물을 만들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애나벨 : 인형의 주인'은 호러라기보다는 스릴러물에 가깝다고 볼 수 있는데, 영화의 러닝 타임 내내 쫄깃쫄깃한 긴장감을 이어가는 것을 잘한다. 막상 엄청 무섭거나 놀라지는 않는데, 이 쫄깃쫄깃하게 이어지는 긴장감 때문에 다 보고 나면 좀 기운이 빠진달까.
아무튼 '무서운 장면 하나도 없이 무서운 영화'라고 구라 쳐서 사람 기절시킬 뻔했던 '컨저링'에 이어서 '팝콘 집어던지게 무섭다'라고 구라 쳐서 긴장하게 해놓고 하나도 안 무서운, 두 번째로 속은 영화다.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