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저녁. 미리 신청했었던 수영성난장 행사가 있는 날이다. 할 일을 모두 마치고 행사 장소인 '수영사적공원'으로 향했다. 저녁을 먹지 않았지만 딱히 배고프지는 않아서 그냥 갔다. '수영성난장' 행사는 일전에 우연히 TRPG를 안한 날 산책하러 갔다가 발견한 행사인데, 지난달에는 벼룩시장을 안 하더니 '야행'을 했었다고 한다. 이번 행사에서도 '야행'이 있었다.
행사 장은 수영사적공원 정상의 광장이다. 문화공연 등을 하는 곳인데 지난번에는 그곳에서 벼룩시장이 펼쳐지고 있었다. 그때는 낮 1시에 행사를 하고 있었는데, 여름부터는 날이 더워서인지 저녁에 행사를 하고 있었다. 이번 행사는 벼룩시장은 없지만, 사전 신청자에 한해 직접 참여하는 프로그램을 하고 있었다.
사전 신청을 한 100명을 대상으로 행사를 진행을 하는데, 사전 신청 접수를 한 사람이 접수대에 가서 출석체크를 하면 이렇게 '수영성문화마을'에코백에 '수영성난장' 스티커를 붙여서 내어준다. 이 가방이 있으면 사전 신청했다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고, 참여 프로그램에도 참여할 수 있다. 수영 야행을 참가하면 초롱을 준다더니, 그 초롱 직접 만드는 거였다.
가방 안에는 야행을 위해 생수 한 병과 수영의 아이콘인 푸조와 곰솔 캐릭터가 그려진 손수건이 들어 있다. 지난달 행사에서는 게임에 참여해서 일정 순위가 되어야 받을 수 있는 손수건이었다고 하는데, 재고가 남았는지 이번엔 그냥 주셨다.
한쪽에서는 이렇게 초롱 만들기 행사가 진행 중이고,
다른 한 쪽은 솔방울로 목걸이를 만드는 행사를 진행 중이다. 사전 신청한 사람만 참여를 할 수 있다. 목걸이를 만드는 솔방울은 수영사적공원의 '곰솔'에서 떨어진 것이다. 그 옛날 수병들이 전쟁터에 나갈 때 무사귀환을 바라며 안녕을 빌었던 곰솔나무의 오래된 기운과 마음을 담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집에 걸어두면 부적 같다고. 뭐 믿거나 말거나지만 솔방울 목걸이는 생각 이상으로 예쁘다.
매듭 만드는 것이 조금 어려웠지만 직접 만든 솔방울 목걸이가 완성되었다. 밤의 야행에서 참가자의 밤길을 지켜준다는 의미를 담아 (클럽에서 나눠주는) 발광 팔찌를 끼워서 만들었다. 어두운 곳에서 보면 더 이쁜데 사진이 목걸이의 예쁨을 다 담아내지 못한다.
솔방울 자체의 모양이 꽤 중요한 솔방울 목걸이. 행사를 마치고 가지고 와서 집 벽에 걸어두었다. 정말로 집안에 길한 기운을 불러와줄까..?
솔방울 목걸이를 목에 걸었다. 사진이 예쁨을 다 담아내지 못했는데, 실물이 훨씬 이쁘다. 행사용으로 준비된 솔방울들이 하나같이 큼직했는데 조금 작은 솔방울로 다시 만들어봐도 좋을 것 같은 예쁨이다.
솔방울 목걸이를 다 만들고 나서 이번에는 초롱을 만들러 갔다. 야행에 참여하면 1인당 초롱 하나씩을 지급해준다고 했는데 그러니까 그건 셀프인 것이다. 본인의 호롱을 본인이 직접 만들어야 한다.
준비된 호롱은 두 종류가 있었다. 상대적으로 가볍고 인테리어용으로 쓰기에도 좋아 보일 것 같은 조그만 구형의 초롱. 아래의 나비에 펜으로 그림을 그려서 꾸미는 방식의 초롱이다. 그리고 내가 만든 사각 초롱. 한지로 만들어진 전형적인 한지 등이다. 불이 켜지면 꽤 예쁜데 불이 안 켜지면 어쩐지 허접한 것 같기도 하고...
초롱 만들기 테이블에 가면 이렇게 아무것도 없는 빈 등을 준다. 백지의 등에 풀과 한지로 직접 원하는 장식을 해서 초롱을 만드는 거다.
도배할 때 바르는 풀을 붓으로 찍어 발라 한지를 한 조각 한 조각 붙였다. 머릿속에 생각한 모습이 있었는데 만들면 만들수록 어쩐지 안 예쁘다. 가면 갈수록 뭔가 아닌 것 같은 모양이 되어 가는 기분이다.
행사 진행요원 분들이 가위질로 미리 열심히 잘라오신 한지 조각. 지금 생각해보니까 물고기 모양으로 만들어도 좋았을 것 같다. 아니면 흩날리는 꽃잎처럼 대충 붙였어도 예뻤을 것 같다. 확실히 다른 사람의 초롱을 보니 대충 만든 게 더 예쁘더라. 하지만 난 정성들여서 4면에 꽃 장식을 하는데 성공했다. (결과물은 별로 예쁘지 않았지만)
완성된 초롱. 가운데에 램프를 넣으면 이렇게 예쁘게 색을 낸다. 램프가 오색찬란하게 색이 변하는 램프라서 초롱의 색도 수시로 바뀐다.
내가 만들긴 했지만 어두운 곳에서 불이 켜진 호롱은 꽤 그럴싸하다. 행사를 마치고 만들었던 초롱도 가지고 와서 방에 걸어두었는데, 에어컨 앞에 걸어두니 바람에 따라 흔들리고 빙글빙글 돈다. 처음 만들었을 때는 좀 예쁘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계속 보다 보니까 또 예쁜 것이다.
직접 만든 호롱과 솔방울 목걸이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솔방울 목걸이도 너무 예쁘고, 어두운 곳에서 빛나는 내 호롱도 너무 예뻤다. 술 취한 남자가 혼자 앉아 있는 나에게 다가와 치근덕거리기는 했지만, 뭔가 더 일을 벌이기 전에 그 자리를 떠났다. 얘기 좀 해보려고 하는데 어디 가냐고 성을 내길래 행사를 보러 간다고 했다.
그 행사란 바로 이것. 7시부터 공연을 하고 있었는데 극단 콩나물에서 연극도 하고 음악공연도 하고 있었다. 중앙 홀을 중심으로 둥그렇게 계단형 좌석이 놓여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앉아서 구경을 하고 있었다.
나는 사실 공연 사진보다는 내 초롱에 더 관심이 많았다. 내 초롱이 너무 예뻐서. 아무래도 직접 만든 거다 보니까 더 애정이 가서 그런지 너무 예쁘더라. 그래서 초롱 사진 찍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러다가 전국 아리랑 공연을 하기 시작했다. 나도 여기서부터는 앉아서 감상을 했는데 국악과 현대음악, 무용을 적절하게 섞은 재미있고 흥이 나는 공연이었다.
공연이 끝나고 우리는 본격적으로 A, B로 팀을 나눠서 야행을 시작했다. 수병 무사귀환을 비는 길이라고 했다. 정확한 이름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 숲 해설가 분과 문화 해설가 분들이 함께 하며 수영의 역사를 듣고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는 의미 있는 역사 야행이었는데, 끝난 뒤의 생각은 참여하길 참 잘 한 것 같았다.
수영에 이사 온 이래 단 한 번도 들어간 적 없이 멀찍이 담 너머에서 보기만 했던 25의용단 사당에 처음으로 들어가 볼 수 있었다. 여기 문이 열리는 걸 본 건 처음이었다. 묵념을 하고 이곳에 얽힌 이야기를 듣고 다음 장소로 이동을 했다.
수영사적공원의 남문과 남문을 지키는 개 박견에 대한 이야기도 들었다. 남문은 남쪽에서 비껴간 곳으로 옮겨져 있는데 일본인들이 그렇게 한 것이라고 한다. 수영 성문은 본래 아치 위에 처마도 있었는데, 일제시대 때 사라진 것 같다. 일본인들이 수영 성문을 가져다가 초등학교 정문으로 썼다고 한다. 성문 양쪽을 지키고 있는 암수의 박견(다른 동네는 해태가 지키는데 이 동네는 멍멍이가 지킨다) 아래의 기둥에는 시멘트로 메워져 있는데 일본인들이 못된 말을 적어 놓아서 가리기 위해서 메꿔 놓았다고 했다.
어느 순간 공사를 하더니 생긴 우물에 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주민센터와 파출소 옆에 지붕까지 있는 우물에 얽힌 이야기를 들으며 우물 뚜껑도 열어 보았다. 신기했다.
수영에 반년 넘게 살면서도 있는 줄도 몰랐던 최영 장군 사당에도 갔다. 세상에, 이런 곳이 있었다니 처음 알았다. 우리의 목적은 최영 장군 사당이 아니라 사당 뒤쪽에 있는 선서 바위다. 전쟁을 나가는 수병들이 우리가 걸었던 경로로 걸어서 이 바위에 선서를 하고 전쟁터로 나갔다고 한다.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지만 최영 장군 사당인 무민사 뒤쪽으로 어마어마하게 큰 바위가 놓여 있었다. 이곳도 25의용단처럼 늘 닫혀 있는 곳인데 오늘 특별히 열린 것이라고 했다. 무녀가 최영 장군의 영혼을 모시던 곳이라 무민사라 그런지 맞은편에는 신집이 여러 군데 있었다. 바위에 손을 대고 소원과 올해의 다짐을 빌고 무민사를 나왔다.
조금 더 걸어 도착한 곳은 수영현대아파트다. 낮에 올 때는 자주 왔고 지나가면서도 그냥 아파트 비석인가 보다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것이 역사의 현장이었다. 이 비석은 경상좌도 수군 절도사영 선소 유허비다. 수영은 본래 강과 바다가 있던 곳으로 수군은 강과 바다를 지키는 병사들이었다. 이곳은 본래 바다 위로써 조선소에서 만들어진 군함이 대기를 하는 곳이었다고 한다. 신기방기해!
수영강변까지 걸어온 야행은 수영강변에서 무술 공연을 보면서 마무리가 됐다. 무사들이 나와 검술, 무술, 택견, 진검 베기 등을 보여줬고 마무리는 활 쏘기였다. 국궁을 쏘는 걸 눈으로 본 건 처음이었다. 눈앞에서 다섯의 무사가 서서 쏘기, 앉아 쏘기, 달려 쏘기, 뒤돌아 쏘기, 돌면서 쏘기를 하는데 너무 신기하고 대단했다. 너무 멋짐. 좋은 구경이었다. 끝나고 나니 밤 10시 20분이 되어 가는 시점. 다음 달에는 수영강을 따라 야행을 할 예정이라고 한다. 홈페이지 잘 보고 있다가 다음 달에도 신청을 해야겠다. 문화해설가 분들과 함께 몰랐던 수영의 역사를 보며 걷는 야행이라니, 너무 재미있었다.
다음 날 아침. 집 천장에 걸려 있는 어제의 초롱.
별거 아닌데도 내 손길이 들어가서 그런지 이쁘고 또 이쁜 것이다.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빙글빙글 돌고 있는 초롱. 곰솔나무 근처에 작은 솔방울을 주우러 가 봐야겠다. 작은 솔방울로 목걸이 만들면 평소에 차고 다니기에도 너무 이쁠 것 같다.
행사 장은 수영사적공원 정상의 광장이다. 문화공연 등을 하는 곳인데 지난번에는 그곳에서 벼룩시장이 펼쳐지고 있었다. 그때는 낮 1시에 행사를 하고 있었는데, 여름부터는 날이 더워서인지 저녁에 행사를 하고 있었다. 이번 행사는 벼룩시장은 없지만, 사전 신청자에 한해 직접 참여하는 프로그램을 하고 있었다.
사전 신청을 한 100명을 대상으로 행사를 진행을 하는데, 사전 신청 접수를 한 사람이 접수대에 가서 출석체크를 하면 이렇게 '수영성문화마을'에코백에 '수영성난장' 스티커를 붙여서 내어준다. 이 가방이 있으면 사전 신청했다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고, 참여 프로그램에도 참여할 수 있다. 수영 야행을 참가하면 초롱을 준다더니, 그 초롱 직접 만드는 거였다.
가방 안에는 야행을 위해 생수 한 병과 수영의 아이콘인 푸조와 곰솔 캐릭터가 그려진 손수건이 들어 있다. 지난달 행사에서는 게임에 참여해서 일정 순위가 되어야 받을 수 있는 손수건이었다고 하는데, 재고가 남았는지 이번엔 그냥 주셨다.
한쪽에서는 이렇게 초롱 만들기 행사가 진행 중이고,
다른 한 쪽은 솔방울로 목걸이를 만드는 행사를 진행 중이다. 사전 신청한 사람만 참여를 할 수 있다. 목걸이를 만드는 솔방울은 수영사적공원의 '곰솔'에서 떨어진 것이다. 그 옛날 수병들이 전쟁터에 나갈 때 무사귀환을 바라며 안녕을 빌었던 곰솔나무의 오래된 기운과 마음을 담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집에 걸어두면 부적 같다고. 뭐 믿거나 말거나지만 솔방울 목걸이는 생각 이상으로 예쁘다.
매듭 만드는 것이 조금 어려웠지만 직접 만든 솔방울 목걸이가 완성되었다. 밤의 야행에서 참가자의 밤길을 지켜준다는 의미를 담아 (클럽에서 나눠주는) 발광 팔찌를 끼워서 만들었다. 어두운 곳에서 보면 더 이쁜데 사진이 목걸이의 예쁨을 다 담아내지 못한다.
솔방울 자체의 모양이 꽤 중요한 솔방울 목걸이. 행사를 마치고 가지고 와서 집 벽에 걸어두었다. 정말로 집안에 길한 기운을 불러와줄까..?
솔방울 목걸이를 목에 걸었다. 사진이 예쁨을 다 담아내지 못했는데, 실물이 훨씬 이쁘다. 행사용으로 준비된 솔방울들이 하나같이 큼직했는데 조금 작은 솔방울로 다시 만들어봐도 좋을 것 같은 예쁨이다.
솔방울 목걸이를 다 만들고 나서 이번에는 초롱을 만들러 갔다. 야행에 참여하면 1인당 초롱 하나씩을 지급해준다고 했는데 그러니까 그건 셀프인 것이다. 본인의 호롱을 본인이 직접 만들어야 한다.
준비된 호롱은 두 종류가 있었다. 상대적으로 가볍고 인테리어용으로 쓰기에도 좋아 보일 것 같은 조그만 구형의 초롱. 아래의 나비에 펜으로 그림을 그려서 꾸미는 방식의 초롱이다. 그리고 내가 만든 사각 초롱. 한지로 만들어진 전형적인 한지 등이다. 불이 켜지면 꽤 예쁜데 불이 안 켜지면 어쩐지 허접한 것 같기도 하고...
초롱 만들기 테이블에 가면 이렇게 아무것도 없는 빈 등을 준다. 백지의 등에 풀과 한지로 직접 원하는 장식을 해서 초롱을 만드는 거다.
도배할 때 바르는 풀을 붓으로 찍어 발라 한지를 한 조각 한 조각 붙였다. 머릿속에 생각한 모습이 있었는데 만들면 만들수록 어쩐지 안 예쁘다. 가면 갈수록 뭔가 아닌 것 같은 모양이 되어 가는 기분이다.
행사 진행요원 분들이 가위질로 미리 열심히 잘라오신 한지 조각. 지금 생각해보니까 물고기 모양으로 만들어도 좋았을 것 같다. 아니면 흩날리는 꽃잎처럼 대충 붙였어도 예뻤을 것 같다. 확실히 다른 사람의 초롱을 보니 대충 만든 게 더 예쁘더라. 하지만 난 정성들여서 4면에 꽃 장식을 하는데 성공했다. (결과물은 별로 예쁘지 않았지만)
완성된 초롱. 가운데에 램프를 넣으면 이렇게 예쁘게 색을 낸다. 램프가 오색찬란하게 색이 변하는 램프라서 초롱의 색도 수시로 바뀐다.
내가 만들긴 했지만 어두운 곳에서 불이 켜진 호롱은 꽤 그럴싸하다. 행사를 마치고 만들었던 초롱도 가지고 와서 방에 걸어두었는데, 에어컨 앞에 걸어두니 바람에 따라 흔들리고 빙글빙글 돈다. 처음 만들었을 때는 좀 예쁘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계속 보다 보니까 또 예쁜 것이다.
직접 만든 호롱과 솔방울 목걸이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솔방울 목걸이도 너무 예쁘고, 어두운 곳에서 빛나는 내 호롱도 너무 예뻤다. 술 취한 남자가 혼자 앉아 있는 나에게 다가와 치근덕거리기는 했지만, 뭔가 더 일을 벌이기 전에 그 자리를 떠났다. 얘기 좀 해보려고 하는데 어디 가냐고 성을 내길래 행사를 보러 간다고 했다.
그 행사란 바로 이것. 7시부터 공연을 하고 있었는데 극단 콩나물에서 연극도 하고 음악공연도 하고 있었다. 중앙 홀을 중심으로 둥그렇게 계단형 좌석이 놓여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앉아서 구경을 하고 있었다.
나는 사실 공연 사진보다는 내 초롱에 더 관심이 많았다. 내 초롱이 너무 예뻐서. 아무래도 직접 만든 거다 보니까 더 애정이 가서 그런지 너무 예쁘더라. 그래서 초롱 사진 찍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러다가 전국 아리랑 공연을 하기 시작했다. 나도 여기서부터는 앉아서 감상을 했는데 국악과 현대음악, 무용을 적절하게 섞은 재미있고 흥이 나는 공연이었다.
공연이 끝나고 우리는 본격적으로 A, B로 팀을 나눠서 야행을 시작했다. 수병 무사귀환을 비는 길이라고 했다. 정확한 이름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 숲 해설가 분과 문화 해설가 분들이 함께 하며 수영의 역사를 듣고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는 의미 있는 역사 야행이었는데, 끝난 뒤의 생각은 참여하길 참 잘 한 것 같았다.
수영에 이사 온 이래 단 한 번도 들어간 적 없이 멀찍이 담 너머에서 보기만 했던 25의용단 사당에 처음으로 들어가 볼 수 있었다. 여기 문이 열리는 걸 본 건 처음이었다. 묵념을 하고 이곳에 얽힌 이야기를 듣고 다음 장소로 이동을 했다.
수영사적공원의 남문과 남문을 지키는 개 박견에 대한 이야기도 들었다. 남문은 남쪽에서 비껴간 곳으로 옮겨져 있는데 일본인들이 그렇게 한 것이라고 한다. 수영 성문은 본래 아치 위에 처마도 있었는데, 일제시대 때 사라진 것 같다. 일본인들이 수영 성문을 가져다가 초등학교 정문으로 썼다고 한다. 성문 양쪽을 지키고 있는 암수의 박견(다른 동네는 해태가 지키는데 이 동네는 멍멍이가 지킨다) 아래의 기둥에는 시멘트로 메워져 있는데 일본인들이 못된 말을 적어 놓아서 가리기 위해서 메꿔 놓았다고 했다.
어느 순간 공사를 하더니 생긴 우물에 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주민센터와 파출소 옆에 지붕까지 있는 우물에 얽힌 이야기를 들으며 우물 뚜껑도 열어 보았다. 신기했다.
수영에 반년 넘게 살면서도 있는 줄도 몰랐던 최영 장군 사당에도 갔다. 세상에, 이런 곳이 있었다니 처음 알았다. 우리의 목적은 최영 장군 사당이 아니라 사당 뒤쪽에 있는 선서 바위다. 전쟁을 나가는 수병들이 우리가 걸었던 경로로 걸어서 이 바위에 선서를 하고 전쟁터로 나갔다고 한다.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지만 최영 장군 사당인 무민사 뒤쪽으로 어마어마하게 큰 바위가 놓여 있었다. 이곳도 25의용단처럼 늘 닫혀 있는 곳인데 오늘 특별히 열린 것이라고 했다. 무녀가 최영 장군의 영혼을 모시던 곳이라 무민사라 그런지 맞은편에는 신집이 여러 군데 있었다. 바위에 손을 대고 소원과 올해의 다짐을 빌고 무민사를 나왔다.
조금 더 걸어 도착한 곳은 수영현대아파트다. 낮에 올 때는 자주 왔고 지나가면서도 그냥 아파트 비석인가 보다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것이 역사의 현장이었다. 이 비석은 경상좌도 수군 절도사영 선소 유허비다. 수영은 본래 강과 바다가 있던 곳으로 수군은 강과 바다를 지키는 병사들이었다. 이곳은 본래 바다 위로써 조선소에서 만들어진 군함이 대기를 하는 곳이었다고 한다. 신기방기해!
수영강변까지 걸어온 야행은 수영강변에서 무술 공연을 보면서 마무리가 됐다. 무사들이 나와 검술, 무술, 택견, 진검 베기 등을 보여줬고 마무리는 활 쏘기였다. 국궁을 쏘는 걸 눈으로 본 건 처음이었다. 눈앞에서 다섯의 무사가 서서 쏘기, 앉아 쏘기, 달려 쏘기, 뒤돌아 쏘기, 돌면서 쏘기를 하는데 너무 신기하고 대단했다. 너무 멋짐. 좋은 구경이었다. 끝나고 나니 밤 10시 20분이 되어 가는 시점. 다음 달에는 수영강을 따라 야행을 할 예정이라고 한다. 홈페이지 잘 보고 있다가 다음 달에도 신청을 해야겠다. 문화해설가 분들과 함께 몰랐던 수영의 역사를 보며 걷는 야행이라니, 너무 재미있었다.
다음 날 아침. 집 천장에 걸려 있는 어제의 초롱.
별거 아닌데도 내 손길이 들어가서 그런지 이쁘고 또 이쁜 것이다.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빙글빙글 돌고 있는 초롱. 곰솔나무 근처에 작은 솔방울을 주우러 가 봐야겠다. 작은 솔방울로 목걸이 만들면 평소에 차고 다니기에도 너무 이쁠 것 같다.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