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운 감독에 송강호, 공유 주연의 <밀정>을 보았다. 제26회 부일영화상 후보에 오른 작품이라서 후보작 상영제에서 상영하는 것을 관람하게 됐다. 영화 <밀정>은 최우수작품상, 최우수 감독상, 남우조연상, 각본상, 촬영상, 음악상, 미술상 등 7개 부문에서 수상 후보작으로 선정되었다. 실존 독립운동가에 기원을 두고 있고, 의열단인지 친일파인지 확실하지 않은 '황옥'을 모티브로 한 영화이다 보니 영화 <덕혜옹주>와 함께 역사 왜곡에 대해서 의견이 분분하는 영화이기도 하다.
토요일 관람한 두 번째 영화이자 상영제의 세 번째 상영작이었던 영화 <밀정>.
역사는 승자에 의해 기록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남아 있는 기록들이 어디까지 진실인지는 알 수 없다. 영화의 등장인물들은 실존 인물들에 바탕을 두고 있다. 하지만 영화는 실제 사건과 허구를 섞은 픽션으로 등장인물들의 이름도 어느 정도 수정이 가해져 있다. 이 영화가 역사왜곡인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사료를 찾아보고 공부를 한 뒤 토론을 할 일이므로, 역사 왜곡이라던가 영화의 사건이 사실이라던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는 않겠다. 그건 나 말고 다른 더 똑똑한 사람들이 열 올리며 토론을 해주고 있으니까.
영화 자체만 보면 훌륭한 배우들과 반전 있는 스토리, 탄력 있는 연출로 충분히 재미있는 영화였다.
영화를 보며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다름 아닌 '서대문 형무소'다. 나는 지난봄에 직접 '서대문 형무소'에 만들어진 '서대문 형무소 역사관'을 다녀온 적이 있다. 직접 방문해서 보았을 때도 몸서리치고 소름 끼치던 그 공간에 영화 속 독립투사들이 갇혀 있었다. 영화 속 등장인물들은 그곳에서 모진 고문을 받았지만, 내가 아는 현실은 영화보다 더 잔혹했다. 아마 사실 그대로 영화를 만들었다면 <밀정>은 그것만으로 '고어물'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현실의 그들이 받았을 말로 표현 못할 고문들에 대해서 듣고 보고 왔기에 영화는 더욱 소름 끼치게 다가왔다. 싸늘한 겨울 홀로 누운 독방의 서늘함이 와 닿는 것 같았다. 고작 몇십 년 전, 그분들이 있었다.
일제 강점기의 영화를 보고 역사 왜곡이니 아니니를 판단하기 전에 그런 영화들이 모두 슬프고 감사한 것은, 잊혀 가는 사람들을 계속 기억할 수 있도록 하기 때문이다. 내가 살고 있는 이 하루가 얼마나 값진 것인지 알려주기 때문이다. 일본을 특별히 미워하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이 시기의 영화를 보면 아마도 피에 섞여 이어졌을 공포와 분노와 슬픔과 억울함 등이 쏟아져 나오는 것 같다.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그분들이 목숨과 바꿔 선물해 준 하루를. 감사한 마음으로 잊지 않고 살아야겠다.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