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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종료되었습니다' 리뷰 (스포있음)

박하익 장편소설 <종료되었습니다>를 읽었다. 장르는 내가 좋아하는 추리소설이다. 2012년에 나온 책이고 진작에 영화화가 되고 있었지만 이제야 개봉 소식이 오르내리는 작품 <희생부활자>의 원작 소설이다.

영화 <희생부활자>는 김래원, 김해숙 주연으로 믿고 보는 여배우 김해숙이 나온다는 점에서 단연 기대되는 영화다. 영화정보에서 2015년 개봉이라고 되어 있지만, 실제 스크린 개봉은 2017년 10월인 다음 달에 개봉을 한다.

억울하게 죽은 사람들이 살아 돌아와서 자신을 죽인 사람에게 복수를 하고 자연발화하여 사라져버리는 희생부활자(RV)를 소재로 만든 영화다. 원작의 책에서도 주인공은 '서진홍'이지만 책의 서진홍은 영화의 검사 서진홍과 달리 친구와 공동창업을 한 기업가다.

도서관에서 때마침 해당 책이 대여 가능 상태라서 빌려 보았다. 책을 다 읽고 난 후의 감상은,
1. 영화개봉 진짜 기대된다!!!! 이걸 대체 어떻게 풀어갈는지!!
2. 과학이 좀 더 발전하게 되면 이게 정말로 판타지가 아니게 될 것 같은 그런 기분이야!

아래부터는 스포일러가 있으니 책을 읽을 사람들은 피하기를 바란다. 참고로 직접 읽더라도 흡입력이 끝내주기 때문에 단숨에 읽어내려갈 수 있다. 정말 너무 재밌고 흥미진진하다.


박하익 장편소설 <종료되었습니다>는 가까운 근미래를 배경으로 담고 있다. 2012년에 쓴 그의 소설이 2017년인 지금에 와서 보기에 그렇게 허무맹랑하지만은 않을 만큼 과학이 많이 발전했다. 박종호 박사의 프로젝트 SSS는 성공적으로 완료되었다. 밑도 끝도 없이 '아 ㅅㅂ 꿈!!'이라고 엔딩을 던져서 많은 뭇매를 맞았던 드라마 '파리의 연인'과 달리, '종료되었습니다'는 꿈도 현실도 아닌 그 애매모호한 경계를 달리고 있다. 그렇기에 반전이 더욱 소름이 끼쳤다.


훌륭하다 못해 너무나 대단한 AI들의 열연이 빛을 발하는 소설이었다. 내가 직업이 게임 개발자라서 그런지 다 읽고 나서는 이 어마어마한 반전에 대해서 '현실 가능성'에 대해서 머리를 굴리게 되더라.

언젠가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RV(희생부활자)들. 그들은 흐린 눈빛과 느린 말투를 가지고 있다. 억울하게 죽은 사건의 피해자들이 자신을 살해한 가해자를 찾아내어 직접 죽이고 빛을 내며 소멸하는 알 수 없는 존재들의 등장. 그 존재들에 대해서 '도시괴담' 정도로 치부하던 기업가 서진홍의 앞에도 죽은 엄마가 살아 돌아온다. 그녀는 진홍에게 줄 사업 지원금을 출금해서 은행에서 나오다가 오토바이 소매치기범에게 칼에 맞고 사망했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그녀는 진범이 아닌 자신의 아들 '서진홍'을 공격하고 급기야 진홍은 어머니 살해 사건의 진범으로 몰리게 된다. 대부분의 RV들이 복수를 끝내고 바로 사라지는 바람에, 진홍의 어머니 '최명숙'은 처음으로 산 채로 발견된 RV다. 그래서 그녀를 연구하기 위해 CIA도 국정원도 그녀를 탐을 낸다. 진홍은 진범으로 의심받으며 사이코패스 검사 등 각종 검사를 받고 감금 당한다. 한 달이 넘도록 어머니와 함께 감금되지만, 그는 회사보다는 어머니를 우선 생각할 정도로 효자다. 진홍의 심리 묘사와 그걸 지켜보는 국정원 직원인 경채와 하형의 변화도 흥미진진하다. 수사 도중 진홍은 어머니를 죽인 소매치기가 사실은 살인 교사를 받았던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국정원에서 문제의 소매치기범 리칭칭을 붙잡았지만, 그는 어머니 명숙과 대면하는 순간 발작을 일으킨 명숙의 손에 순식간에 처단을 당한다. 국정원 직원들과 CIA는 소중한 연구 대상인 RV가 (진범으로 생각되는) 진홍을 죽여 복수를 마치고 사라질까 봐 진홍을 석방시킨다. 다시 돌아온 어머니는 진범을 살해하면 사라져버릴 것이다. 어머니에게 뒤늦게라도 효도하고 싶은 진홍은 어머니가 사라지지 않도록, 어머니와 함께 떠나려고 한다. 보는 사람이 절절해질 정도로 어머니만 생각하고 사랑하는 효자가 따로 없다.

행방불명된 채 손가락만 발견된 여학생 사건. 사건의 목격자가 나타나며 수사에 활기를 띤다는 떡밥. 그렇게 대놓고 떡밥을 뿌리는대도 너무나 자연스럽게 내놓으니 인식도 못하고 흘러가 버렸다. 그래서 '진범'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진홍이 연루되었던 집단 강간 사건의 피해자도, 그리고 진홍을 죽이려고 했던 어머니도 증언이 오락가락하는 점에서 뭔가 눈치를 챘어야 했는데... 그저 처음에는 RV 시스템에 구멍이 있다거나, 다른 커다란 손이 있다거나 그렇게 생각을 했었다. 진홍을 뒤쫓는 국정원 직원들도 그렇고 헬기를 타고 나타나는 CIA 직원들. 그리고 제멋대로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박종호 박사의 죽은 아들 RV까지. 왜 진범이 아닌 자신을 어머니가 공격을 하는 건지 추리를 하다가 자신의 사업 지원금을 건네주려다 일을 당한 거라서 자신을 원망하는 거 아닌가라고 죄책감을 느끼는 진홍은 정말 안쓰럽기까지 했다. 무엇보다 진홍을 위기로 몰기도 하고 돕기도 하는 국정원 직원 경채와 하형에 대한 작가 시점 묘사에 홀랑 속아 넘어갔다. 진홍의 시점이 아닌 그 둘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데 이런 결말이 있을 거라고는 단연 상상도 못했다. 이 얼마나 훌륭한 AI 인가. 그리고 그렇다면 진홍은 과연 이 상황들을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보고 있었을까, 아니면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보고 있었을까. 자신의 어머니가 자신을 해치려고 하는 이유에 대해서 끝까지 고민하고 고민하면서도 어머니를 지키려고 하는 진홍이 동업자인 민욱의 도움으로 밀항 어선에 탄 것을 보면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상황을 보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작가는 그것을 전지적 작가 시점에서 AI들의 행동까지 풀어낸다. 읽고 있던 독자는 홀랑 속아 넘어갈 수밖에! 하형이 목숨을 걸고 획득한 CIA의 메모리카드에 고작,
나의 사랑하는 아들, 박지민을 추모하며 SSS를 완성하다.
라고 쓰여있을 때라도 한 번 더 의심을 해봤어야 했는데!!!

진홍은 경채, 하형, 민욱과 이동한 RV가 가득한 공원에서 동해 번쩍 서해 번쩍하던 지민을 만난다. 지민은 무려 진홍의 생각을 읽고 대화를 하기까지 한다. RV 자체도 비현실적인데 자신의 아들, 지민의 RV를 통해 대화를 하는 박종호 박사의 모습은 심각하게 현실감이 떨어진다. 하지만 이미 시작부터 죽은 사람이 되살아나고 복수를 하고 돌아가고 하는 그런 일들이 쭉 나열된 덕분에 이상하고 신기하지만 '의심'하지 않는다. '이야기'도 영혼을 가지고 있다는 박종호 박사의 말. 박사는 무려 SSS의 진의가 무엇인지도 말해주는데, 그 말을 듣고 박사를 '미친놈' 취급하는 진홍과 진홍에 감정 이입을 한 나는 또다시 멍청하게 속아 넘어간다. '진범'에 대한 처단을 하면 명숙의 RV 상태를 풀고 본래대로 돌려주겠다고 말하는 박사. 용서를 구해야 하는 자는 누구인가!

훌륭한 시나리오. 훌륭한 AI. 탄탄한 스토리는 영혼을 가진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SSS의 진의에 대해서도 깊게 공감한다. 지금처럼 가상현실과 AI가 무서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세상에서, <종료되었습니다>의 이야기는 절대로 머나먼 미래의 이야기는 아니다.

최고의 형벌은 사랑이야. 괴로워야 할 사람은 내가 아니잖아.
.
.
.
완전한 교화와 잔혹한 징벌 두 가지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시스템,
내가 완성한 건 그런 거였어.

'가해자가 피해자를 사랑하도록 한다'라는 프로젝트 SSS. 사형제도가 이름만 남아 있는 실질적 사형 폐지 국가인 대한민국. 소설보다 더한 범죄들이 펼쳐지고 있는 2017년. 사람들은 '분노 분출 장애'에 빠져서 자신이 분노해야 할 상대를 제대로 고르지 못하고 '강남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화풀이하기'를 하고 있다. 남의 아픔에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 바로 지금 이런 시대에 이 프로젝트 SSS가 간절히 필요해 보인다. 여러모로 인상 깊었고 작가의 탄탄한 필력에 감동했으며 빨아들이는 흡입력에 시간은 물론 정신줄까지 빼앗긴 훌륭한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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