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스맨 2, 킹스맨:골든 서클을 보았다. 사실 10월 초에 1차 관람을 했고 추석 연휴에 2차 관람까지 했으나, 본의 아니게 병원 신세를 지면서 리뷰가 늦어졌다. 전작을 기대하고 보면 실망스러울 테지만, 골든 서클 그 자체로만 두고 본다면 유쾌하고 즐거운 영화다. 전작의 음악에 맞춰 머리가 터져나가는 장면이나 해리의 교회난투씬같은 장면은 없지만, 음악과 액션이 함께 하는 유쾌함은 여전하다.
초반의 택시에서 찰리와의 격투신에서는 격투 중 자연스럽게 재생되기 시작한 음악에 맞춰서 아주 흥겹게, 그러나 긴박하게 액션신이 이어진다. 마주 오는 차량을 피해 문짝에 매달린 에그시가 공중부양하는 장면도 인상 깊다. 그러니까 예고편에도 쓰였겠지만.
가장 인상에 남는 장면은 에그시가 '미스터 피클'을 떠올리게 만들어 해리의 기억을 돌려놓는 부분.
"그러는 당신은 미쳤다고 개를 쐈어요?!"
정신이 돌아온 그가 가장 먼저 한 말은 품 안의 강아지를 보고 '미스터 피클이 아니잖아'라고 한 것이었다. 가장 가까이에서 함께하며 그의 인간적인 면을 많이 보아왔기에 모두가 포기한 그의 기억 되돌리기를 성공했던 것 아닐까. 그런데 똑같이 기억을 상실한 위스키가 매우 빠른 속도로 기억을 되찾는 것을 보면, 기억을 잃은 후, 충격을 줘서 기억을 되돌리는 것에도 '골든타임'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에그시에 의해 기억이 돌아온 해리는, 멋진 간지를 자랑하지만 안타깝게도 아직 신경이 온전히 돌아오지 않아서 종종 몸 개그를 보여주며 이 파티의 개그를 책임져준다. 그의 슈트 발은 여전히 멋지고 너무나 멋있기 때문에 그의 나사 빠진 모습조차도 갭 모에를 일으키며 귀여워 보이기까지 한다. 하지만 최고의 요원 갤러해드였던 그는, 귀신같은 촉으로 위스키 머리에 바람구멍을 내버리며 에그시의 '이 인간이 제정신인가?'라는 의심을 사게 된다. 다른 사람은 모르겠지만, 콜린 퍼스의 매력에 푹 빠진 나는 '갤러해드 팬'이기 때문에 갤러해드라면 당연히 이유가 있었을 거야!!라고 생각했달까.
산꼭대기의 연구소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오던 에그시와 위스키가 실버타운 바로 앞에서 멈춰 섰을 때, 얼마 만에 시원하게 똥을 쌌다는 노인의 말이 쭉 이어오던 긴장감을 탁- 놓게 만들며 웃음을 터지게 만든다. 시끄럽고 정신없지만 유쾌하다.
에그시가 차에 두고 간 찰리의 오른팔이 해킹을 하고 킹스맨의 요원들이 모두 사망하고야 마는, 정말이지 허무하게 모두가 몰살을 당할 정도로 강력한 적인 '미스 포피'는 시작과 달리 끝까지 강력한 악당으로 남아있지는 못했다. 그녀는 오히려 매우 순수한 캐릭터로 그려진다. 마치 순수하기 때문에 악당인 것 같은. 그녀의 포부는 전작의 발렌타인에 비하면 매우 소소하다.
"나도 돈 많이 버는데 불법이라서 올해의 사업가 이런 거 못 받으니까 속상해. 나도 인정받고 싶어! 그러려면 마약이 합법화가 되어야 해!! 마약 합법화시켜줘! 꾸잉!"
이런 느낌이랄까. 실로 이게 전부다. 그녀는 매우 잔인하지만 그 잔임함이 인간의 성악설에서 오는 듯한 어린아이의 잔인함과도 닿아 있는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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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튼 존도 이 마을 자체는 마음에 들었을 것 같다 |
2편의 악당 포피가 깊은 정글 안에 숨겨서 만든 '포피 랜드'는 '락스빌'의 정취가 묻어난다. 포피 개인적인 취향일 수도 있겠지만, 그녀가 납치한 유명인이 '엘튼 존'이었다는 것을 보면, 감독의 의도일 수도 있겠다. 지금도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에버랜드의 락스빌에 10개월에 있었다 보니 나는 이 배경을 보았을 때 가장 먼저 에버랜드가 떠오르기는 했다.
줄리안 무어가 연기한 '킹스맨:골든 서클'의 악당 포피는 전편의 악당 발렌타인보다 좀 더 인간적이다. 발렌타인의 스케일에 비교하면 사실 포피의 스케일은 작은 편이고 그녀는 그렇게까지는 영악하지 못한 것 같다. 아무래도 최종 보스가 아니기 때문일까. 전편의 보스, 발렌타인 이전에 하드 캐리를 한 악당은 그의 부하 가젤이었다. 그리고 킹스맨 2에는 너무나 쉽게 바닥을 드러내는 포피의 뒤를 이어 일행을 위협하는 '신념파 악당' 위스키가 있다. 허무하게 쓰러져 버리는 포피와 달리 그는 '시공의 힘으로(?)' 하드 캐리 액션을 보여주며 그 존재감을 빛낸다.
아무리 '모두를 지킨다'라는 대의명분이 있다고 해도, 악당과 똑같은 방법으로 악당에게 마약을 놓아서 백신 배포의 패스워드를 알아내는 것은 너무했다. 전편의 킹스맨이 명백한 선이었다면, 사실 이번 킹스맨 2에서는 그들이 '선'인가라는 의문이 들게 만들기도 했다. 선과 악은 절대적인 개념이 아니라 상대적인 개념이 될 수 있음을 포피와 위스키를 통해 보여준 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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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시공의 힘! 시공 좋아! |
스테이츠맨의 요원, 위스키. 포피가 없어서 햄버거가 되지는 않았지만, 영화 초반부에 갈려나간 영감 찰스와 함께 분쇄기에 잘 다져지는 엔딩을 맞이한다. 솔직히 이런 캐릭터는 후속작에서 더 만나보고 싶을 정도로 '데킬라'보다 더 매력적이었다. 분쇄기에서 다짐육이 되기에는 아까운 캐릭터랄까.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포피로 인해서 마약쟁이들을 모두 죽여 버리고 마약과의 전쟁에서 성공하려고 했던 대통령. 비서는 의료 목적으로 사용한 사람 등등 억울한 피해자가 있을 수 있다고, 이 방법이 옳지 않다고 반대를 하지만, 대통령은 처음부터 법을 어긴 자들이 문제라며 자신의 뜻을 관철시킨다. 그리고 그를 막으려고 했던 비서는 하루 20시간의 업무를 강행하기 위해 했던 '약'으로 인해 증상을 드러내면서 '임시병원'이라는 이름의 수용소에 가둬지게 된다.
법을 어긴 자들은 무조건 나쁜 것인가? 그전에 인권이 우선시 되는 것인가?
범죄자의 인권을 생각해야 하는 것인가?
위스키의 경우도 비슷하다. 그는 자신의 가장 소중한 사람들이 편의점을 털러 온 약쟁이들에 의해서 잘못 쏜 총에 맞고 사망했다. 그래서 개인적인 신념으로 약쟁이들을 사회악이라고 지정했고, 그렇기 때문에 대통령과 같은 편에 서서 일행을 방해한다. 하지만 법을 어긴 이들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을 잃은 그였고, 그들이 법을 어긴 것도 사실이다. 위스키가 일행을 방해했고 그가 다짐육이 되지 않았다면 수용소의 수많은 이들은 법을 어긴 대가로 생명을 빼앗겼다. 하지만 그것이 그를 붙잡지 않고 다짐육을 만들 만큼 잔인한 짓을 벌일 이유로는 납득하기 어렵다.
유쾌하고 즐겁지만 잔인하다. 전편도 더할 나위 없이 잔인했지만, 이번 킹스맨 2의 잔인함이 더 불편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선과 악의 그 애매모호한 경계에 대해 공감하기 힘들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나저나 영화 초반부에 찰스가 데려온 엔젤은 솔직히 뭔가 한가락 할 것처럼 등장하더니만 엘튼 존 이랑 마약 하다가 개한테 두 동강이 나버린다. 영화를 다 보고 나서야 그냥 '골든 서클'을 소개하기 위한 수단으로 쓰였구나 싶었는데, 초반에 너무 무게감 있게 나와서 나는 중간 보스 정도는 되는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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