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심야영화로 범죄도시를 보고 왔다. 모두가 극성이기도 하고 재미있다고 하기도 하고, 마동석을 좋아하기도 하니까 보고 싶기는 했었다.
영화만 두고 보자면 재밌었다. 마동석의 귀싸대기 한방에 거구를 기절시키는 상황이나, 칼잡이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제압하는 것들을 보면 '마동석'이라는 배우이기 때문에 저런 연출이 가능하다는 생각도 든다. 사실 마동석만 한 덩치가 아니었다면, 그의 카리스마가 아니었다면 저렇게 납득 가는 캐릭터가 가능했을까 싶기는 하다. 그만큼 영화는 마동석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범죄도시에서 장첸 역의 윤계상은 잔인무도한 악역으로 나오지만, 사실상 저 도시에서 범죄자는 장첸뿐이 아니다. 한국 조폭, 조선족 조폭, 그리고 조폭 삥 뜯고 접대받는 형사까지. 마동석이 연기하는 형사는 법치주의 사회에서 '견찰'이라고 불려도 싼 불량 경찰이다. 조폭의 위에서 그들을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그의 모습과 그를 형님이라고 부르는 조폭들을 보면, 이 캐릭터가 형사인지 조폭인지 모르겠다. 심지어는 접대받다가 범죄현장의 CCTV에 찍히기도 한다.
이 영화에는 절대선이 없고 영웅도 없다. 비인권적으로 범죄자를 '진실의 방'에서 굴리는 그의 모습은 현실이라면 질타 받아야 할 일이지만, 앞뒤 사정을 모두 보아 알고 있는 관객에 있어서는 장첸의 부하인 위성락을 두들겨 패는 장면에서 속 시원함을 느꼈을 것 같다. 법이라는 이름하에 범죄자의 인권이 보호되는 현실에 불만이 많으니 어쩌면 대리만족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권위주의적이고 무죄 추정의 원칙에 빗나가는 타깃 수사는 위험한 일이기는 하다.
마동석과 윤계상이라는 배우가 맡은 캐릭터. 처음 영화에 대한 소식을 접했을 때, 조폭이라고 해도 믿을 것 같은 마동석이 왜 형사인가?라는 점에서 의구심을 들게 했는데, 영화를 보고 나니 캐스팅은 매우 잘 된 것 같다. 그리고 배우들이 참 연기를 잘했다. 재미있었지만 폭력적이고, 그래서 뭐?라는 생각이 드는 영화이기도 하다. 그래서 결국 영웅 형사 마석도의 장첸 일당 싹쓸이 사건의 서사시인 건가... 첫 심에 비해 뒷심이 부족했다는 생각이 드는 영화였다.
p.s. 영화의 배경은 2004년이다. 도로씬에서 2011년부터 생산된 쉐보레 스파크가 등장하는 점이 작은 웃음 포인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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