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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컨드 임팩트 - 담낭염&담석증

9월 19일 아침 6시. 복통에 잠에서 깼다. 화장실에 가서 전날에 먹은 걸 전부 다 토했는데 배가 너무 너무 아팠다. 지난 8월과 정확히 같은 고통이다. 명치 오른쪽의 뒤틀림. 나는 애를 낳아본 적은 없지만, 정말 저승사자가 데리러 오는게 눈에 보인다. 지난번에는 집에서 참고 뒹굴었는데, 그대로 버티다가는 정신줄을 놓을 것 같았다. 통증의 원인이 담낭염&담석증이라는 것은 지난 내원으로 이미 알고 있다. 시간은 아직 6시고 병원진료가 시작되는 9시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았다. 진지하게 병원에 갈지 말지 고민할 여력은 없었다. 죽을 것 같았고 그대로 택시를 타고 한서병원으로 갔다.

응급실 앞에 가니까 직원이 응급실은 6만원부터 시작이라고 했다. 엄청나게 아팠는데도 돈 얘기를 들으니까 정신이 번쩍 들었다. 6만원부터 시작이라는건 그 이상 나온다는 이야기일텐데... 그 돈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여유로운 경제상황은 아니었기에 응급실 문턱을 넘기에는 부담스러웠다. 다시 되돌아 나와서 응급실 앞 의자에 앉았다. 시간은 7시 30분 경. 한시간 반을 기다리면 일반 진료를 받을 수 있다. 고민을 했지만 길지는 않았다. 왜냐면 다시 찾아 온 찢어지는 복통이 돈이고 뭐고 일단 살려주세요 라는 마음으로 응급실 안으로 걸어 들어가게 만들더라.


결국 응급실에 가서 링겔과 함께 이런 저런 주사를 맞았다. 응급실 비용은 84,970원이 나왔다. 응급의료비용으로 기본 5만원을 깔고 진찰료와 주사비가 추가 되었다. 돈은 꽤 많이 깨졌는데 그래도 저승사자랑 면담하는 것은 그만둘 수 있었다. 약을 맞기 시작할 때는 눕는 것조차 불가능할 정도로 심하게 아팠는데 주사를 맞고 한시간쯤 지났을 때는 나도 모르게 잠이 들 정도로 통증이 많이 완화가 되었다.

8월 내원 이후로 한달여를 잠잠하다가 갑자기 도진 통증. 그동안 술 안 먹겠다면서 맥주 마셔댄 것도 있고 고기다 뭐다 내키는 대로 마음대로 먹은 것도 있는데, 그때까지는 다 괜찮았었다. 당연히 괜찮았으니까 계속 먹었지만. 사실 예상하는 가장 큰 원인은 '스트레스'고 이 '스트레스'는 8월달에 심하게 아프게 만들었던 그 '스트레스'와 같은 원인군에서 왔다. '싫은 사람'을 만나 스트레스를 받아 심하게 아팠는데, 그 '싫은 사람'을 피해서 잠적하고 집에서만 생활하니 한동안 괜찮았는데, 본의 아니게 그사람을 다시 만나게 되는 상황에 노출이 되니까 스트레스가 다시 도졌고 누적된 피로와 함께 '펑!'이 아닐까 예상중이다.

응급실 과장님은 왜 수술을 안 하려고 하느냐고 수술을 하라고 계속 권했다. 외과 과장님은 계속 이렇게 아프면 떼는 것이 나을 수 있다 정도로만 말했다. 응급실 과장님은 '세번째에 병원에 올 때'에는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만큼 아플 수도 있다고 했다. 상태가 더 나빠지면 수술하기도 더 어려워진다고 했다. 담낭절제술을 받은 사람들의 후기는 좋은 이야기도 있지만 '부작용'에 대한 이야기도 빠지지 않는다.

이런 상태임에도 CT에 명확하게 나오지 않았었다는 것은 이 담석이 '콜레스테롤 담석'일 확률이 매우 높다. (콜레스테롤 담석은 CT에 잘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콜레스테롤 담석의 원인으로 의심되는 것은 지난 'LCHF 저탄수고지방 식단' 또는 '경구피임약'이다. 이 점에 대해서는 좀 더 알아봐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지난번에 CT촬영하고 내원 했을 때 나온 병원비를 보험처리 하기 위해서 '진료 확인서'를 받았어야 했는데, 언젠가 받으러 가야지 하고 차일피일 미루다가 이번에 다시 아프면서 겸사 겸사 받아왔다. 우스운 일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루종일 굶고 오후 나절에나 처음 입에 넣은 떡국. 새로 생긴 김밥집 '모니김밥'에 가서 먹었는데 별로 맛이 없었다. 워낙 배가 고팠는데도 맛이 없었던 것 보면 확실히 맛이 없는 것 같다. 민민은 돈까스를 먹었는데 돈까스도 별로였다.

담낭이 부어있는 상태라서 최대한 담낭에 무리를 주지 않는 가벼운 음식을 먹어야해서 먹긴 했는데 죽을 먹을 걸 그랬다.
인간은 어리석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병원에 갔다와서 조금 살만해진 나는 늦은 저녁에 '너희집'에 가서 매운 된장찌개를 시켜 먹는 (매울 줄 몰랐다) 만행을 저지르고 복통과 함께 죄다 토했다.


20일.
미리 예정되어 있던 오후 스케쥴을 해치우고 저녁 스케쥴을 위해 서면으로 갔다. 음식을 먹고 서너시간후 소화 끝물이 되어야 복통이 시작되기 때문에 뭘 먹을 때는 잘 잊어버리고 만다. 그리고 학습력이 부족한 나새끼는 서면까지 간 김에!! 라며 '서면 라멘트럭'의 라멘을 먹으러 간다. 그나마 양심은 있어서 안 매운맛으로 먹었다. 라면은 존맛탱이었지만 이후의 콜라+팝콘+버터구이오징어 조합은 집에 돌아 온 내가 복통을 호소하다가 개 토하고 빈속에 약을 먹고 겨우 구원받는 상황을 만들었다. 이날은 나름 운동도 했고 한시간 가량을 산책을 하기도 했는데 별 소득은 없었다.


21일.
푹 쉬고 오후에 일어나서 죽을 끓였다.


밥에 계란, 간장, 새송이버섯만 넣은 단순한 죽이다. 참기름을 반숟가락 넣었다. 밥 한공기로 끓인 죽을 반만 먹었다. 꼭꼭 씹어먹을게 없지만 꼭꼭 씹어 먹었다. 맛도 없었고 간도 세지 않아서 좀 싱거웠지만 그래도 배고픈거보다는 나으니까. 새우죽이 먹고 싶었다. 저녁때 코스트코에 갔다. 새우를 사러 갔다. 새우랑 채소랑 이것 저것 골라 사고 민민이 저녁 삼아 먹는 피자 1조각+베이크+사이다를 조금 나눠 먹었다. 베이크 조금과 사이다를 먹었고 갓 구운 피자가 맛있어 보여서 나이프로 잘라 아주 조금 한입만 먹었다. 그때까지는 뭐 괜찮았다. 그리고 집에 와서 다시 개 토했다.

지방을 먹으면 쓸개가 무리를 한다. 한동안은 지방을 배제한 식단을 먹어줘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밀가루는 당근이고. 포스티잇에 '밀가루 먹지라마 ㅂㅅ'이라고 적어서 모니터에 붙였다. 담낭염의 원인에 대해서는 여러방면으로 찾아 보아야겠지만, 일단은 의심되는 두가지 '지방식'과 '경구피임약'을 배제하기로 했다. 운동도 시작했다. 되도록 수술하지 않고 넘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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