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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PG 새비지월드 플레이 후기

개인 사정으로 플레이를 몇 번 빠지고 플레이어들의 사정으로 플레이가 몇 번 없었다 보니 플레이를 쉰 지 한 달이 넘게 흘러버렸습니다. 그래도 그동안의 이야기를 듣고 파티에 무사히 합류하게 된 페이시리스!

장소는 엘프 마을입니다. 파티가 노예로 잡힌 엘프들과 엮이는 일이 있었는데, 그들은 아가사를 위험분자로 파악하고 자기들 마을로 납치를 합니다. 일행은 아가사를 되찾으려는 앨리사를 따라 엘프 마을로 가게 되죠. 계절은 겨울. 나무 위에 집을 짓고 사는 엘프의 마을은 그 자체가 숲을 이루고 있습니다. 마을에서는 아름다운 류트 소리가 들려옵니다. 이상하게도 마을 중앙에는 언제 생긴지 알 수 없지만 언제부턴가 나타나 바닥에 이상한 문양을 그리고 있는 검은색의 오벨리스크가 있습니다. 아주 조금씩 각자의 방향으로 이동하며 바닥에 선 같은 것을 그리고 있는데 엘프들이 그전부터 뽑아내려고 해도 쉽지 않은듯합니다.

엘프들은 다음날 장로 회의를 열어서 아가사의 처우에 대해서 판결을 내리겠다고 하고 간담회 같은 것을 하자고 합니다. 앨리사는 무장해제를 약속하고 엄마인 아가사가 갇힌 지하 감옥으로 향했습니다. 눅스는 밤새 책을 읽고 있었고, 페이는 하프엘프로써 인간에게도 엘프에게도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이지만, 엄마와 같은 엘프들을 만나고 그들의 삶의 터전인 엘프 마을에 있다는 사실에 설레어 잠이 오지 않습니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류트 소리를 따라 호숫가로 간 페이는 어린 엘프들에게 류트 연주를 해주고 있는 제시를 만납니다. 제시는 인간들에게 붙잡힌 엘프 노예들을 해방시키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어린 엘프들이 다 돌아간 후, 제시는 마을의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를 꺼내며 도와주면 좋겠다고 말하지만 페이는 생각해보겠다고 답합니다.
"생각해보겠다는 인간치고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는 경우는 없었지."
혼자서 하는 여행이 아니고 페이에게는 일행이 있기 때문에 덥석 제시의 부탁을 들어주다고 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오밤중에 사라진 페이가 돌아오지 않아 책 읽는 척 기다리고 있던 눅스는 늦은 시간에 돌아오는 페이의 모습을 보고 안심하고 잠이 듭니다. 오지랖이 많은 오라버니입니다.

아침. 새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지나치게 조용한 마을. 동물이라고는 하나도 보이지 않습니다. 페이와 함께 온 다롱이만이 유일한 동물인 것 같은 그런 기분입니다. 제시는 오벨리스크 앞에 있습니다. 페이와 눅스는 함께 오벨리스크 쪽으로 이동을 하고, 페이가 어제 했던 이야기에 대해 제시에게 다시 묻습니다.

- 네가 어제 말한 마을의 문제들. 도와줄 수 있는 일이라면 돕고 싶어. 마을의 문제가 뭐야? 이 오벨리스크?

- 이 오벨리스크 문제도 맞아. 그리고 하나 더. 일주일 전쯤 숲 남쪽의 호수에 있는 동물들에게 이변이 일어났어. 호수가 오염되어 동물들이 본래의 모습이 아닌 기형의 모습으로 변하고 있거든. 엘프들의 생각으로는 일전에 그곳에 있던 인간의 무리가 호수에 못된 짓을 했을 거라고 추측하고 있지. 원래도 인간을 경계하는 종족이었지만, 이번 일로 더욱 인간에 대한 경계심이 심해졌어. 그런데 너희의 일행인 그 아가사라는 여자가 내뿜는 기운이 호수의 기운과 비슷해서 일이 이렇게 된 것 같아.

제시의 이야기를 들으며 오벨리스크를 바라봅니다. 오벨리스크는 커다란 나무를 원처럼 둘러싸고 있었는데, 오벨리스크의 기운 때문인지 뭔가의 결계가 있는 것인지 나무에 깃든 신수들이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눅스가 마법으로 오벨리스크를 공격했지만 오벨리스크는 마법에 맞은 부위가 부글부글 끓는듯하더니 이내 잠잠해지고 마력을 흡수한 듯 움직임이 조금 더 빨라졌습니다. 엘프 마법사가 눅스의 마법을 지켜보더니 비웃듯이 마법을 쓰고 그 마법이 무용지물인 것을 다시 확인시켜줍니다. 그냥 말로 해도 될 텐데 건방진 태도가 좀 기분이 나쁩니다.

눅스는 나무 위에 올라가 높은 곳에서 오벨리스크를 확인해보기로 합니다. 오벨리스크는 각자의 방향으로 조금씩 움직이며 바닥에 문양을 그리고 있습니다. 아직 완성된 것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명백히 마법진 같은 모습을 만들어 가고 있었죠. 눅스는 마법학으로 분석을 시도하고 그것이 키메라를 만드는 마법진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대로 두면 2~3일이면 완성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남동쪽으로 이어지고 있는 오벨리스크가 있던 흔적도 발견했습니다.

한편. 무장해제를 당하고 아가사, 릴리와 함께 감옥에 갇힌 앨리사는 우연히 이어진 통로로 자신을 찾아온 루시와 만납니다. 저 길치는 어떻게 찾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우연히 빠진 구덩이를 통해 감옥까지 오게 된 것 같습니다. 사실 무장해제하지 않아도 앨리사는 충분히 강하고 무서운 아이인데 엘프들이 그걸 잘 모르는가 봅니다. 아무튼 루시를 통해 탈출구를 확보한 앨리사는 탈옥을 감행합니다. 아가사를 좋지 않게 보던 엘프들이 간담회를 한다고 하더라도 무사히 그들을 보내줄 것 같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앨리사에게 있어서 아가사의 안위는 제1조건이라서 얌전히 앉아서 간담회를 기다리는 것보다는 이참에 탈출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죠. 마을 한복판 오벨리스크에서 제시와 엘프들에 둘러 싸여 있는 눅스와 페이야 나중 문제겠죠. 응?

탈출에 성공하고 자기를 데리러 오던 엘프 병사를 수면이능으로 재운 앨리사는 24시간 충전하고 10분 사용이 가능한 통신용 귀걸이로 눅스에게 통신을 합니다.
"루시가 찾아와서 감옥에서 탈출했어. 우린 남쪽 호수로 갈 거야!
그곳에서 만나자!"
갑작스레 넘어온 앨리사의 통신에 눅스는 난감해집니다. '여기서 빠져나가라고?' 이미 일은 벌어졌으니 제시 옆에서 멍 때리고 있는 페이에게도 통신을 해서 사실을 전합니다. 때마침 눅스에게는 엘프 궁수가, 페이에게는 제시가 슬슬  간담회가 시작할 시간이니 회의장으로 이동하자고 합니다. 둘은 혼란을 일으켜서 이곳을 빠져나가기로 합의를 합니다. 우선 눅스는 아디오스를 이용해 엘프 궁수를 좀 더 높은 나무 위로 유인한 뒤, 당수치기로 기절시킵니다. 한 손으로 기절을 시키고 엘프 궁수를 붙잡아 나무에 매달았어야 하는데, 아뿔싸! 손이 미끄러져서 엘프 궁수가 나무 밑으로 추락하기 시작합니다. 그 찰나의 순간, 나무 아래에 있던 페이는 (민첩 판정 성공. 레이즈) 자기 위로 떨어지는 엘프 궁수를 피하며 다롱이를 움직여 기절한 엘프를 받게 합니다. 무방비 상태로 추락하며 죽을 위기에 처한 엘프를 다롱이로 받아 내 구한 것은 좋았는데 엘프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게 되었습니다.
"앨리사아아아아아아아아아--------------!!!!"
대책 없이 도망친 앨리사를 탓해 보아도 이미 벌어진 일이고 가만히 있다간 자신들이 인질로 잡힐지도 모르는 일이니 가만히 있을 수도 없습니다. 눅스는 동료 소환으로 오우거 한 마리를 오벨리스크 쪽에 소환하고 소환된 오우거는 좀 전의 잘난척하던 엘프 법사를 죽입니다. 갑작스레 오우거가 나타났음에도 엘프들은 그것이 오벨리스크의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고 이 이방인들(페이와 눅스)의 짓이라고 판단했는지 엘프들의 활은 일제히 그들을 노립니다. 눅스는 염동력을 써서 자신의 몸을 날려 남쪽 호수를 향해 도망칩니다. 이런 젠장!!!

페이는 자신과 오벨리스크 주변에 미드 미아(어둠 이능) 스킬을 써서 시야를 차단하고 다롱이를 타고 남쪽 호수를 향해 달립니다. 하지만 달리던 중에 활에 맞아서 부상 1을 입습니다. 페이를 향해 추가로 날아온 화살이 빗나가면서(주사위 1) 다롱이에게 명중합니다. 다롱이가 행동불능에 빠집니다. 엘프들의 추적이 좁혀오면서 페이는 다롱이를 두고 겨우겨우 그곳을 빠져나갑니다. 앨리사를 만나 치료를 받아 부상은 해결되었지만, 죽지 않았음에도 두고 온 다롱이가 신경 쓰입니다. 대책 없이 도망친 앨리사를 보면 분명 화를 낼 것 같았는데, 그는 또 그대로 사정이 있었으니 어쩔 수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합류하여 부상을 치료한 일행은 남쪽 호수로 향합니다. 사실 이 남쪽 호수는 일행이 전에 들른 적이 있던 그 호수입니다. 기계 사자와의 싸움을 마치고 도달했던 그 호수죠. 사실 이 호수가 오염된 것은 일전에 일행들이 전투를 벌이다가 그렇게 된 것이었지만, 엘프들은 그 사실을 알 턱이 없습니다. 호수 앞 저택에 도착한 일행. 눅스는 당수치기로 집을 지키는 할배를 기절시킵니다. 그리고 할배를 침대에 포박합니다. 앨리사와 릴리, 루시는 잠을 청하러 갔고 눅스는 혹시 모를 추적을 피해 대문을 지킵니다. 집 안에서 보물 찾기를 하던 페이는 여신상과 숲과 호수가 있는 성소 장식의 호수 아래에서 무언가를 발견합니다. 물속에 넣은 페이의 손에 끈적끈적한 액체 같았던 무언가가 닿고 페이의 손가락을 타고 감아 얽힌 후 반지의 모양을 합니다. 그리고는 빠지지도 않습니다. 그리고 추가로 작은 플라스크 3개를 찾아냅니다. 아마도 진정제 용도로 쓰이는 것 같지만 정확한 용도가 무엇인지는 모르겠습니다. 페이는 침대에 묶여 있는 할배를 털어서 그것의 용도를 알아내려고 하지만 아쉽게도 할배는 이 집에 그런 게 있었다는 것조차 모르는 것 같습니다.

할배의 입막음을 위한 테이프를 할배의 입에 다시 붙여 놓고 페이는 눅스에게 분석을 의뢰하기 위해 대문 쪽으로 갑니다. 눅스에게 분석을 의뢰하려는데 숲 속에서 반짝이는 눈과 함께 화살이 날아 들어옵니다. 엘프들이 벌써 쫓아왔나 봅니다. 눅스와 페이는 재빨리 저택 안으로 들어오고 눅스가 현관을 지키는 사이 페이가 일행을 깨우기로 합니다. 잠들어 있던 앨리사들은 페이가 깨우러 오자 상황이 급박하다는 것을 알고 퇴로 확보를 파악하려고 합니다. 저택의 뒤쪽 창문으로 나가려고 하니 '그어어어'하는 소리를 내는 무언가가 어둠 속에 있는 것이 보입니다. 딱 보기에도 수상해 보입니다. 전에 이곳을 온 적이 있는 앨리사가 그것들이 구울이라는 것을 (정확히는 눅스가 기억했지만, 전병님의 헬리스는 이곳에 없는 관계로) 기억해냅니다.


앞쪽엔 엘프들이 있습니다. 다른 목적을 가지고 왔을 수도 있지만, 엘프 마을에서 도망친 일행이 냉정하게 그런 판단을 하고 있을 여유는 없었죠. 그래서 구울도 엘프도 없는 다른 문을 통해 탈출을 감행합니다. 은신 판정에 성공한 일행은 밤눈이 있는 페이를 앞세워 산을 내려와 마을 입구까지 도착하는데 성공합니다. 일행이 도망가는 동안 뒤쪽으로 싸우는 소리가 들렸지만 일행이 신경 쓸 여유는 없습니다. 그나저나 저런 곳에 사는 관리자 할아버지는 좀 많이 대단한데요... 뭐 하는 분이지, 저 할배..

잠을 자지 않고 마을까지 왔기 때문에 피로 판정을 해 봅니다. 다행히 모두는 피로 판정에 성공을 했습니다. 저택에서 훔쳐 온 물건들(반지, 플라스크)의 능력치도 아직 파악을 못했고, 저택에서 챙겨 온 수도사 로브를 후드까지 뒤집어쓴 페이와 눅스. 그리고 일행들은 마을로 향합니다. 이 마을에선 또 어떤 일이 일행을 기다리고 있을까요.



지난번 캐릭터 리빌딩으로 이능 장점을 배운 페이는 덕분에 무사히 살아서 빠져나갈 수 있었습니다. 안 그랬으면 엘프 마을에서 죽을뻔했어요. 재미있었습니다. 흐름이 너무 빨라서 정보를 알아내기도 전에 도망치느라 급급했는데, 다음번에는 좀 충분한 호흡으로 플레이를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레이피어를 버리고 일본도와 대형 방패를 든 페이.
근접 장점 두 개(양손 무기술, 보조 무기술)를 버리고 이능 초능력 이능 배경을 선택했습니다.
오즈의 마법사(혼잡)와 바비큐는 숯불이지(분출/불). 그리고 빛과 어둠을 다루는 미드 미아 스킬까지.
이능 점수 추가 장점으로 이능 점수를 15점을 만들었습니다.
조금은 살만해진 페이에게 이번 플레이에서 문제가 발생했는데요, 바로 영웅심 단점.
페이의 행동 규칙 중 하나가 돼야 하는 '영웅심'이 페이와도, 플레이어와도 너무 맞지 않아서 큰 단점을 바꿨습니다.


새로운 큰 단점은 바로 '탐욕'입니다.
모든 가치를 돈으로 평가하며, 자신이 불공평하게 생각하는 일은 무엇이든 자기 뜻대로 하려고 들고, 심지어 공평한 배분을 위해 남의 목숨을 빼앗을 수도 있습니다.
저택의 그림을 훔쳐다가 팔고 마법 화살을 얻는다거나, 할배를 협박해서 저택의 보물을 찾는다거나 확실히 영웅심보다는 수전노에 가까운 행보를 보이고 있죠.

자, 이로써 페이가 아샤를 따르는 이유는 그가 아버지에게 부를 가져다주었고 자신에게도 부를 가져다줄 것이기 때문이 됩니다. 이러면 좀 더 납득이 되네요. 솔직히 '영웅심'과 '충성심'으로 움직이는 사람, 좀 플레이어인 저랑 안 맞아요. 이 단점이 앞으로 어떤 장애물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페이를 좀 더 인간적으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음 플레이가 기대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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